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한때 기적의 광물로 여겨졌던 석면의 폐해를 들여다봅니다.
(오성민) 석면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고 장기간 동안 일하다가 종사하시다가 나오는거쟎아요. 아버지도 이제 모르고 있다가....
석면 피해자 유가족인 오성민 씨가 지난해 한국의 연합뉴스TV에 10년 가까이 폐질환에 시달리다 숨진 아버지에 대해 말하는 장면입니다. 석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안병옥 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안 소장은 한국 환경운동에 초창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환경운동가이자 전문가로, 2007년에는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사무총장을 역임했습니다.
(안병옥) 석면은 열의 전달을 막아주는 절연성이 뛰어나고 불에 타지 않는 내연성이 있어서 여러 제품에 사용되는 광물질입니다. 석면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라든지, 불이 났을 때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화제 등에 많이 사용돼왔습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석면이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호흡기를 통해서 석면 가루를 마시게 되면 폐암에 걸릴 수 있고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가 남한에서 현재까지 2,000여 명이 넘으며 앞으로 피해자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최근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정부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최신 보고서에서 "석면 관련 질병은 잠복기가 10~50년 정도인 만큼 피해자는 2030년 정도에 가장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환경성 석면 피해자의 49%가 석면폐증을 앓고 있으며 악성 중피종 환자와 폐암환자가 각각 38%와 13%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석면폐증은 석면이 폐에 침착해 생기는 병이고, 중피종은 석면가루가 폐 흉막 등에 쌓여 발병하는 종양입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현재 석면사용이 금지됐습니다. 한국은 지난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에 석면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유해물질로 규정하면서 석면사용을 서서히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석면사용이 전면 금지된 배경을 안 소장을 통해 들어봅니다.
(안병옥) 석면 함유 제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일부 제품에는 금지 적용을 유예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석면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2009년 9월에는 공산품에 대해서 석면사용을 금지했는데, 그 이유는 같은 해 4월에 학생들이 많이 쓰는 고무풍선, 자전거 브레이크 등 일부 공산품에서 석면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건설) 근로자의 경우, 업무상 석면 관련 질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석면 함유 제품의 제조, 양도, 수입, 제공, 사용 등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석면의 악영향은 남한에 국한된 사안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석면 문제가 북한의 산림훼손 다음으로 관심을 가질 중요한 환경 사안이라고까지 합니다. 일례로, 대구보건대학교의 김혜태 보건환경과 교수는 한국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석면 폐해는 쉽게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삼림피폐와 많이 닮았다면서 북한의 석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쉽게도 북한은 해방 이후에는 석면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에 개발된 석면광산이 존재한다고 안 소장은 말합니다.
(안병옥) 일본이 식민지 시절에 전쟁을 일으키면서 많은 군수물자를 동원했습니다. 비행기, 차량, 군함 등 군수물자의 경우 엔진을 사용합니다. 이 엔진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단열제로 석면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일본이 이 석면을 얻기 위해서 1920년부터 1940년까지 남한에 36군데, 북한에 10군데 정도 석면 광산을 개발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석면 생산이 중단된 한국과는 달리 북한은 여전히 석면 슬레이트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05년 조선영초건재품합영회사에서 생산하는 석면 슬레이트가 뛰어난 품질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03년 중국 기업과 합작으로 건설된 석면 슬레이트 공장이 슬레이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무역성 건재무역회사가 중국 길림성 방직수출입공사, 장춘영초과학주식유한공사와 합작으로 수백만㎡의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과 판매 기지를 신설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생산되는 석면 슬레이트가 물리화학적 변화에 강할 뿐 아니라 색깔이 다양해 건물의 품위를 높이고 도시미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북한에는 '하모니카 집'이라는 이름의 석면 슬레이트로 된 단층 주택이 많이 보급돼 있어 피해가 우려됩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남쪽에서 있었던 피해나 북쪽에서 있었을 피해나 같을 겁니다. 석면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는 한 악성 중피종이나 폐암을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석면 함유 제품을 다룰 때 충분한 보호 장구를 갖추지 못하고 일을 한 경우에는 작업장 내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남쪽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이를 미루어봤을 때, 북한이 보호 장구를 남쪽에 비해서 훨씬 많이 갖추었다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석면 피해를 입은 주민이나 근로자들이 다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상합니다.
때문에 방치상태에 놓인 북한의 석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남북협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예컨대, 남한의 농촌에서 연간 약 30만 톤 정도 수거되는 영농용 비닐에 무기재료를 첨가해 성형하면 좋은 지붕재인 인조 기와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양산해 북한에 공급한다면 거주 환경의 개선과 주민의 보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안 소장은 무엇보다 기술협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안병옥) 이런 저런 측면에서 남북 협력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남쪽에서는 석면이 함유된 석면 슬레이트로 된 건물의 경우 단계적으로 해체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석면 슬레이트 건물을 해체하고 석면이 없는 자재를 써서 건물을 건축하고 있습니다. 석면이 함유된 제품이나 건물을 해체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기술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석면을 해체할 때는 보호 장구, 즉 방진 마스크, 장갑, 눈 보호용 안경 등이 필요한데, 북한에 그런 보호 장구가 충분치 않을 경우, 남쪽에서 북한 주민들과 북한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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