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수질이 갈수록 악화하는 임진강을 들여다봅니다.
(강물 흐르는 소리)
임진강 물이 힘차게 흐르는 소리, 잠시 들으셨는데요, 임진강은 북한 쪽 강원도 용포리 두류산에서 발원해, 개성시 판문군과 남한 쪽 경기도 파주군 사이에서 한강으로 흘러 드는 길이 244km의 강입니다. 남북을 이어 흐르는 탓에 분단의 아픔을 거론할 때 자주 인용되기도 하죠.
이 임진강이 최근 들어 남쪽 주민들과 언론매체들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가 수십 년간 수돗물로 이용하던 임진강 물을 오는 2019년부터 쓰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안병옥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파주시는 1967년부터 임진강 물을 끌어다가 수돗물로 이용해왔습니다. 이번에 중단하게 된 배경은 임진강의 수질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수질이 나빠진 것은 오염물질의 양이 많아져서가 아닙니다. 북한 쪽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다 보니까, 오염물질 양은 똑같다고 하더라도, 유량이 줄면 오염농도는 더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문산정수장을 만들어서 1967년부터 식수원으로 사용해왔는데, 이를 포기하고 이제는 공업용수로만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파주시는 임진강 상류인 황강댐을 북한이 지난 2009년부터 가동하면서 임진강 중하류로 유입되는 유량이 30%나 감소해, 수질 유지에 필요한 물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임진강 수질은 북한 황강댐 가동 이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50% 정도 나빠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은 물 속에 있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 소모량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임진강 물을 52년간이나 식수원으로 사용해온 45만 파주시민의 식수공급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안 소장은 팔당댐을 그 해답으로 제시합니다. 팔당댐은 서울시에서 한강을 따라 동북쪽으로 약 35km 지점,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두물머리로부터 하류 7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병옥) 파주시가 하루에 사용하는 식수원으로 공급하는 양이 14만5천톤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7만5천톤 가량의 물을 임진강에서 끌어다가 정수처리를 해서 사용했습니다. 나머지 7만톤은 약 60킬로미터쯤 떨어진 팔당댐에서 공급받아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임진강 물을 포기하게 되면 14만 5천톤의 물을 전량 팔당댐에서 공급받겠다는 것이 계획입니다.
현재, 팔당댐은 남한의 수도권 지역에 하루 260만 톤의 수도를 공급하며, 연간 2억 5600kW의 전기를 생산하여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팔당댐 주위와 팔당댐 상류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문제는 팔당댐에 임진강과 유사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지난 2012년 남한의 일각에서는 당시 북한강 상류와 팔당댐 일대에 조류가 발생한 것은 북한이 금강산댐, 즉 인남댐 물을 남쪽으로 방류하지 않는 게 하나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안 소장도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안병옥) 이번 임진강도 그렇고요. 북한강 같은 경우도 남북공유하천입니다. ‘남북공유하천’은 물이 발원하는 곳은 북한인데, 이 물이 흐르고 흘러서 남한 지역을 관통해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남북한에 공통적으로 걸쳐있는 하천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남북공유하천의 상류 쪽에 댐을 만들고 있는데, 주로 유역변경식 댐입니다. 유역변경식은 원래 흐르던 물에다 댐을 세우는 게 아니고, 아예 물길을 바꾸어서 댐과 호수를 만드는 겁니다. 때문에 남쪽으로 오게 되는 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임진강도 최근에 물의 양이 50% 정도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북한이 최근 북한강 상류 쪽에 많은 댐을 짓고 있는데, 이게 건설되면 북한강 쪽으로 흘러오는 물의 양이 적어지면서 수도권 식수원이라고 볼 수 있는 팔당댐의 유량도 줄어드는 게 아닌가 라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1-2년 이내에 북한 지역에 모두 10여개의 댐을 가동할 것이라면서, 이는 남한 지역의 물 부족과 수질 악화로 이어진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그 동안 치산치수, 관개혁명의 구호 아래 많은 댐과 저수지를 조성했는데요, 관리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안 소장은 관리능력이 부족해 수자원 상황이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합니다.
(안병옥) 북한에 댐과 저수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이 좀 낡은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에 건설됐는데요, 한 40년 이상 된 설비가 50%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시설이 노후화되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북한의 댐 경우는 식수공급용이라기보다는 발전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식수공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북한이 신규 댐을 제외하고는 과거에 지었던 댐들은 지금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 북한에 댐을 더 이상 만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댐 건설 입지가 좋은 북한에 남한의 기술과 자본으로 댐을 건설하고 전력은 북한이, 물은 남북한이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남한의 잉여 전력을 북한에 공급함으로써 북한의 수력발전 필요성을 줄이면 남한에 좀 더 많은 물을 보낼 수 있게 돼 수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까지 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놓았던 경기도 공약 중 ‘남북한 공동 임진강 수자원 종합개발’이 최근 들어 새롭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안병옥)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통일경제특구를 함께 만들겠다고 같이 공약했습니다. 특히 경기도 북부는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있다 보니까, 많은 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많습니다. 북한과 인접해있기에 한편으로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고, 또 남북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개성공단을 재개하거나, 2단계 확장을 추진한다던가, DMZ 세계생태 평화공원을 조성한다던가 등등의 공약들을 발표를 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임진강 수자원 종합개발계획입니다. 이것은 임진강이 남북공유하천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강을 관리하게 되면, 북한에도 유리하고 남쪽에도 도움이 되는 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공약을 내걸었다고 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