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림협력 위해 남북이 마주 앉을까?

0:00 / 0:00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3월 2일 식수절을 맞아 북한의 산림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조선중앙TV) 이들은 수종이 좋은 수천 그루의 나무를 청진시 청암구역 낙타봉 지구에 심었습니다.

양윤정: 방금 조선중앙TV의 보도 잠시 들으셨습니다. 아시다시피 3월 2일은 북한의 식수절인데요, 북한은 언제부터 이 식수절을 기념해왔습니까?

장명화: 식수절은 1947년 4월 6일 고 김일성 주석이 문수산에 직접 나무를 심은 날을 기념해 모든 북쪽 주민이 나무를 심는 날입니다. 1999년부터는 북한 내 기후조건에 맞추어 3월 2일로 식수절을 앞당겼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의 경우, 식수절을 맞아 전국적으로 350여만그루의 각종 나무를 심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산림복구를 자연과의 전쟁으로 선포한 북한에서는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돼 경제림과 보호림, 풍치림, 땔나무림 등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윤정: 산림복구를 자연과의 전쟁으로까지 선포했다는 이야긴데요, 북한의 산림실태가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 까지 북한에서 평양시 면적의 5.6배 크기의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5년 동안 매년 12만 7천 헥타르의 북한 토지가 황폐해졌다면서, 2015년 말 현재 북한의 산림 면적은 약 503만 1천 헥타르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북한 전체 면적의 약 42%에 해당하는데요, 식량농업기구가 분류한 산림화 3단계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북한에서 1년 동안 사라지는 나무가 심겨진 땅의 면적은 평양시 크기보다도 1만 5천 헥타르가 더 넓은데요, 국제규격 축구장 약 13만 개의 산림이 해마다 북한에서 사라지는 셈입니다.

양윤정: 이 같은 북한의 산림 황폐화 주요 원인은 뭡니까?

장명화: 식량농업기구는 뙤기밭 개간이나 벌목, 토양침식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산림 황폐화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더욱 악화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의 김성일 교수의 말입니다.

(김성일) 1990년도에는 전 국토의 68%가 숲이었고요. 그 이전에는 사실 70%를 상회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보게 되면 약 47%, 지금은 아마 그것보다 더 떨어졌을 것으로 봅니다.

이 같은 진단은 심지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마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식량과 땔감을 해결하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산불도 막지 못해 산림자원이 많이 줄었다”며 산림 훼손이 심각함을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부터 산림 복구를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로 내세웠는데요, 올해도 이 정책은 지속됩니까?

장명화: 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토관리사업에 온 나라가 떨쳐나서야 한다면서, 각 지역에 현대적 양묘장들을 꾸리고 산림복구전투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묘장은 식물의 씨앗이나 모종, 묘목 따위를 심어서 기르는 곳을 말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신년사에서는 10년 안에 모든 산에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숲이 우거진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드는 ‘수림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이처럼 대대적으로 나무심기 운동을 펼쳐도 산림이 계속 황폐화되는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탈북자들은 나무를 수없이 심어도 한 해가 가기 전에 사라지기 일쑤라고 지적합니다. 북한 전문가인 김광인 씨의 말입니다.

(김광인)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무를 잘 관리해서 키우는 게 중요한데요, 북한에서는 땔감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심자마자 1년도 못 가서 땔감으로 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 속담에 있듯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됩니다. 당연히 산에 나무가 살아남을 수가 없죠.

양윤정: 사실 1970년대까지 남쪽의 산림 상황도 현재의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먹을 거리, 땔감, 목재를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 민둥산이 많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으니 비가 오면 산의 기름진 겉흙이 빗물에 쓸려 나가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빗물이 일시에 하천으로 몰려 범람해 홍수로 이어져 가옥과 농토가 침수돼 큰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남쪽의 황폐한 산지를 푸르게 가꾼 데에는 허가 받지 않은 입산을 금지하고 식목일 행사와 함께 심은 나무를 가꾸는 육림을 하면서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국민운동인 산림녹화운동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남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림에 가장 성공한 모범국가가 됐습니다.

양윤정: 남한이 산림 복원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북한과 공유하면 좋겠는데요, 산림과 관련한 남북 협력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가장 최근의 협력 사례로는 남한의 민간단체인 아시아녹화기구가 2015년 북한 산림녹화를 위해 묘목 2만3천 그루와 종자 4t을 지원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북한이 핵∙미사일의 기술 수준 고도화를 위한 잦은 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전반적으로 경색되다 보니, 산림협력도 지지부진합니다. 하지만 남한의 통일부가 올해 초 북한 접경지역에 양묘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혀 주목을 끕니다. 통일부는 지난 1월 "북한 산림녹화와 주민 삶 개선, 한반도 생태계 복원, 가뭄과 홍수 대비 등 기후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남북 산림협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내용을 밝혔는데요, 통일부의 정준희 대변인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정준희) 장기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산림녹화가 필요하고 그런 것들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우리 내부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계획 차원에서……

통일부는 특히 "북한의 산림녹화에 필수적인 묘목 생산에는 1~3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며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대북 산림협력 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추진방안을 구체화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남한의 자연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잘 됐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산림 지원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국제사회에서는 올해 식량농업기구를 통해 북한 산림 복구와 식량난 개선 사업에 55만 달러가 지원됩니다. 시범사업은 평안북도 운전군 포속리, 평안남도 순천시 원상리와 황해북도 린산군 봉화리가 선정됐습니다. 이를 위해, 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는 지난 2015년 국제 산림 전문가가 북한을 방문해 산림 복구 산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지 당국자들과 논의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