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나무 심기에 더워진 식목일과 관련한 논란을 들여다봅니다.
(식목일 노래) 나무를 심자~나무를 심자~~~~희망을 심자~~
2014년에 나온 한국 최초의 식목일 노래 들으셨는데요, 많은 한국인은 4월 5일 식목일을 각처에서 묘목과 화분을 사며 나무심기에 동참했습니다.
한국에서 1946년에 제정된 식목일은 전쟁 후 헐벗은 국토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최근 들어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식목일이 처음 제정된 게 미 군정시대입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기온이 많이 상승했습니다. 얼마 전에 기상청이 분석해 낸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동안 식목일의 기온이 과거보다 서울은 2.3도, 강릉의 경우 3.9도 가량 상승했습니다. 그러니까, 1940년대 식목일 기온이 지금은 3월 하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1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식목일에 기온이 너무 높기 때문에 나무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식목일은 3월로 앞당겨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일부 식물학자들은 4월에는 이미 꽃과 눈이 틔기 시작해 이때 뿌리를 건드리면 나무가 고사할 우려있는 만큼 3월 27~28일경으로 식목일을 바꾸는 게 맞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국립산림과학원이 1990년대 중반부터 나뭇잎이 나는 시기와 땅속 온도를 측정해 분석한 결과, 평균기온이 섭씨 6.5도일 때 나무 심기에 가장 알맞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4일 현재, 서울, 인천, 강릉, 전주, 광주, 목포, 대구, 부산, 제주 등 9개 지역의 최근 10년 식목일 평균 기온은 1940년대보다 1.5∼3.9도 올랐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10년간 식목일 평균 기온, 섭씨 10.2도는 1940년대보다 2.3도 높았습니다. 이는 1940년대 제주도의 식목일 기온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최근 10년간 땅속 5㎝ 온도는 1940년대보다 3.1∼4.9도 올랐고, 식목일 제정 연대의 땅속 온도가 나타나는 시점은 20일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의 국가기후데이터센터의 김근현 사무관은 한국의 채널A 방송에 나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근현) 봄이 빨라졌다기 보다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상승했고요. 지구 온난화 영향이 한국에도 미쳐서…
하지만, 산림청은 70년 이상 이어져 온 상징성을 고려해 식목일을 앞당기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의미나 날짜가 바뀔 경우 발생할 추가 홍보 비용, 통일 이후 북한지역의 기온 등을 고려해 현행 날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안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산림청이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서 식목일 변경여부에 대해서 논의했습니다. 결론은 현행처럼 식목일을 유지하자는 방향으로 났습니다. 이유는 식목일을 변경하면 비용이 든다는 게 있고, 또 식목일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4월5일이 갖는 상징성이라는 게 과거 신라가 3국 통일을 한 날이 4월 5일이라는 겁니다. 또 조선시대에 성종 임금이 처음으로 밖에 나가서 농사일을 한 날이라는 거죠. 식목일을 바꾸자는 쪽에서는 모두 다 나무 심는 것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산림청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서 바꾸지 않는다, 이런 불만 섞인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우선은 한반도 기온 변화에 따라 지역별, 수종 별로 적정한 식물 식재 시기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데는 정부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안소장은 지침서 마련은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병옥) 그런 지침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그런데 아직 없습니다. 참 아쉬운 일입니다. 최근 들어 한반도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수종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남방계통의 나무들의 경우가 점점 더 북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과 주 산지가 과거에는 대구가 유명했는데, 지금은 인제군이나 양구군 등 강원도까지 북상했습니다. 또 우리 기상청 예측에 의하면, 2050년 경이 되면, 평양의 기온이 지금 제주도 기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가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최소한 10년 멀리는 20년, 30년을 내다보고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서 거기에 맞는 수종을 심어야 하는데 그것도 지역별로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초 북한 전역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남한보다 한달 가량 빠른 시점입니다. 하지만 안 소장은 3월 초는 북한의 사정상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안병옥) 북한에서 ‘식수절’이라고 해서 (남한의) ‘식목일’과 비슷한 날이 있습니다. 원래는 1947년 4월 6일에 식목 행사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1999년부터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3월 2일을 식수절이라고 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모란봉에 올라서 산림 녹화 구상을 했다는 이유로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3월 2일은 북한 기온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빠른 것이죠. 그래서 적절한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부터 산림 복구를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전역에 양묘장을 마련하고 나무심기에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동원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지난 2015년의 경우 한해 동안 10여만 정보의 면적에 수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의 보도, 잠시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이들은 수종이 좋은 수천 그루의 나무를 청진시 청암구역 낙타봉 지구에 심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해마다 나무 심기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산들이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고 안 소장은 지적합니다. 그 이유를 안 소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안병옥) 북한에는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1대 100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베면, 100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이 나무심기를 무척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나무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섭니다. 그 동안 북한당국이 나무심기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약 32%가 민둥산입니다. 거의 나무가 자라지 않는 황폐화된 산림인 것입니다. 그 배경을 보면 주로 북한이 겪는 식량난과 에너지난 때문에 주민들이 나무를 베서 땔감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산림황폐화를 지속적으로 막아내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