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식목일과 북한의 나무심기를 들여다봅니다.
한국에서 봄꽃들이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일찍 핀 가운데 예순아홉 번째 식목일 행사가 전국적으로 펼쳐졌습니다. 한국의 케이블 방송사인 채널A 영상에 등장한 어린 꼬마들이 고사리 손으로 흙을 다집니다. 잘 자라라고 물도 주고, 나무 주위를 돌로 예쁘게 단장합니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한 여학생의 말입니다.
(설예원) 갯버들나무와 느릅나무 여섯 그루 정도 심었고, 내년에는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가 이번 식목일을 맞이해 마련한 나무심기 행사에서 한강시민공원 주변에 심은 나무는 2600여 그루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한강 주변에 나무 18만 8천여 그루를 심을 계획입니다.
한국에서 4월 5일 ‘나무 심는 날’은 의미가 깊은데요, 국토의 약 3분의 2가 산이지만 한국 건국 당시 대부분은 ‘민둥산’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숲이 황폐화했던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제 강점기의 수탈, 해방 이후 인구의 증가, 6·25 전쟁으로 인한 피해, 전후 복구를 위한 자재 수요의 증가, 정부의 산림 관리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둥산으로 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가 연료로 쓰기 위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처음에는 마을 주변의 산만 황폐해졌지만 점점 그 범위가 넓어졌다는 겁니다. 나무가 사라지자 나무뿌리와 풀까지 베어 땔감으로 썼다고 합니다. 나무를 땔감으로 쓰던 1900년대 한국의 사진을 보면 헐벗은 산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6·25 전쟁 중에도 조림사업 계획을 세울 정도로 숲 가꾸기에 힘쓴 결과, 현재 한국 산림의 피복률, 즉 나무가 땅을 덮고 있는 비율은 100%에 가깝습니다.
특히 한국의 숲 가꾸기는 해외로도 확장됐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제조업체인 유한킴벌리는 황사현상의 원인인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해당 지역의 숲 복원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3년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서 시작한 ‘100만 그루 나무 심기’는 올해로 1000만 그루를 넘어서게 됩니다.
이처럼 민간과 정부의 노력으로 남녘의 산들은 푸른색을 띄게 되었지만 북녘은 여전히 벌거숭이입니다. 심지어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항일 유적지로 유명한 보천보 일대 삼림마저 난도벌로 심하게 훼손됐을 정도입니다. 양강도 보천군 출신 탈북자 박 모 씨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탈북자 박 씨) 보천보에 나무가 그렇게 많던 것이 곤장덕의 것을 다 찍어서 없어요. 지금 다 빨갛다니까요. 산에 사람이 하나 올라가면 다 보인다니까요.
해발 높이 1005m인 곤장덕은 보천보 전투 당시 김일성 주석이 사령부를 정했던 곳으로, 20년 전만해도 산림이 울창했던 곳입니다. 북녘 산하는 과거보다 지금이 더 헐벗게 된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 산림청에 따르면, 북한 산림 가운데 32%인 284만 헥타르가 황폐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나무심기를 전 군중적으로 힘 있게 벌여 모든 산에 숲이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했고, 북한의 식목일인 지난 3월 2일 나무심기 현장지도에 직접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마침, 국제적십자사연맹이 이달 초 평안남도에서 시작해 전국의 산간 지역 곳곳에서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기 위해 64만 4000천 그루의 묘목을 지원했는데요, 묘목 심기에는 수 만 명의 북한 농부와 자원봉사자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의 홍수 취약지역에는 단풍나무, 아카시아 나무, 잣나무, 소나무, 그리고 포플러 등이 심겨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역시 최근 방문한 독일에서 "농업 생산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 받는 북한 지역에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고, 며칠 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에 7,000그루의 묘목을 심었습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나무심기 운동을 펼쳐도, 이 나무들은 한해가 가기 전에 사라지기 일쑤라는 지적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전략센터의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무를 잘 관리해서 키우는 게 중요한데요, 북한에서는 땔감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심자마자 1년도 못가서 땔감으로 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 속담에 있듯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됩니다. 당연히 산에 나무가 살아남을 수가 없죠.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전 세계가 함께 한 지구촌 전등 끄기 운동인 어스 아워(Earth Hour)와 함께 열린 세계자연기금이 주관한 세계환경수도 시상식에서 서울시가 국가별 우수도시에 선정됐습니다. 어스 아워를 도시에 접목시킨 세계환경수도는 기후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적극 활동하는 도시들을 발굴해, 세계에 알리고 다른 도시들도 변화에 동참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세계환경수도는 2012년 세계자연기금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14개국 160여 개 이상의 도시가 참여한 2회 세계환경수도 시상식에서 한국은 서울시와 함께 수원시, 강릉시, 평창군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서울시는 세계 우수도시 선발을 위한 최종 4개 후보에까지 올랐으며, 세계 우수도시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이 선정됐습니다.
-- 중국에서 환경에 눈을 뜬 시민들의 공장 건설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광둥성 마오밍 시 시민 수백 명은 최근 마오밍 시에서 350㎞나 떨어진 광저우시까지 가서 석유화학 공장 건설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앞서 마오밍 시 시민 수만 명은 지난달 30일 시 정부가 시내에서 불과 7㎞ 떨어진 곳에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파라자일렌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과 관련해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마오밍 시 부시장은 시민 대표들과 만나 "공장 건설 계획은 검토 단계로 확정된 것이 없다"며 "시 정부가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전에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초 "공장 건설 반대 시위는 심각한 법 위반으로 사회 질서에 타격을 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던 데서 물러난 것입니다. 앞서 2012년 7월에는 쓰촨성 스팡 시에서 주민 수만 명이 몰리브덴구리합금공장 건설에 반대하며, 정부 청사에 진입해 유리창과 경찰차를 부수자 놀란 시 정부가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잇따른 시위는 환경오염에 대한 불안이 높아진 데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 전달이 빨라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