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올해에는 유난히 뜸한 한반도의 불청객 황사현상을 들여다봅니다.
(기상예보관) 중북부지방에 황사가 나타날 가능성 있지만 현재로서는 나타나더라도 옅은 황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주된 황사대는 높은 상공을 통과하겠고 주로 북한지방으로 나타날 전망입니다. 다만 황사는 바람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이고 오늘 낮으로 예상되는 만큼, 나들이 전에 다시 한 번 날씨정보 확인해주시는게 좋겠습니다.
며칠 전 한국 방송사의 뉴스 시간에 나온 일기예보입니다. 황사는 아시아 대륙의 몽골과 중국의 사막지역, 황화 중류의 건조지대, 황토고원, 내몽골고원에서 한랭전선의 후면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나 지형에 의해 만들어진 난류로 인해, 다량의 먼지가 공중으로 떠올라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지표에 천천히 낙하하는 현상입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신문과 방송은 봄의 불청객 황사가 방문했다며 난리법석이죠. 한국 기상청도 일찌감치 올봄 한반도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한 황사'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봄엔 황사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국의 황사일수는 0.3일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28개 관측소에서 공통적으로 황사가 관측될 경우를 1일로 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황사를 찾아볼 수 없었던 셈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황사일수인 2.8일을 훨씬 밑돕니다.
이유가 뭘까요. 보통 한반도에 황사가 찾아오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우선 고비사막과 동북3성, 그러니까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이 극심한 가뭄을 겪는 경우입니다. 이 지역에 저기압이 발달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조건입니다. 저기압으로 인한 대기 불안정으로 모래 먼지가 상공에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조건으로는 한반도로 북서풍이 불어야 합니다.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대기 중 황사가 서해를 건너 한반도로 밀려옵니다.
올봄엔 이런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못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우선 동북3성 지역에 3월 폭설이 내렸습니다. 황사 발원지 부근에선 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강하게 발달하면서 모래 먼지를 상공으로 띄워 올리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의 말입니다.
(기상청 관계자) 올해 중국 발원지의 황사 농도는 그 강도가 약했고, 저기압도 북편해 한국에 황사 영향이 평년에 비해 적었습니다.
지난달 초순까지 한반도에 꽃샘추위를 몰고 왔던 것도 이 부근의 찬 대륙성 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한반도 남쪽에서 강한 남풍과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불었던 것도 황사가 없었던 이유입니다.
5월에는 상순까지 황사가 나타나지만 중순 이후에는 황사가 나타난 예가 거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5월 상순에 황사가 없을 경우 올해 봄은 황사 피해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뜸한 황사가 발원지에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중국에서는 올 들어 지난달, 첫 황사가 관측된 이후, 한 달 여 동안 8차례나 황사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네이멍구와 허베이성 경계 지역에는 독한 '소금 황사'가 발생해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금 황사란 강바닥이 점점 더 많이 드러나면서 바닥에 남아 있던 소금 알갱이가 모여 공중에 모래처럼 떠다니는 현상입니다.
소금 황사 발원지는 네이멍구 지역에서만 서울 면적의 1.2배가 넘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이 황사를 포함해 한반도 대기오염 피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중국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주변국 대기오염의 진원지라는 점을 받아들여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동안 중국 정부는 황사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특히 중국 내 오염물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국에 공개하기로 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황사의 또 다른 발원지인 몽골은 10년 전부터 한국과 기상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 협력을 통해 한국은 현지의 기상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한국에 영향을 미칠 황사에 대비할 자료를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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