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백두산 호랑이의 복원 노력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백두산 호랑이 2마리가 방사를 위해 최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송됐다죠? 호랑이가 자취를 감춘 지 약 100년 만에 한반도 남쪽 숲에서 다시 포효할 것으로 보이네요.
장명화: 네. 한국 산림청은 백두산 호랑이 수컷인 ‘두만’이와 ‘금강’이 경상북도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호랑이 숲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임시로 문을 연 백두대간수목원은 전시·연구·휴양 기능의 복합 수목원입니다. 이번에 옮겨진 두만과 금강은 2005, 2011년에 중국에서 기증받은 호랑이입니다. 각각 경기 포천시 소재 국립수목원과 대전동물원이 돌봐왔습니다.
양윤정: 예민한 백두산 호랑이를 옮기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호랑이가 운송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도록 5시간에 걸쳐 운송작전이 진행됐습니다. 호랑이가 긴장해 다치지 않도록 마취된 상태에서 항온항습 차량을 이용해 옮겨졌습니다. 고속도로를 시속 70km로 45분간 달리고 15분 쉬는 식으로 마취된 호랑이가 조심스럽게 옮겨졌습니다. 대전 오월드의 동물관리팀에 속한 강영호 사육사가 한국의 YTN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강영호) 성격이 아주 좀 까다로운 게 있어서 저희가 사육하는 과정에서도 보면 조금 애먹고 그런 경향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무 탈 없이 잘 컸고 건강상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양윤정: 현재 두 호랑이는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안타깝게도, 호랑이 2마리 중 한 마리가 3일 병으로 폐사했습니다. 숨진 백두산 호랑이는 대전 오월드동물원에서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옮긴 11살 '금강'입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금강이는 수의사들의 1차 부검 결과 만성신부전증에 따른 병사로 밝혀졌으며 오래 전부터 병을 앓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림청은 정확한 폐사원인을 확인키 위해 금강이의 조직을 떼어 내 백두대간수목원 인근의 한 국립대학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는 3주가량 지난 뒤 나올 예정입니다. 산림청은 금강이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가운데 대전에서 경상북도 봉화까지 수백㎞를 5시간에 걸쳐 이동하면서 높아진 심리적 압박으로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금강이와 함께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옮겨온 15살 백두산 호랑이 '두만'이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입니다.
양윤정: 그러면 앞으로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은 어떻게 운영됩니까?
장명화: '호랑이 숲' 규모는 4.8ha인데요, 한국에서 호랑이를 키우는 가장 넓은 지역으로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됐습니다. 그 동안 우리에 갇힌 호랑이 대신 숲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백두산 호랑이를 만날 수 있도록 마련됐는데요, 산림청의 박종호 산림이용국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박종호) 하반기에 서울대공원에서 암놈 2마리 수놈 1마리까지 같이 도입을 해서 하반기에 정식으로 호랑이 숲 운영을 할 계획입니다.
양윤정: 한민족을 상징하는 백두산 호랑이는 대체 언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까?
장명화: 사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에서는 호랑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으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1921년 경상북도 경주의 대덕산에서 발견된 뒤 한반도 남쪽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정설입니다. 현재 한국 내 동물원에 있는 50여 마리의 백두산 호랑이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에서 들여온 것입니다. 지금은 러시아 연해주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중국, 북한 접경 지역에 450마리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양윤정: 앞서, 두만이와 금강이가 중국에서 기증받은 백두산 호랑이라고 했는데, 중국 측이 백두산 호랑이를 복원시키는 일을 장기적인 계획 아래 노력하는 모양이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중국은 두만강 근처인 북한·러시아 국경 지대에 백두산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중국 첫 국립공원을 조성 중입니다. 이 국립공원이 완성되면 러시아 연해주에 유일하던 백두산 호랑이의 번식지가 새로 생기는 셈입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해 8월 중국 동북부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호랑이를 보호할 국립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공식 출범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2017년 양회 때 시진핑 주석이 보전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표시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호랑이 국립공원’의 위치는 과거 백두산 호랑이의 주 서식지였던 백두산 생태계 가운데 중국과 북한·러시아의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건너편 일대입니다. 북경사범대학 펑 리민 등 동물학자들이 2012~2014년 동안 무인 카메라 2000개를 설치해 조사한 결과, 이 지역에는 호랑이 27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의 호랑이는 잣나무 원시림 등 산림 벌채, 밀렵, 먹이 동물인 사슴과 멧돼지의 남획 등 때문에 급격히 감소했는데요, 1940년대엔 유일하게 남은 러시아 연해주의 야생 호랑이 개체수가 40마리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호랑이 국립공원 설계에 참여한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호랑이 전문가는 “러시아의 호랑이 서식지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서식지를 확대할 여지는 중국 쪽밖에 없다”며 “이번 계획은 중국이 호랑이 복원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둘 기회”라고 ‘사이언스 뉴스’에 말했습니다.
양윤정: 러시아와 북한 역시 사라진 백두산 호랑이를 찾기 위해 실태조사를 벌이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맞습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은 지난 2015년 12월 중순에 세르게이 아라밀레프 ‘아무르 호랑이센터’ 연해주 지역소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호랑이 개체 수를 파악하는데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러시아 전문가들이 북한에서 호랑이 개체 수를 조사하는 방안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 정부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백두산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조선범'이라고도 불립니다. 세르게이 아라밀레프 소장은 "현재 아무르 호랑이가 러시아, 중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에도 아무르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리 다르만 세계야생동물기금 지역소장은 "북한 북부지역이 호랑이 서식을 위한 모든 조건이 마련돼 있으며, 러시아 호랑이 암컷과 새끼 2마리가 북한으로 넘어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리 주라블레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생물학, 토양연구소장은 "호랑이 개체군 복원사업에 관심을 갖는 국가 중 한국도 포함된다"며 "한국 북부지역에 일부 자연조건이 조성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