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국제형사경찰기구 관계자를 통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환경 관련 범죄를 들여다봅니다.
(아프리카 코끼리들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장면)
최근 미국의 피아노 수입회사가 코끼리 상아를 대규모로 밀수입하다 적발됐습니다. 미국 애틀랜타 검찰은 조지아 주에 있는 피아노 수입업체 A-440 피아노스가 국제적 거래 금지 품목인 코끼리 상아를 밀수하다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업체가 코끼리 상아를 피아노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코끼리 855마리 분의 상아 1,710개를 들여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등 야생동물을 밀렵해 밀매하거나, 동남아시아 천산갑과 같은 희귀어의 불법 어로 등 환경 관련 범죄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은 아프리카에서 상아와 코뿔소 뿔을 밀매하다가 수차례 체포됐습니다. 이들로부터 상아를 압수한 사건만 봐도 1999년 케냐에서 690킬로그램, 1999년 모스크바에서 537킬로그램, 1998년 프랑스에서 576킬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범죄 행위의 규모가 커지고 각국의 범죄 조직과 연계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 관련 범죄는 마약 밀매, 금품 갈취 등 기존 범죄활동보다 사법 당국의 감시 체계가 빈약하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수익 전망도 좋아서 범죄조직들의 안전한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게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의 판단입니다. 인터폴 내 환경범죄국 책임자인 저스틴 고슬링 씨의 말입니다.
저스틴 고슬링:
What we are finding is increased involvement of organized crime networks in environmental crimes... (더빙) 점점 더 많은 범죄 조직들이 환경 범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멸종 위기의 동식물뿐만 아니라 오존층 파괴물질을 밀거래하는가 하면, 심지어 국가 간 유해폐기물을 불법으로 거래합니다. 거래규모는 엄청납니다.
환경과 관련한 범죄는 일반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새뮤얼 와서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야생동물 밀매 시장의 경우 연간 약 200억 달러나 되는데 매년 압수되는 상아만 약 2천만 달러에 이를 정도입니다. 수익성은 마약 밀매에 맞먹으면서도 적발될 경우 처벌은 훨씬 가볍기 때문에 범죄조직들이 이러한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폴 환경범죄국은 2005년 한 어선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호주 연안까지 무려 약 6천㎞를 항해해와 암시장에서 상당한 값이 나가는 멸종위기 희귀어류 메로, 즉 비막치어를 불법 조업하다 호주 해군에 붙잡힌 사례도 환경 관련 범죄의 막대한 수익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환경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국가 간 관련 정보 교환과 수사협력은 물론 보다 강력한 국제협력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적극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중순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CITES, 즉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 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을 지지하고 환경 관련 범죄에 맞서 싸우기로 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입니다.
저스틴 고슬링:
Interpol does have a specific environmental crime program and what we do... (더빙) 인터폴은 환경 범죄만을 따로 다루는 부서를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사법당국이 마약, 인신매매 등 기존 범죄에 초점을 두면서 환경 관련 범죄는 상대적으로 감시망이 취약했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인터폴은 180여개 회원국의 환경 범죄 수사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국가 간 정보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환경 관련 범죄자를 잡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일단 잡히면 기소하거나 상당한 벌금을 물리도록 해야 합니다. 또 정부 차원에서 환경 범죄가 환경과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심각한 조직범죄라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하도록 힘써야 합니다.
실제로 환경 범죄의 확산으로 희귀 동식물이 멸종하고 오존층을 필요 이상으로 파괴하는데다 토양, 해양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등 지구 환경이 크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범죄행위는 국제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밀거래 자금이 돈세탁을 통해 국제 범죄 조직의 주요 자금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근절되기 어려운 환경 범죄. 국가 간 사법 공조체제 구축, 다자, 쌍무 차원의 무역 제재 등 공동 대응 노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