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69] “기후변화, 세계 평화와 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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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과연 기후변화를 논의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다룬 최근 회의를 들여다 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의제의 하나로 기후변화를 논의하자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달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국인 독일이 소집한 최근 회의에서 유엔 고위 관계자와 서방 선진국 대표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세계 평화와 안보의 위협요소라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말입니다.

(반기문)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국제평화와 안보에 빠른 속도로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어떤 국가든지 상관없이 빈번한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긴급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서방 대표들은 구체적인 예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건조 현상이 수단 다르푸르와 소말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특히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홍수와 가뭄, 식량 비축분 감소 등 여러 위기를 가져와 전 세계적으로 안보와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방의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환경과 안보를 한 테두리에서 봐야 한다는 최근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안보와 환경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2009년 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의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는 '환경'이 국가 안보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2007년 11월에 내놓은 보고서도 "남극의 줄어드는 빙산이 국제 안보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예컨대 자연재해에 따른 대규모 환경 난민의 이동, 가뭄·홍수로 식량난을 겪는 북한의 경제 등이 안보환경의 급변요소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일부 다른 이사국들은 기후변화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기보다는 유엔환경계획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등과 같은 다른 기구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판킨 주유엔 차석대사의 말입니다.

(알렉산더 판킨) 안전보장이사회가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것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정치적 분열 양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루기에 적적한 기구가 이미 유엔에 존재합니다.

마리아 루이자 리베이로 비오티 주유엔 브라질 대사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안에서 결실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이산화탄소, 탄산가스 등 온실가스의 방출을 제한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려는 협약입니다.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협약의 수정안입니다.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문제를 의제로 삼는 데 실패하자,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립을 위협받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의 마커스 스테판 대통령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앞서 남극조사과학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온난화 추세가 지속되면 2100년에는 해수면 수위가 애초 예상의 배나 되는 1.4m가 상승해, 나우루를 포함한 섬나라들이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스테판 대통령의 말입니다.

(마커스 스테판)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사회의 평화가 안정에 계속 관여하려면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발과 문화, 종교적 관용이 안보에 주는 함의를 조사한 것에 대해 환영합니다. 그러나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리 시대의 최대 안보위협을 무시한다면 스스로 책임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마크 라이얼 그랜트 주 영국대사는 기후변화가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는 내용의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을 채택해야 한다면서 "분쟁 예방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주요 임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도 같은 생각입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발언, 잠시 들어보시죠.

(수전 라이스) 안전보장이사회가 기후변화가 국제변화와 안보에 위협적이라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한심하고 근시안적 행태입니다. 이건 완전한 직무유기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이런 격론 끝에 결국 "해수면 상승으로 군소 도서국들을 비록한 일부 국가들이 영토를 상실하는 게 안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간단한 의견 표명 수준의 성명을 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전 세계 조류 종의 10분의 1 이상이 사는 '새들의 천국' 인도네시아의 명성이 광범위한 산림 개발 등으로 위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열대림을 가지고 있고 이곳에 전 세계 1만 여종의 조류 가운데 1천600여종이 살고 있으며 이 지역 고유종만 400종에 가깝습니다. 자바 섬 하나에만 450여 종의 조류가 살고 고유종도 37종이나 됩니다. 그러나 최근 자원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조류서식지가 파괴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부 종들이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류보호단체인 '바룽 인도네시아'는 현재 인도네시아 내 멸종 위기 조류가 123종에 달한다며 이증 18종은 '매우 위험'한 상태로, 31종은 '위험', 74종은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 동해안 대표적 석호의 하나인 속초 영랑호의 매년 반복되는 물고기의 집단폐사가 바람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강원대학교 김범철 교수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매년 여름철이면 반복되는 영랑호에서의 어류 집단폐사 원인을 강한 바람으로 꼽았습니다. 김 교수는 영랑호가 염분이 증가해 해수호로 변모한데다 부영양화로 준설 이후에 깊이 3m 이하에는 무산소층이 형성돼 바람이 강할 때면 호수 깊은 곳의 무산소층과 축적된 암모니아, 유독 기체인 황화수소가 표층으로 확산돼 어류 폐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