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초미세먼지 문제

서울 한강공원 반포지구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연무로 살짝 흐리게 보이는 개나리 핀 응봉산을 배경으로 지나가고 있다.
서울 한강공원 반포지구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연무로 살짝 흐리게 보이는 개나리 핀 응봉산을 배경으로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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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 일본, 중국의 심각한 초미세먼지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기상예보 보도) (앵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은 계절인데요. 날씨가 좋다보니 산을 찾으시는 분들 많은데, 이런 날은 등산을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알려주시죠... (앵커) 날씨뿐만 아니라 먼지농도까지 확인해야겠네요. (기상예보관) 아. 그럼요. 미세먼지가 건강에 상당히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번 주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나온 기상예보 중 일부입니다. 언제부턴가 기상 예보를 보면, 기온과 기압 외에도 '미세먼지 농도'에 관한 예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는데요, 이 미세먼지 가운데 제일 경계해야 할 대상은 '죽음의 먼지'로 불리는 초미세먼지입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콧속의 섬모와 점막에도 걸러지지 않아 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데요. 입자가 미세하기에 폐는 물론이고 혈관까지 들어갑니다. 그 결과, 백혈구가 자극돼 혈관벽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등을 일으킵니다. 또 기관지염, 천식 등도 초미세먼지로 인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입니다. 모공보다 작아서 알레르기성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초미세먼지는 한반도에서 봄철에 더 심한데요, 문제는 대기 중에 포함된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올해 초 서울의 초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먼지는 21%인 반면, 중국 등 외부에서 날아온 먼지가 약 49%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안양대의 구윤서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구윤서) 중국 북동과 남동지역에서 만들어진 초미세먼지들이 한국의 연평균 주 풍향이 아닌 북서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는...

한국의 국립환경과학원이 외부에서 유입된 먼지의 궤적을 분석한 결과 80%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40% 가량이 중국에서 왔다는 뜻입니다. 초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 가운데 질산염의 경우 58%가, 황은 32%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의 먼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기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합니다. 정부가 초미세먼지 농도에 관한 실시간 정보는 물론, 예측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정도입니다. 중국의 대기오염이 올해 최악의 조짐을 보이자 일본 정부는 세부 실천 계획까지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일본 남부 구마모토 현에서 초미세먼지 첫 주의보가 발령되자 각 학교가 소풍장소를 실내로 변경하는 등 유기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일본 방송에 나온 학생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학생) 초미세먼지가 평소보다 많이 나와서 소풍을 실내로 왔습니다.

일본 정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8.7마이크로미터 증가하면 노약자 천식환자가 2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습니다. 나아가 초미세먼지의 진원지인 중국에서까지 대사관이 직접 나서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일본은 중국 내 일본인을 위해 의료진까지 급파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뒷짐을 지던 중국도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중화의학회 중난산 회장은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지난 10년간 베이징시의 폐암 발병률이 60%나 증가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힌 겁니다. 중난산 회장은 그 원인으로 초미세먼지의 급속한 증가를 꼽았습니다. 특히 중난산 회장은 경제발전보다 공기정화가 더 중요하며 국내총생산 제일주의가 아니라 환경 제일주의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때 초미세먼지 줄이기 4대 대책을 발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점차 심각해지고, 개별국가만의 대응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되자,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얼마 전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결정했습니다. 세 나라가 최근 일본에서 환경장관회의를 갖고 중국의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 간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겁니다. 세 나라의 환경부 장관들은 6일 공동합의문을 통해 “환경 관련 정부 관계자들이 대기오염과 관련된 정보 교류, 대기오염 감시, 기술 교류, 공동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발 초미세먼지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 정부가 공동대응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센카쿠, 중국 명으로는 댜오위다오의 영토 문제,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동북아시아 3국의 갈등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분야만큼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어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앞으로 이 3국의 협의체에 북한과 몽골이 합류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중국 지린성의 한 동물원에서 멸종위기동물인 백두산 호랑이를 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최근 노동절 연휴에 지린성 창춘시에 있는 동물원인 ‘동북호원’을 관람한 한 중국인은 새끼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목에 줄이 감긴 채 탁자에 묶여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다른 사진에는 탁자에 엎드린 새끼 호랑이의 등에 관람객이 올라타 즐거워하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해당 동물원은 중국 당국이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할 목적으로 2009년 개원한 곳입니다.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중국인은 "동물원 측이 새끼 호랑이를 학대하면서 돈을 받고 관람객과 사진을 찍게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동물원 측은 해명에 나섰습니다. 동물원 관계자는 "사진 속의 새끼 호랑이는 동물원 소유가 아니고 동물원과 계약을 맺은 뒤 자리를 빌려 공연하는 서커스단의 것"이라며 "관람객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도 관람객의 요청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두산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숫자가 500마리도 되지 않아 세계 10대 멸종위기동물로 꼽힙니다.

-- 한국 내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제품 10개 중 3∼4개꼴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초등학교 3곳에서 사용하는 실내화, 악기 등 물품 254개를 조사한 결과 35%에 달하는 91개에서 중금속이 나왔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발암물질인 카드뮴과 납이 100ppm 넘게 나온 제품은 각각 18개와 47개였습니다. 카드뮴은 줄넘기, 실내화 등에서 높게 검출됐고 납은 실로폰, 소고, 인조가죽필통, 동전지갑 등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