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환경보호법 시행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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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환경보호법 시행규정을 들여다봅니다. 진행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최근 환경보호법 시행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한국 언론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최근 조선에서 환경보호법 시행규정을 새로 채택·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환경보호법 시행규정은 북한의 ‘환경보호법을 집행해 산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인민들의 건강을 보호·증진시키며 그들에게 문화 위생적인 생활환경과 노동조건을 마련해주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양윤정: 새로운 시행규정은 어떻게 구성됐습니까?

장명화: 모두 4개 장 59개조로 구성됐습니다. 1장에는 해당 기관들이 환경보호사업에서 지켜야 할 원칙, 2장에는 자연환경의 보존과 조성을 위한 원칙적 문제, 3장에는 환경오염 예방, 4장에는 환경보호사업 지도통제 강화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양윤정: 기존에 있던 환경보호법 시행규정과는 무엇이 다릅니까?

장명화: 지난 2011년에 채택한 환경보호법 시행규정은 모두 4개장 55개조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4개 조항이 추가된 셈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과 미국에 있는 관련 전문가들을 접촉해 봤는데, 이밖에 자세한 내용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북한의 환경법제는 외부에서 손쉽게 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시행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북한은 2011년에 환경보호법을 처음 제정한 겁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 1986년 최고인민회의 제7기 5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환경보호법을 제정했습니다. 1986년 이전에는 토지법이나 인민보건법 등에 환경보호 관련조항을 포함시키거나 주석명령이란 법적 형식으로 환경보호에 관한 명령을 채택하거나 내각의 정령 등의 형식으로 공포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보호법 제정 이후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법령 또는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의 정령들을 중심으로 환경관련 개별법들이 채택됐습니다. 최근 환경영향평가법, 바다오염방지법, 대동강오염방지법, 국토환경보호단속법 등 환경에 관한 개별법이 분화돼 단일법 체제하에서 분화해가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이처럼 환경조항을 갖는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시행규정을 개정하는 배경이 뭘까요?

장명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 내 공해와 환경오염의 심각한 사회문제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에 있는 경희대학교 지리학과의 공우석 교수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입니다.

(공우석)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주민들이 에너지난과 식량난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와 식량을 얻기 위해서 산림을 파괴하는 일이 오랫동안 지속돼왔습니다. 특히 1990년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게 일어났고, 최종적으로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현실에 마주친 북한 정부에서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지도자들이 정책으로 지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로 북한이 대외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국제환경기구와 교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유엔의 지구온난화 방지에 부응해 지난 2005년에 교토의정서에 가입했고, 이에 앞서 지난 2004년에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공동으로 북한의 환경상황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문제는 관련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대기, 수질, 토지, 산림을 제대로 보호하는가 하는 것인데요, 북한의 환경 실태는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현재 심각한 수준으로 북한주민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비영리기관인 '환경과 문명'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대기의 경우 석탄의 대량사용으로 오염이 심각합니다. 특히 북한은 중공업 위주의 발전전략으로 제조업, 농업/임업/수산업, 광공업 순의 구조로, 관련 사업들로 인한 석탄의 연소로 대기오염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수질의 경우, 하수, 폐수의 처리시설 부족으로 강의 중하류가 매우 오염되고 있습니다. 특히 두만강은 중류 이하가, 압록강은 높은 질소 수치로 주기적인 적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토양은 화학비료와 미처리 분뇨 등의 폐기물로 인하여 오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사안은 산림 훼손입니다.

양윤정: 북한의 산림 사정은 어떤데요?

장명화: 매우 심각합니다. 북한이 스스로 인정하고 대책에 부심할 정도입니다. 지난 3월 초 북한 내각이 전 국가적인 산림복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서를 채택하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김성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의 산림 훼손 실태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김성일) 북한의 산림황폐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유엔의 공식 자료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매년 서울시 면적의 2배 정도 규모로 북한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의 면적이 약 6만 헥타르 정도이니까, 일 년에 13만에서 15만 헥타르의 산림이 북한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양윤정: 이렇게 북한의 산이 벌거숭이로 변한 까닭이 뭡니까?

장명화: 무엇보다 연료 부족으로 무분별한 벌채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연구기관인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전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무를 잘 관리해서 키우는 게 중요한데요. 북한에서는 땔감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심자마자 1년도 못가서 땔감으로 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 속담에 있듯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됩니다. 당연히 산에 나무가 살아남을 수가 없죠.

양윤정: 이처럼 극심한 북한의 환경 문제는 남한 지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한반도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되살리고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남북 간 산림협력 재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우석 교수의 말입니다.

(공우석) 북쪽의 황폐화된 지역에 산림을 조성하는 것은 북한 환경과 주민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실은 남쪽에도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투자라고 봅니다. 통일을 전제로 할 때, 북한에 나무를 심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은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고, 남쪽의 경험상 최소한 30-4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더라도 환경개선 분야에서는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