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조그만 섬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추진 방안을 들여다봅니다.
(밤섬 철새들의 울음소리)
군무를 이룬 수천 마리의 철새들이 쉴 새 없이 울어대는 겨울 녘 밤섬의 모습입니다. 한강에 있는 모래섬인 밤섬은 와우산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밤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1960년대까지 600여명의 주민이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68년 여의도 개발에 쓸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한 제거공사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모래가 쌓이고, 억새와 갯버들 등 습지 식물이 돌아오면서, 40년이 지난 지금은 도심 한복판의 철새 도래지로 부각됐습니다. 한국의 조류학자인 경희대 명예교수 윤무부 박사의 말, 들어보시죠.
(윤무부) 아주 추운 1월 달에 장관을 이루죠. 민물가마우지, 갈매기 종류, 청둥오리 종류, 그 외에 많은 오리 종류들이 수천 마리 와요. 아주 경관이 좋은데...
한국 환경부에 따르면, 해마다 밤섬에는 매, 새홀리기, 말똥가리 등 법정보호종 7종, 원앙ㆍ황조롱이ㆍ솔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3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27 헥타르, 축구장 스무 개 남짓한 작은 면적에 모두 582종의 생물이 서식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강 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생태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람사르 습지란 국제적인 습지보호구역을 말합니다. 람사르는 카스피 해에 접한 이란의 휴양도시입니다. 1971년 이곳에서 국제 협약인 '람사르 협약'이 체결되면서 '람사르 습지'라는 이름아래 습지를 보호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람사르 협약에서는 생물다양성보전을 위해 국제적으로 중요하거나 독특하고 희귀한 유형의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여 보호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 160개국에서 1천970곳이 지정돼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는 밤섬에 대한 람사르 습지 등록신청서를 이달 중으로 람사르사무국에 낼 계획입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람사르사무국은 밤섬의 생물다양성과 생물지리학적 특성, 보전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4월께 밤섬을 람사르 습지로 지정할 전망입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사이에 떠있는 밤섬의 독특한 유형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박동순 씨는 이같이 평가합니다.
(박동순) 밤섬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로서 생태적 보전가치가 뛰어난 곳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과거 한강 개발에 필요한 골재 채취를 위해 폭파됐다가, 토사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복원되는 등 형성 과정의 지형학적 가치 역시 크다고 말합니다.
일부에서는 단하나 아쉬운 점으로 물을 따라 흘러들어와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식물 '가시박'을 꼽습니다. 밤섬에 있는 '가시박'을 걷어내 보면 안에선 버드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일같이 걷어내도 하루 30cm씩 자라나는 데는 속수무책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작은 연못과 물길을 만들어주면 양서류와 파충류가 더불어 살아나고 '가시박'도 퇴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귀곤 서울대 명예교수의 말입니다.
(김귀곤) 연못과 물길을 만들어서 지하수위가 높아지면 육상식물인 가시박은 사라지게 됩니다.
한편, 현재 한국 내에서는 1997년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용늪을 시작으로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 충청남도 태안군 두웅 습지, 전라북도 고창군 운곡 습지 등 모두 17곳이 '람사르 습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밤섬까지 등록되면 한국 내에만 18개의 습지가 국제 습지로 인정받게 되는 셈입니다.
북한은 아직 람사르 습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루미가 월동하는 북한 강원도 안변 지역에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두루미의 주요 월동 지였다가, 1998년 이후 두루미가 월동하지 않게 된 안변 지역에 대해 국제두루미재단이 2008년 복원 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 가을 두루미 42마리가 안변평야에 며칠 머무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국제두루미재단이 최근 3년 동안 이 사업에 들인 돈은 2억 원, 미화로 약 17만 달러 정도 됩니다. 재단 측은 앞으로 5년 동안 습지 복원 사업을 더 벌일 예정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크루거국립공원에서 코뿔소 밀렵 용의자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습니다. 공단은 최근 공개한 성명에서 크루거 공원 경비원들이 수색을 벌이던 중 모잠비크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2명의 밀렵 용의자를 발견해 곧 교전이 벌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이어 밀렵 용의자들이 교전 중에 치명상을 입어 결국 사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크루거 공원당국은 지난 10일 무려 8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을 당해 뿔이 제거된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였습니다. 공원당국은 지금도 공중 정찰 등을 통한 수색작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011년에만 모두 440 여 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을 당해 숨졌으며 2010년에는 330 여 마리가 희생을 당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전 세계 코뿔소의 약 90%가 서식하고 있는데, 이 나라의 대표적 사파리 관광처인 크루거 공원의 코뿔소가 집중적인 밀렵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 중국이 심각한 가뭄 지역의 철새들을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중에서 먹이를 투하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명보 등 홍콩 언론이 전했습니다. 중국 장시성 포양 호수 국가자연보호국의 우허핑 당서기는 겨울 가뭄을 겪고 있는 포양호의 철새들을 위해 헬기를 이용해 수수나 옥수수, 생선, 새우 등 먹이를 투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먹이를 찾는 새들이 흩어져 있어 처음으로 공중 살포를 계획하게 됐다면서 먹이가 살포되면 아직 물과 풀이 남아있는 지역에 몰려있는 철새들이 흩어지면서 조류 독감의 발병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자연보호국은 매일 호수 주변을 살피고 있으며 굶어 죽은 새가 발견되면 공중에서 먹이를 살포할 계획입니다. 포양 호는 아시아 지역 최대의 겨울 철새 도래지지만 갈수기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담수 면적이 최대 저수량의 5%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 호수 상당 면적이 바닥을 드러낸 뒤 갈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