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과 뉴질랜드의 철새 이동경로 공동조사를 들여다봅니다.
(도요새 소리)
방금 도요새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는데요, 한반도의 서해안에서 볼 수 있는 도요새 대부분은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날아온 것들입니다. 작은 병아리 또는 꿩만한 크기의 다양한 도요새들은 한 번 비상하면 2, 3일 만에 6000km를 쉬지 않고 날아가는 신비한 조류입니다.
이 도요새를 중심으로 한 철새 공동조사를 북한과 뉴질랜드의 '미란다 자연기금'이 오는 5월 북한에서 실시합니다. 미란다 자연기금은 뉴질랜드의 민간 철새연구소로 지난 2009년 북한 조선자연환경보호기금과 평안남도 문덕 지역 철새 서식지 공동 연구를 한차례 진행한 바 있습니다.
6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공동조사는 양측이 지난해 체결한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뉴질랜드 미란다 자연기금의 데이비드 로리 대표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로리) 미란다 자연기금은 지난해에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앞으로 5년에 걸쳐 매년 서해안 일대를 연구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의 공동조사는 그 첫발을 내딛는 셈입니다.
대상 지역은 서해안에 있는 온천군과 평안남도 남포시입니다. 이번 조사는 붉은가슴도요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공인된 철새들을 보호하고 이동 경로를 정확히 확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집니다.
(데이비드 로리) 붉은가슴도요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큰뒷부리도요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상당히 다양한 종의 철새를 찾아 볼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한국 연합뉴스가 지난 2009년에 입수한 북한의 격월간 과학학술지 '과학원통보'를 보면, 북한 최대 규모의 다목적 방조제인 서해갑문에서 가을철에 도요새 18종을 포함해 56종의 철새가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개체 수가 상당히 줄고 있어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을 중간 기착지로 삼는 도요새 가운데 멸종 위험이 높은 종은 붉은가슴도요, 큰뒷부리도요 등입니다. 이들의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1992년 개체수의 7%만이 남게 될 것이라는 게 국제적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결론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최근 철새 보호를 위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이 인용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중순 북한이 해안 간석지를 비롯한 철새 이동 경로에서 개발사업을 전면 금지하고 주요 '철새보호구'에서 환경오염과 화재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자연보호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철새 공동연구 비용은 미란다 자연기금이 전부 부담할 예정입니다. 결국, 앞으로 재원 조달 부족으로 중단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당초 2009년에 시작된 공동 조사는 다음해인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 거부로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로리) 공동조사는 전적으로 미란다 자연기금에 달렸습니다. 본격적인 조사 작업에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필요한 재원을 전부 저희가 조달해야 합니다. 준비작업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자원봉사자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재원이 조달되는 한 2020년까지 북한의 공동조사 작업은 지속될 겁니다.
북한과 미란다 자연기금의 철새 공동 조사는 다음달 2일부터 9일까지 7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데이비드 로리 대표는 자신은 이번 방북에 동행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연구팀이 중국에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로리) 연구팀 대부분이 이미 중국에 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인 압록강의 중국 쪽에서 철새들의 수를 일일이 세고 있습니다. 이를 마치면 곧바로 2일 북한으로 넘어갈 계획입니다.
중국 쪽 압록강 하구 습지는 세계적인 철새 이동경로인데요,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자국 최대 규모의 조류 관람시설을 건설했습니다. 북한과 접경한 이 압록강 습지 자연보호구는 랴오닝성 단둥시 둥강에 자리 잡았는데, 전체 면적이 814㎢에 달하며 매년 100만 마리의 철새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거나 번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 철새를 연구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데이비드 로리 대표는 이동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데이비드 로리)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조사할 자유를 갖지 못하는 게 힘듭니다. 일단 북한 당국과 협약을 맺은 만큼, 북한 당국은 저희 조사팀이 어느 곳을 가고 싶은지 알고 있습니다. 북한 측은 우리에게 택시와 그때그때 필요한 허가증을 제공할 겁니다.
이처럼 북한과 뉴질랜드 철새 연구협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는 가운데, 남북 조류 공동연구는 지지부진해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의 윤순영 이사장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윤순영) 지금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이기에 아예 조류협력 사업은 없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어차피 도요새가 뉴질랜드에서 움직여도 중간 기착지로 한국 서해안을 통과하는 것 아닙니까? 이 때문에 남북협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저희 협회에서도 북한에 위기종을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고작 언론을 통해 북한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가서 뉴질랜드 민간단체처럼 직접 가서 조사를 해, 관련 생태학적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실정입니다.
앞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12년에 펴낸 보고서에서 남한의 서해안, 중국의 장쑤성과 저장성 사이 연안과 라이저우만, 보하이만, 랴오둥만, 압록강 하구를 중심으로 한 중국과 북한 연안 등 서해 연안 6곳의 도요, 물떼새 핵심지역을 ‘도요새, 물떼새 절대다수의 생존을 쥔 지역’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