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제동이 걸리고 있는 북한산 무연탄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중국이 최근 들어 북한산 무연탄을 반송하는 사례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한마디로 품질 기준 미달입니다. 중국 산둥 지역 인터넷매체 제노망은 최근 산둥성 룽커우항 검역국이 3월말 북한에서 수입된 무연탄을 검사한 결과, 수은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해당 화물선으로 운반된 무연탄 전량을 반송 조치했다고 전했습니다. 검역 당국은 북한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무연탄을 다른 경로로 자국에 다시 수출할 경우에 대비해 전국의 세관과 항만 등 관계 당국에도 경보를 내렸습니다. 룽커우항 검역국 관계자는 “올해 강화된 검사 기준이 시행된 뒤 룽커우항에서 수입 무연탄이 품질 불합격 판정을 받아 반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검사 기준을 강화한 셈이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을 포함한 환경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해 9월 ‘무연탄 품질관리 잠정조치’를 발표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무연탄 생산, 가공, 운송, 판매, 수입, 사용 기업은 오염물질을 다량 함유한 저질 무연탄을 유통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입 무연탄의 경우에도 회분, 유황, 수은, 비소, 인, 염소, 불소 등의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해당 무연탄을 싣고 온 선박을 통째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중국은 자국의 에너지 소비 총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 대기오염이 상당히 심각했던 모양이군요.
장명화: 네.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작년 3월에 이어 지난 3월에도 “환경오염과의 전쟁” 수행을 되풀이할 정도니까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전국적인 환경오염 악화로 인해 인민의 불평불만이 야기되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주요 도시 360곳 가운데 90% 이상이 정부의 대기오염 기준에 미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국제적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중국 당국의 올해 1분기 주요지역 대기오염 실태자료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중국 내륙지역 도시들의 오염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석탄 연료를 이용하는 중화학공장이 위치해 있거나 이들 공장에 둘러 싸여있는 곳으로 드러났습니다.
양윤정: 환경에 도움이 되는 중국의 정책이 북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인데, 이번 룽커우항 말고, 북한산 무연탄이 반송된 사례가 또 있습니까?
장명화: 네. 중국은 지난 2월말에도 산둥성 르자오항에 도착한 북한산 무연탄에 대해 수은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반송 조치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중국에 어느 정도의 무연탄을 수출합니까?
장명화: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에서 무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였습니다. 특히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외화획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무연탄 수출에 큰 비중을 둬왔다는 점에서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결과적으로 북한산 무연탄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이미 그런 시장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중국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석탄의 품질 문제로 가격이 60% 가까이 급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톤당 110달러에서 최근 47달러까지 떨어졌다는 겁니다. 보통 북한 남포항과 황해남도 송림항에서 중국 단둥 동강항에 석탄을 실은 북한배가 도착하면 석탄 품질검사와 톤수를 확인한 뒤 산둥성 등지로 유통되는데요, 복수의 소식통들은 지난 9월만 해도 북한 석탄 1톤이 고효율로 평가돼 110달러 가격에 판매됐지만, 4월에 들어 47달러까지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앞으로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장명화: 일부에서는 북한의 광산이 심하게 노후해 중국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당장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광산의 설비 노후와 관련해, 탈북 기자 문성휘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이같이 전했습니다.
(문성휘) 은덕군에 있는 ‘6.13탄광’, ‘아오지 탄광’으로도 알려져 있죠. 이런 ‘6.13탄광’과 ‘명천지구 탄광’들의 경우 설비들이 낡아 생산이 거의 중단됐다고 합니다. ‘6.13탄광’과 ‘명천지구 탄광’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하루 생산량이 1천2백 톤을 넘던 탄광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설비교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다나니 지금은 ‘6.13탄광’의 한 달 석탄생산량은 겨우 150톤 정도라고 하고요. ‘명천지구 탄광’은 한 달 총 생산량이 60톤도 채 못 된다고 합니다.
불행히도, 북한 광산의 설비 환경은 그동안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석탄 매장량이 상당히 풍부해, 조만간 중국의 환경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노틸러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본 히펠 환경과 에너지 분야 수석연구원이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입니다.
(데이비드 본 히펠) 노후한 설비 탓으로 중국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북한에는 많은 광산이 있습니다. 각각의 광산 안에는 또 여러 탄층 (coal seam)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맞춘 무연탄을 찾아 수출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석탄 매장량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지네요.
장명화: 한국 내 북한자원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석탄 매장량은 15억3천만 톤으로 세계 5위입니다. 북한의 최대 석탄 매장지역은 평안남도와 평안북도입니다. 북한은 1980년대 말에 연간 4,300만 톤의 무연탄을 생산했지만, 1990년 이후 정부 지원 축소, 전력 부족, 장비 노후화, 홍수로 인한 생산 중단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되는 실정입니다.
양윤정: 그래도 북한은 전체 광물의 94% 가량을 중국에 수출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데, 어떻게든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않겠습니까?
장명화: 북한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데이비드 본 히펠 박사의 말, 들어보시죠.
(데이비드 본 히펠) 중국이 점차 석탄의 사용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추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무연탄의 유형에 대해 선별적일 (selective)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수입 무연탄의 질 (quality)과 관련한 엄중한 감시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세계 최대 석탄 생산·소비국인 중국의 올해 석탄 소비량은 10여 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석탄공업협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9월 중국의 석탄 소비 총량은 약 30억 톤으로 전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습니다. 석탄 수입량도 2억 2천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나 줄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