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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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한국의 에티오피아 마을 상수도 지원을 들여다봅니다.

(에티오피아 주민)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이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권이죠.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요. 남은 힘도 없어요. 당나귀도 없어요. 알아요. 제 아이들이 항상 아프다는 사실을요. 끊임없이 복통을 앓고 있죠.

방금 들으신 것은 에티오피아의 한 주민이 비 온 다음날 고인 흙탕물을 양동이로 퍼올리는 이유를 묻는 미국의 PBS방송에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20㎞ 이상을 걸어야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이에 대해 에티오피아의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며 크게 우려합니다.

(안병옥) 에티오피아는 상당히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곧바로 지하수로 빗물이 들어가게 되는데, 에티오피아 주민들은 그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지하수 대부분이 불소, 염분, 대장균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오염 실태가 상당히 심각한 셈입니다. 불소가 많은 물을 마시고 있는데요, 세계보건기구에서 허용 기준치를 정해놓았는데, 불소 농도가 초과된 상태입니다. 이를 많이 마시게 되면, 사람의 치아가 ‘불소 침착증’이라고 해서 치아가 약해지고, 뼈마디가 약해지는 질병을 앓게 됩니다. 현재 에티오피아의 주민들의 경우, 이 질병을 보유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최근 에티오피아 켄테리 마을에 상수도 시설 설치사업을 완공해 눈길을 끕니다. 상수도가 설치된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주 켄테리 마을은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약 110㎞ 지점에 위치한 오지인데요, 한국의 지원으로 상수도 시설이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 5,000여명에게 깨끗한 식수 공급이 가능해졌습니다. 한국이 이처럼 아프리카에 상수도 지원사업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일까요?

(안병옥) 아닙니다. 2011년에 시작됐습니다. 당시에 가나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환경부가 주무부처로 지원사업을 하는데, 매년 (지원)국가를 선정합니다. 매년 국가가 바뀝니다. 그래서 2012년에는 나이지리아를 지원했고, 2013년에는 케냐, 2014년에 탄자니아,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어져 왔습니다. 이번 에티오피아 지원사업의 경우,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사업입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한국기업인 우진건설은 역삼투압 기술을 적용한 컨테이너형 정수설비 설치뿐 아니라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샤워장, 개수대, 빨래터 등 부대시설도 새로 설치해, 제공했습니다. 컨테이너는 화물을 능률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자형 용기를 말합니다. 그리고 샤워는 소나기처럼 뿜어 내리는 물로 몸을 씻는 일을 말합니다.

한국 환경부는 아프리카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맞춤형 소규모 마을상수도 설치사업이 앞으로 한국 환경기업의 아프리카 물 시장 진출 기반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 소장에게 한국 물 산업 기술이 높은 편인지 물었습니다.

(안병옥) 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상수도 시설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 근대적인 상수도 시설이 설치된 게 1908년입니다. 뚝도정수장이 시작입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상수도 시설이 99% 가량 설치돼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상수도 시설이 거의 다 설치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술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이 많습니다. 예컨대, 바닷물을 갖고 사용할 수 있는 물, 즉 담수로 바꾸어주는 해수담수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 스마트 물 관리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원격으로 실시간으로 수량, 수질, 누수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합니다. 이 스마트 물 관리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실제로, 뛰어난 물 관리 기술 덕분에, 한국은 지난달 요르단의 수관개부와 수자원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요르단은 국토의 91%가 사막 등 불모지인 물 기근 국가입니다. 최근 시리아 난민 유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이 더욱 부족하게 돼 댐 건설과 해수담수화 등을 추진 중입니다.

에티오피아와 요르단은 그렇다 치고, 북한 주민들이 마시는 물은 깨끗하고 안전할까 궁금해집니다.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2014년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사회∙인구∙보건 조사’에서 북한 내 상수도 보급률이 82%라고 밝혔는데요, 안 소장은 북한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병옥) 북한 측에서 내놓는 통계로 보면, 상수도 보급률이 80-90%정도입니다.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을 잘 아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의 상수도 시설이 대부분 옛 소련의 도움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상당히 노후 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시설투자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안되다 보니, 상수도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정화되지 않은 상태의 강물을 그대로 마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또 대동강을 포함해 북한 내 하천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오염된 물에다가 상수도 시설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를 충분히 공급받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 한반도 시대를 대비한 상하수도 인프라, 즉 사회 기반 시설 구축을 위한 연구를 하거나 이를 준비할 필요성은 큽니다. 안 소장은 그러나 남북 관계가 긴장상태라 진척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안병옥) 논의는 무척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남쪽에서 환경문제를 연구하거나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은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긴장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분야의 경우에는 협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상하수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합작을 해서 수도공사를 설립할 수 있는 방안도 작년에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북한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기술을 가진 남과 북이 협력사업을 통해서 상수도 사업을 북한에서 확대해 나가는 구상과 기획은 지금까지 굉장히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워낙 긴장관계에 있다 보니, 이 문제를 풀어나가지 못해 아쉽습니다.

앞서,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대동강 수질과 평양 정수장, 상.하수도 개량사업 등을 위해 공기업인 ‘남북합작수도공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철저한 물 관리와 최첨단 정수체제가 있다”며 “한강을 살린 경험이 대동강과 만날 때 통일시대의 물 산업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