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32] 생태계 파괴 ‘도토리 무단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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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도토리의 무단채집을 들여다봅니다.

(동요" 산골짝의 다람쥐": 산골짝의 다람쥐/아기 다람쥐~/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다람쥐가 부지런히 도토리를 줍는 일, 가을이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죠? 하지만 이 행동은 방금 들으신 동요처럼 한가롭게 소풍을 하는 게 아닙니다. 춥고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철을 살아남기 위해 숲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도토리 줍기에 한창 바쁜 것입니다.

이런 다람쥐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먹이 활동이 한국에서 점점 큰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도토리가 몸에 좋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가면서 일반인들은 물론 등산객까지 가세해 도토리를 줍겠다고 아예 자루를 들고 설치는 바람에 참나무 밑은 길이 나 반질반질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좀 더 많이 따겠다고 작심하고 긴 대나무 작대기를 들고 다니며 틀어댑니다. 더 야속한 것은 다람쥐들이 겨울 양식으로 가을 내내 애써 물어다 놓은 도토리까지 뒤져 다 털어 가는 겁니다. 이러한 얌체 짓은 따지고 보면 큰 도둑이나 다름없는 셈인데요, 마침내 한국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를 자연훼손으로 간주해 탐방객의 도토리 채집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문광선 과장입니다.

문광선: 도토리 채취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도토리를 사업 목적으로 대단위로 채취해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단속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이 많이 줄었지만, 일반 탐방객들이 주워가는 도토리 양이 뜻밖에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어서 이번에 일반 탐방객들에게도 이 법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계룡산, 내장산, 북한산, 설악산 등 한국 내 여러 유명한 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도토리 등을 사업적 목적으로 대량 채취하다 적발되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미화로 2만 7천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량의 도토리를 줍는 것도 현장에서 적발되면 10만 원, 미화로 약 90달러의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국립공원에서 도토리 등 식물 채집을 하다 적발된 건수는 2007년 109건, 2008년 89건, 2009년 61건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탐방객은 도토리를 한 줌, 두 줌 이상씩 주워가고 있습니다.

공단 측은 다람쥐, 반달가슴곰 등 야생동물의 주된 먹이인 도토리의 올해 결실량이 많이 감소해 불법 채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자연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점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문광선: 떨어있는 도토리를 주우면, 도토리가 떨어진 지 하루 이틀만 지나도 벌레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도토리는 야생동물의 먹이이기도 하지만, 곤충들이 알을 낳는 장소로도 많이 이용합니다. 그래서 곤충들의 번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 그 곤충의 알에서 애벌레가 된 것을 먹이로 하는 새들의 먹이가 줄어드는 그런 영향도 있습니다.

실제로, 바구미는 도토리의 속살을 먹고 그 곳에 알을 낳습니다. 애벌레는 나머지 속살을 먹고 자랍니다. 애벌레는 도토리에서 기어 나와 흙 속으로 파고드는데, 애벌레는 어미로 변하기 전 5년까지는 그 곳에 삽니다. 도토리 나방 역시 도토리 속에 알을 낳습니다. 애벌레가 깨어나면 도토리를 좋아하는 다른 곤충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아버립니다. 거위벌레도 도토리에 주둥이로 구멍을 뚫고 산란한 후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주둥이로 잘라 땅으로 떨어뜨립니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도토리 속을 먹고 자랍니다. 성충도 도토리에 주둥이를 꽂고 즙을 빨아 먹고 삽니다.

장기적으로는 야생동물과 곤충에도 필요하고, 사람에게도 좋은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자랄 소지를 없앨 수 있습니다.

문광선: 가을에는 도토리뿐만 아니라 여러 열매가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열매를 많이 주워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꽃들의 열매도 있고, 나무들의 열매도 있는데, 우리가 도토리나무 하나에서 떨어지는 열매 중에 모든 도토리가 다 싹을 피우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환경에 맞고, 생육조건에 맞는 곳에서만 도토리가 날 수 있는데, 어떤 것이 자랄지 모르는 겁니다. 도토리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환경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는 도토리나 다른 식물의 열매를 따가는 것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는 못 먹어 배고팠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도토리를 비롯한 산열매를 싹쓸이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다람쥐, 참나무, 도토리, 사람 모두 하나의 생태계 안에 연결돼 있기에,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인도네시아 국립화산경보센터는 26일 저녁 중부 자바에 위치한 메라피 화산이 분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메라피 화산의 해발은 2천914m입니다. 이 지역 화산 전문가인 수반드리요 씨는 메라피 화산이 이날 해가 지기 직전 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앞서 수 시간 동안 화산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화산재로 인근에 있던 주민 20여 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메라피 화산의 폭발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지난 25일 화산경보를 폭발 임박을 의미하는 적색경보로 높이고 인근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메라피의 용암돔 아래의 압력이 높아지면 최근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화산 폭발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메라피 화산은 지난 1930년 한차례 폭발해 1천300여 명이 숨졌으며 2006년 6월 마지막으로 폭발해 2명이 숨졌습니다.

-- 한국의 환경운동단체가 전라남도 여수지역 갯벌에서 멸종위기종인 갯게를 발견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수지역 환경운동단체인 서남해환경센터 한해광 사무국장은 최근 여수시 율촌면 조화리 마을 앞 갯벌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 2급인 갯게 수 개체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국장은 작년부터 벌여온 여수지역 연안습지 생태조사 과정에서 조화리 마을 앞 갯벌에서 등 길이 4.5㎝, 너비 3.5㎝ 크기의 갯게 수십 개체가 기어 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사진으로 찍어 확인을 위해 국립생물자원에 이 사진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한 국장은 "갯게는 참게과 게 중에서 가장 크고, 등껍질이 타원 형태의 특징을 갖고 있다"며 "여수에서도 옛날에는 흔했으나 갯벌이 사라지거나 오염되면서 지금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태인데 이번에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한 국장은 "특히 갯게 색깔이 통상 갈색인데 이번에 발견된 것 중에는 특이하게 황색을 띤 개체도 있었다"며 "이 갯게 서식지에 대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최근 현장에 나갔으나 추운 날씨 때문에 갯게들이 갯벌 속으로 파고들어 갔는지 육안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갯게로 확인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