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연초 한반도 내 미세먼지의 원인을 들여다봅니다.
(기상캐스터) … 이제는 미세먼지를 주의하셔야 합니다. 경기와 강원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2배 이상 올라가면서 주의보도 내려졌습니다. 황사마스크 챙기셔야겠습니다… (중략)
한국 연합뉴스 TV의 일기예보관이 최근 날씨를 전하는 부분, 들으셨는데요, 올해 초 한반도 남쪽의 수도권에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중국발 영향이 65∼80%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2~5일과 18~19일 수도권 초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0.001㎝ 이하인 미세먼지와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분류됩니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 30분의 1 정도로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그대로 침투해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해롭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수도권으로 유입된 후 남부지역으로 이동하며 한국 내 배출 오염물질을 악화시켜 높은 농도의 초미세먼지를 발생시켰습니다. 당시 중국 영향 비중은 65∼74%로 추정했습니다.
지난 18~19일에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해상으로 유입된 후 한국 내 배출오염물질이 더해지고 대기정체로 오염물질이 축적돼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했습니다. 이 기간 국외 영향 비중은 75~80%였습니다.
이처럼 겨울철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많이 유입되는 이유는 뭘까요? 안병옥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겨울철에 중국이 난방을 시작하는데요, 석탄을 많이 사용합니다. 석탄은 연소하면서 온실가스도 발생시키지만, 많은 미세먼지도 냅니다. 중국에서 아무리 많이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중국 내에서 머물러있으면 한반도에 영향이 없습니다. 그런데 겨울에는 편서풍이 강하게 붑니다. 편서풍은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인데요, 중국 상공에 있는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계절이 겨울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이 되면 봄, 여름, 가을에 비해 한반도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비중보다 중국에서 날라오는 미세먼지 비중이 높아집니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미세먼지 피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얼마 전 탈북자들의 말을 인용해 화력발전소와 인구가 대거 모인 '이중 밀집' 구조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안 소장의 구체적 분석입니다.
(안병옥) 북한의 화력발전소들, 특히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의 경우, 상당히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후화됐다는 것은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효율이 굉장히 낮은 발전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똑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내면서 대기오염 물질은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들이 가동된다는 겁니다.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남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에너지난을 겪기 때문에 주민들이 땔감이나 농산물 부산물을 태워서 난방이나 취사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설령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해도 인구밀집 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하면, 바람의 세기나 풍향에 의해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북한에선 장거리 송전망 시설을 하기 어려워 전력소비지와 발전소가 세워진 장소가 멀리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해도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주는 피해는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 전역에 설립된 주요 발전소 8곳 중 6곳은 평양과 평남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화력발전소 6곳은 전체 화력발전소 총 설비용량인 301만 ㎾ 중 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조건에 따라서는 중국발 초미세먼지를 이야기할 때 상당량은 북한의 대기오염 배출 영향이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수도권은 북한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입니다. 안 소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남북한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병옥) 우리가 과학적으로 측정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언은 할 수 없습니다만, 가능성은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남쪽으로 날라 올 수 있습니다. 거꾸로, 남쪽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북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양이 전체 비중에서 어느 정도 될 것이냐 하는 점은 측정망을 조밀하게 설치해서 장기간에 걸쳐서 분석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보다 큰 문제는, 최근 대기오염 장거리 이동 파악을 위한 한국, 중국, 일본 간 교류가 활발해져 다행이지만, 정작 북한과 환경정보에 대한 교류가 전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안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안병옥) 남과 북이 다른 분야는 몰라도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분야에서는 협력체제를 구축해나간다면 참 좋겠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의 경우에는 대기오염과 관련해서, 특히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모니터링, 정보 공유 등 많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북한과는 군사적, 정치적 이유로 이런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북아 시아 6개국, 즉 남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의 경우 과거부터 환경협력체를 구성해서 협력해온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아무르산 호랑이 보전 문제, 대기오염 문제까지도 협력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돼있지만, 남북이 직접 대화하는 게 어렵다면 동북아 6개국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를 통해서 차츰 협력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안 소장은 남북한 주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를 마시는 날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남북한 간 대기오염에 대한 신속한 정보교류를 위해 남측이 대북 기술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병옥) 대기오염 대응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공유입니다. 만일 북한에 대기오염 측정망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남쪽에서 대기오염 측정망과 관련된 설비를 제공해주고, 북한이 설비를 사용해 축적된 자료를 남쪽에 제공해서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등 그런 부문부터 시작하게 되면 남과 북이 대기오염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가 조금 더 튼튼하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