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중국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한반도의 바다를 들여다봅니다.
(주민) 4계절 내내 계속 와서 해도 해도 끝도 없습니다. 죽겠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시 화양면에 사는 한 주민이 한국의 민영 KBC광주방송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바다 쓰레기를 두고 한 말입니다. 방송 화면을 보면 바다에서 밀려온 각종 쓰레기가 해안가에 띠를 이룬 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 쓰레기는 지난해 8~9월 사이 북한 함경북도와 중국 연변 일대에서 발생해 한국 동해안으로 유입된 것과는 다릅니다. 앞서, 지난 8월 말 함경북도 지역에서 태풍으로 발생한 홍수로 주택 3만여 채가 파괴되고 7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전라남도 여수시처럼 겨울철에 한반도의 서해와 남해로 밀려드는 쓰레기는 주로 중국 쪽에서 나왔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겨울철에는 북서 계절풍의 영향이 있는데, 중국 연안을 따라서 쓰레기가 남쪽을 향해 움직이는 흐름이 있습니다. 또 중국의 남쪽, 즉 동중국해 경계 해역에서는 중국 연안을 따라 제주도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조류의 흐름을 타고 중국의 쓰레기가 제주도나 남해안 쪽으로 많이 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겨울철에는 중국 어선들이 성어기이기 때문에 대거 몰립니다.
특히 이 중국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면서 한반도의 남해와 서해에 버리는 쓰레기 발생량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꽃게철인 지난해 말,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는 여전히 하루 평균 108척의 중국어선이 출몰했습니다.
(안병옥) 현재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는 민간단체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쓰레기 종류가 상당히 다양합니다. 냉장고 문짝, 슬리퍼, 기름을 넣어둔 드럼통, 플라스틱 등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폐기물들의 겉을 보면, 표면에 중국어가 쓰여진 경우가 많고, 중국어가 없더라도 국가별 바코드가 있는데, 그게 중국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중국 국기라든가, 중국 군복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코드는 상품의 포장지나 꼬리표에 표시된 희고 검은 줄무늬로 그 상품의 정체를 표시한 것입니다. 바코드 아래에는 13개의 숫자가 있는데, 그 중 앞쪽 3자리 숫자는 국가별 식별코드로 한국은 항상 880으로 시작됩니다.
한 해 한국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대략 16만톤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에서 온 것입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이게 조사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지금 한반도 연안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 양이 연간 16만톤 정도입니다. 이 쓰레기 중에서 3분의 2 정도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파악된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서남해안에 몰려드는 13% 정도가 외국산인데, 외국산 쓰레기의 89% 정도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퍼센트는 서남해안 지역 전체를 놓고 보는 것입니다. 특정 지역을 보면 중국산 쓰레기의 비중이 훨씬 더 큰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제주도나 진도 같은 경우, 몰려드는 해양 쓰레기 중에서 무려 97%가 중국산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달러 확보를 위해 중국에 어업 조업권을 판매하는 바람에 중국의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지난 9월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3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지난해 서해 어업 조업권을 팔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판매한 어업 조업권은 평년의 3배에 달하는 1500여 척에 조업 권리를 준 것입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중국 어선들이 불법으로 폐기름이나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이야깁니다. 특히 기름유출 문제가 심각한데, 항공 감시를 통해서 잡힌 사례도 굉장히 많습니다. 고의적으로 버리지 않았다 해도, 중국 어선들은 노후화된 게 무척 많습니다. 옛날에 만들어진 선박들이기 때문에 배가 움직이면서 기름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설상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면서 버린 쓰레기와 기름 찌꺼기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하겠습니다.
남한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양 쓰레기 수거에 나서고는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서해의 어획량이 줄고 중국 어선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기름 찌꺼기로 환경오염이 심각해 북한 당국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북한은 제가 가진 정보가 없습니다. 쓰레기를 어떻게 수거해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남한의 경우,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재 이런 해양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매년 이 쓰레기를 수거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처리 비용이 무척 많이 듭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몇 억원에서 몇 십억 원까지 드는데 예산이 편성되기가 어려워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자체적으로 있는 경우에는 쓰레기를 수거해서 이 시설에서 처리하는데, 쓰레기 처리시설이 없는 경우나 부족한 경우에는 외부로 반출해서 위탁하는 실태입니다.
가까운 예로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의 경우, 홍도출장소 직원 10명이 총동원돼 일주일 2번씩 해양쓰레기 치우기에 나서지만 밀려드는 쓰레기 양이 워낙 많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 소장은 한국이나 북한 단독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안병옥) 이것은 국가간 쓰레기 이동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간 협력이 기초가 되야 합니다. 재작년 11월에 한국, 중국, 일본이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이 선언문에 해양 쓰레기 문제가 언급돼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결국은 세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동협력을 해야 하고, 그 협력내용 중에는 자국민들에게 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하도록 노력을 하고, 해양 쓰레기가 어디서 얼만큼 발생해서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또 이게 어떤 피해를 낳는지 모니터링을 한다든지 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