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최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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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청취자를 위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영국의 피치, 미국의 무디스와 함께 세계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3대 신용평가기관입니다. 현재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정치상황, 경제구조, 경제성장 전망, 재정운용, 공공부채, 대외부채, 물가, 부채상환 능력 등 8개 부문 31개 항목에 걸친 투자환경을 조사해 등급을 발표합니다. 신용상태가 가장 좋은 곳은 AAA등급, 가장 나쁜 곳은 D등급을 부여합니다. 이 신용등급은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기업이나 국가가 해외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때 등급이 높을수록 빚을 갚을 능력이 크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돈을 빌리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월 초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평가위원장을 만난 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양윤정: 듣고 보니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환경 문제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요?

장명화: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최근 발간한 국가신용등급 평가 관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앞으로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지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양윤정: 요즘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에서 주요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요, 도대체 ‘기후변화’의 정확한 뜻이 뭡니까?

장명화: 사전적 의미로 기후변화는 일정 지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날씨의 변화를 총칭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기후변화현상 중 인간의 영향에 의한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를 뜻하는 말로 주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기후변화=지구온난화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양윤정: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어떻게 다뤘습니까?

장명화: 네. 보고서는 21세기에는 인구 고령화에 이어 기후변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문제는 각국의 경제성장과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태풍 하이옌으로 5,000명 이상 숨진 것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극심한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파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국가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그러니까,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지금까지는 태풍, 홍수 등 기후변화 요인을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변수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군요.

장명화: 맞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변수에 따른 국가신용등급이 좋게 나왔어도 기후변화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이 확인되면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양윤정: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어떻게 확인하나요?

장명화: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전 세계 116개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정도를 순위로 매겼는데요, 기준은 해발 5m보다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 경제 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 취약성 지수 등입니다.

양윤정: 한반도는 어떻게 분류됐습니까?

장명화: 한국은 일본, 뉴질랜드 등과 함께 중간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북한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에 가장 안전한 5개국으로는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가 뽑혔습니다.

양윤정: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는 어딥니까?

장명화: 가장 취약한 국가군으로 5개국이 뽑혔는데요, 베트남, 방글라데시, 세네갈, 모잠비크, 그리고 피지입니다. 이 가운데 베트남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지목됐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가 얼마 전 발표한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천연자원환경부는 최근 심화되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베트남 메콩 강 삼각주의 39%에 해당하는 지역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양윤정: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군요.

장명화: 네.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농업을 비롯한 1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의 금융시장이 재해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만큼 성숙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조만간 기후변화로 특정 국가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예정입니까?

장명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측은 당장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각종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빈도가 잦아지고 파괴력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흐름을 국가 신용등급에 어떻게 반영할지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한국의 주류회사인 오비맥주는 최근 황사 예방을 위한 몽골 '카스 희망의 숲' 조성사업과 현지 환경난민의 자립 지원을 위해 국제환경 민간단체인 ‘푸른 아시아’에 1억 원, 미화 약 96000달러를 기탁했습니다. '카스 희망의 숲' 조성사업은 몽골에서 판매되는 맥주 '카스' 제품의 판매금액 1%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모아, 푸른 아시아와 공동으로 국토의 50%가 사막인 몽골 울란바토르 아이막 에르덴솜에 15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환경개선 사업입니다. 오비맥주는 기부금 기탁에 이어 이달 말 '푸른 아시아'와 한국 대학생 환경동아리 '그린 단델리온' 회원들과 함께 몽골에서 조림 봉사활동에 나섭니다. 오비맥주 측은 "기후 변화로 인한 몽골의 급격한 사막화는 자연 생태계 파괴, 토양 황폐화, 황사로 이어져 한국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세계적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며 "몽골 '카스 희망의 숲' 조림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몽골의 사막화를 막고 사막화의 피해자인 환경난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최근 발칸 반도에 기록적인 홍수로 산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 사람들과 집과 도로를 휩쓸어 갔습니다. 그러나 보스니아의 또 다른 치명적인 위협이 홍수의 흙더미 속에 숨어 있으니 다름 아닌 지뢰입니다. 옛 유고 해체 후 각 공화국의 독립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르비아계의 공격이 발칸 반도를 피로 물들이던 1990년대 중 1992년부터 1995년 사이에 보스니아 전쟁이 벌어졌고 이때 100만 개의 지뢰가 매설됐습니다. 종전 후 이십 년 동안 당국은 이를 꺼내 없애려고 애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개월에 올 비가 최근 단 사흘 동안 퍼부어 120년간의 기상 기록 사상 최대 강우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홍수가 나기 전 기록된 지뢰 매설지 약 9400 곳에 12만 여개의 지뢰가 남아 있었습니다. 홍수로 제방이 휩쓸려 사라졌으며 산사태가 나면서 지뢰 매설지 경고판과 지뢰 자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보스니아 당국은 19일부터 지뢰 추적 정찰을 시작했습니다. 국제 조약에 따르면 보스니아는 2009년 초까지 지뢰 제거를 완료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지뢰가 많이 숨어 있는 보스니아는 2019년까지 지뢰와 다른 포탄들을 제거하도록 시한이 연장됐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