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아워(Earth Hour)’ 행사

0:00 / 0:00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전 세계를 한 바퀴 돈 '어스 아워(Earth Hour)' 행사를 들여다봅니다.

(카운트다운) 10, 9, 8, 7, 6....

수많은 사람들이 필리핀 마닐라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얄라 트라이앵글 공원에서 ‘열, 아홉, 여덟…’ 하면서 초읽기를 합니다. 초읽기가 끝나는 동시에, 공원 주변의 모든 불빛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마닐라의 아얄라 트라이앵글 공원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영국 런던의 시계탑,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인 관광명소의 불빛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들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해버립니다.

지역 시간을 기준으로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60분 동안 전등을 끄는 지구촌 운동인 ‘어스 아워’의 올해 모습이었습니다. 지구 동쪽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에서 시작해 서쪽 끝까지 차례로 지구는 어둠을 맞이했습니다.

‘어스 아워’ 행사는 지난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에너지 절감과 온난화 방지 차원에서 시작됐는데요, 지금은 세계적으로 100여개 이상의 나라와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세계자연보호기구의 피에르 캐넷 회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피에르 캐넷) 오늘은 그저 한 시간입니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이 짧은 시간이 세상을 변화 시킬 큰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정점에 달하기 때문에 그 전에 막아야 합니다.

실제로, 'IPCC, 즉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최신 보고서를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인 2100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3.7도 높아지고, 해수면은 63㎝ 상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IPCC는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와 유엔 환경계획에 의해 설립된 조직으로, 인간 활동에 대한 기후 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IPCC 보고서는 이어 20세기 말 대비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면, 2030년부터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전 지구 경제의 총 손실은 소득의 최대 2%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게다가 폭염과 폭우,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위험이 증가하고, 저지대 침수에 따른 수억 명 인구의 이동으로 내전 등 사회 불안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견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대로 가면, 2050년이 되면 기온이 섭씨 3.2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2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수로 인한 사회기반시설 파괴, 폭염관련 사망 증가, 가뭄관련 물, 식량 부족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한국은 지난 2009년부터 ‘어스 아워’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중앙정부 기관과 공공기관, 공동주택 200만 세대가 참여했고, 기업체와 민간 건물 5000여 채가 참여했습니다.

60분의 효과는 엄청나, 당시 전국 공공건물에서만 약 413만kwh 전력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나무 약 63만 그루 식재, 온실가스 약 2천 톤 감축 효과와 맞먹습니다. 공식자료를 보면, 서울시에서만 23억 원, 미화로 약 215만 달러의 전기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 ‘어스 아워’ 행사에 참여한 한 고등학생의 말입니다.

(학생) 지구촌 불끄기 행사는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작은 것들이 모인다면 지구 살리기에 큰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 어스 아워 운동에는 한국의 중앙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 공동주택 등 전국에서 7만여 개의 건물과 공동주택 300여만 세대가 참여했습니다. 아울러 서울 남산타워, 한강교량, 부산타워, 울산 십리대밭교 등 전국의 주요 상징물 450여 곳 이상이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공공기관과 대형업소들은 적극 동참한 반면, 일반 가정과 상가의 참여가 낮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일간지 전북도민일보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30분, ‘어스 아워’ 행사 시작을 알렸지만 상당수 아파트 단지와 가정집에서 밝힌 불빛이 도심으로 새나가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어스 아워’ 운동을 계기로 평소에도 불필요한 전등 끄기를 생활화한다면 경제와 환경 그리고 지구도 함께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