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강원도에서 확산하는 소나무 재선충병을 들여다봅니다.
(선구자)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곡으로 뽑힌 ‘선구자’의 한 소절 들으셨는데요, 아시다시피 ‘솔’은 소나무를 말합니다. 소나무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나무인데요, 예부터 가장 좋은 건축재, 가장 좋은 땔나무, 가장 좋은 장례용 관제였습니다.
이런 소나무가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강원도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어 방재작업에 나섰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하는 재선충에 의해 소나무가 말라 죽는 병입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강원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견되지 않아 청정지역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정도를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선충을 몸 속에 담고 옮기는 ‘북방수염하늘소’라는 곤충입니다. 이 곤충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많이 올라가면 부활할 수 있는 조건이 많이 나아지면서 개체수가 늘어납니다. 북방수염하늘소가 늘어나면, 소나무 재선충이 옮겨질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재선충에 걸린 나무들은 베어내게 되 있는데요, 모두 벌목을 하게 돼있습니다. 이 나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경우, 감염 위험성이 커집니다. 이번에 강원도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견되기 이전에 강원도 인접지역인 경기도에서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들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아마도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유입된 게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소나무 재선충병은 춘천을 시작으로 원주, 강릉, 횡성, 홍천, 정선 등6개 시군에서 164본이 감염된 가운데 확산 중에 있습니다. 문제는 소나무 재선충은 천적도 없어 한번 감염된 나무는 대부분 고사한다는 데 있습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재선충은 소나무나 잣나무에 기생하는데, 나무를 갉아먹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머리카락 크기 정도인데, 약 0.6mm에서 1mm 정도로 굉장히 가느다란 머리카락처럼 돼있습니다. 재선충이 왜 문제가 되냐면 번식력이 무척 강해섭니다. 재선충 한 마리가 20일 만에 20여만 마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 상당히 무서운 겁니다. 또 나무를 고사시키는데요, 나무의 혈관을 ‘가도관’이라고 하는데, 가도관을 재선충이 모두 막아버리기 때문에 나무가 수분이나 양분을 빨아들이질 못합니다. 결국 말라 죽습니다. 이를 치료할 수 있으면 좋은데, 한번 걸리면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한번 걸리게 되면 나무 전부다 잘라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강원도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에서 활동하는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 우화시기 전인 3월말까지 1100ha를 예방주사하고 504ha를 방제할 예정입니다. 안 소장은 지금으로서는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합니다.
(안병옥) 예방하는 방법으로 아직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리지 않은 나무들을 대상으로 예방주사를 투여합니다. 걸린 것으로 판명이 되면, 전부 다 베어내게 돼있습니다. 산림청의 방침은 발생지역 반경 2km는 정밀조사를 하게 되있습니다. 정밀조사를 통해서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되면, 반경 20km이내에 있는 소나무는 모두 제거하도록 돼있습니다. 모두 베어내는 것입니다. 뭐 특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들은 모두 베어내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한편, 이번 남쪽 강원도의 소나무 재선충병이 강원도에 위치한 금강산으로 옮겨질 수도 있냐는 질문에, 안 소장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답했습니다.
(안병옥) 재작년 7월에 북한에서 현대아산을 통해 갑자기 남쪽에 요청을 했습니다. 당시 금강산에 소나무가 말라 죽고 있으니까, 남쪽에서 와서 조사해달라고요. 한국 산림과학원과 수목보호협회에 재선충 전문가들이 있으니까, 이들이 방북해서 2박3일정도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다행히 재선충병이 아니었습니다. 전나무잎응애와 솔잎혹파리 등 일반 병해충이었습니다. 재선충병에 비해서 좀 덜 무서운 정도로, 퇴치가 가능한 것이기에, 당시 남쪽에서 지원해서 병해충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번에 강원도에서 발생한 재선충병이 북한 쪽으로, 금강산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있느냐, 저는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벌목된 나무들이 이동한다거나, 교류가 있을 때 감염위험성이 커지는데, 현재 남북한이 교류가 활발하지 않고, 중단됐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적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지난 2008년 북한의 평양과 인근 지역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해 퍼진 것으로 알려져,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 대북단체 관계자는 지난 2008년 한국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선충병으로 보이는 병으로 평양의 야산에 있는 일부 소나무는 물론 동명왕릉에 있는 소나무들도 말라 죽어 가고 있다"면서 "평양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까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북한 언론매체는 2007년 국가과학원이 곰팡이에 감염된 가지가 말라죽는 소나무류 가지마름병과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약제연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재선충병 발병 사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북한은 재선충 방제 기술력이나 약품이 변변치 않다면서, 산림자원이 괴사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남북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병옥) 남쪽은 1988년에 소나무 재선충병을 처음 발견한 뒤, 2014년까지 시달리다가, 그 이후로 조금 재선충병이 줄어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러가지 노력을 통해서 방제를 잘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선충이 발생하는 것을 초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한국 내 훈련된 전문가들에 의해서는 가능한데, 북한에는 재선충병 관련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는 전문가들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일단은 남쪽에 쌓여진 전문지식을 북쪽의 나무전문가들과 정보공유나 공동훈련을 통해 지식을 전수해주는 게 무척 중요하고, 걸리기 전에도 예방주사를 통해서도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의심지역의 경우, 예방주사를 통해 예방하도록 주사제를 지원해 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재선충병이 확산될 경우, 나무 베기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나무베기를 하는 것도 여러 종류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남북이 협력을 통해 해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