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남북한의 구제역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가축시장에서 소 울음소리)
방금 들으신 것은 소의 울음소리인데요, 최근 남한을 휩쓴 구제역의 여파로 많은 가축시장이 폐쇄돼, 이 같은 소 울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랩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 속하는 동물에게 퍼지는 감염병입니다. 구제역에 걸리면 입술, 혀, 잇몸, 젖꼭지,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고 다리를 절며 침을 흘립니다. 또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고 식욕이 떨어져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됩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데다 치사율도 높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구제역이 남한에서 발생한 지 3주째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안병옥 소장은 전국적 확산 일로에 놓여 있던 구제역에 대한 방역차단이 이뤄지고 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안병옥) 2월 2일 충청남도 보은에서 구제역 의심증세가 처음 발견됐습니다. 2월 5일에 처음 확진 판정이 났습니다. 그 이후 전국에서 소 1,400여마리가 매몰 처분됐습니다.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이 9개 농장이고,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인근 농장의 소들을 모두 살처분하다보니까, 살처분된 소의 숫자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습니다. 지금 살처분에 드는 보상금만 80억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는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든 수치입니다.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조류독감이 발생해 닭과 오리가 3,314만 마리가 살처분됬거든요. 그래서 방역당국에서 구제역 발생지 내에서 소나 돼지의 이동금지와 가축시장 87곳 가량을 폐쇄했기 때문에 구제역 확산이 어느 정도 차단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그래서 지난 12일까지 당국이 전국 소 283만 마리를 상대로 O형 백신을 맞혔습니다. 또 7년 만에 남한에서 발병해 예방 백신 부족 논란을 일으켰던 A형 백신은 영국 제조사와 협의 끝에 24일 수입될 예정입니다. 애초에 계약했던 물량과 별도로, 56만 5천 마리에 접종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기존에 계약했던 160만 마리 분량은 예정대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들어오게 됩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한국에서 개발된 백신은 없습니다. 현재 영국의 ‘메리알’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기업에 제조를 의뢰해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 수입비용만 연간 약 700억원 정도로 국가예산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구제역 백신을 수입할 계획인데, 약 3,200만두에 투여할 수 있는 양을 수입할 계획입니다. 지금 국내에서 백신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주로 호흡이나 소화, 배설물을 통해서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수십 km를 이동하기도 하며,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붙어 잠복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구제역, 특히 A형 구제역의 유입 경로와 관련해,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군 군 남면 젖소농장은 휴전선과 10㎞가량 거리에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남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대부분 0형이며, A형은 2010년 1월 2~29일 북한과 인접한 경기 연천·포천 지역이 유일했다는 점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안 소장은 이와 관련해, 오히려 북한보다는 베트남을 지목했습니다.
(안병옥) 지난 2월 9일에 경기도 연천에서 A형 구제역이 확진 판정 됐습니다. 6개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는데요, 일부는 북한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냐고 추정합니다. 왜냐면 겨울에는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는데요, 특히 이 바람을 타고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대 250km까지 이동합니다. 또 하나는 많은 야생동물이 비무장지대를 오가는데, 고라니나 멧돼지가 옮겨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이번 경우, 북한에서 전염됐다기 보다는,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옮겨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종류가 A형인데요, 이 A형 바이러스가 얼마 전 베트남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입니다. 그 염기서열을 조사해보니, 연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상당히 유사성이 높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봅니다.
현재 남한 방역당국은 북한 지역의 구제역 상황을 파악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0년 연천·포천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북한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고, 개성 등 북한 지역에서 과거 이 시기에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 소장은 북한 지역의 구제역 발생 현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안병옥) 북한에서도 2007년과 2010년, 2011년 이년간에 걸쳐서, 그리고 2014년에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유엔에서 북한을 방문해 조사한 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아직까지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알려지지 않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돼있고, 북한 지역 정보가 차단돼있다 보니까,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남쪽에서 쉽게 알 수 없는 형편입니다. 더구나 구제역 발생국가는 이 사실을 국제수역사무국에 신고하도록 돼있는데, 북한은 신고를 아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 내 발생여부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4년 1월 평양 인근지역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구제역 방역에 실패해 한달 뒤인 2월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방역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남한 정부가 제의한 구제역 방역 지원 제의와 이를 위한 실무접촉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올해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면 우려되는 점은 북한주민들이 구제역에 감염된 고기를 먹고 아플 가능성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김광진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구제역과 관련한 위생 관리에 신경쓰기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전염병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을 받고도 배가 고픈 탓에 고기를 그냥 먹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안 소장은 이에 대해 그다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정 두려우면 육회를 피하고 소나 양에서 직접 짠 우유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안병옥)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열에 충분히 가열해서 드셔야 합니다. 왜냐면 열에 가열하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멸하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의 세포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지난 50년간 구제역이 많이 발생했지만, 사람이 감염돼서 사망한 사례는 한번도 없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