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밭, 저수지 봄 가뭄에 타 들어가

0:00 / 0:00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를 강타한 봄 가뭄을 들여다봅니다.

(시민) 다들 모내기도 제대로 못 내고 물도 그냥 없으니까…… 논도 다 내놓고 그랬어요. 물이 없으니까……

강원도 춘천시에 사는 한 시민이 며칠 전 한국의 연합뉴스 TV에 나와 심각한 가뭄상황을 토로하는 모습입니다. 동영상을 보면 가뭄에 누렇게 타 버린 파는 수확을 포기한 채 텃밭에 방치됐고, 계곡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가 5월 말 가뭄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모내기 철이 시작됐지만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가뭄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도 64%에 머물러 평년의 80%대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특히 강원도는 기상 관측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저수지 저수율은 59%입니다. 평년 77%보다 18% 낮습니다.

비다운 비가 오지 않으면서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KBS 방송에 나온 한 농민의 말입니다.

(농민)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 아직까지 물 때문에 전쟁을 하느냐고….

문제는 당분간 가뭄을 해소 시켜줄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여름은 장맛비 마저 시원찮을 전망이어서 가뭄 상황은 더욱 악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의 예보, 잠시 들어보시죠.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 여름철 전반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주로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이 한반도 남쪽으로 형성되어서 장마기간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뭄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체계적인 물 관리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봄 가뭄이 현재와 같은 관측 체제를 갖춘 1973년 이후 둘째로 심각한 가뭄이어섭니다.

가뭄에 속이 타는 농민들은 보 수문 개방 방침까지 나오자 '물 부족 공포'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충남도는 지금 같은 가뭄이 6월에도 이어질 경우 '공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산임해산업지역에 하루 16만 9500㎥ 공업용수를 공급해 온 대호호 저수율이 5월 25일 현재 3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5월 22일 낙동강 고령보,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여섯 보를 6월 1일부터 즉시 개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보로 가둬둔 물을 흐르게 해 '녹조 라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녹조는 부영양화된 호수 또는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와 남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이 되는 현상을 말하고, ‘라테’는 우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환경단체는 당장 수문만 열어도 물의 흐름이 빨라져 녹조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를 모두 없애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자연을 살리는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대구환경연합의 정수근 사무처장이 한국의 YTN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정수근) 물을 계속 흘려 보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녹조 저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 철거까지 해서 강을 완전히 예전처럼 흐르는 4대강으로 만들어야지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둬둔 물은 상당수 지역에서 농업, 공업용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보의 수문 개방으로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가 대구 달성보 주변에서 최근 만난 농민들은 특히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걱정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는 달성보가 개방돼 수위가 1.5m만 낮아져도 일부 양수장 가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수위가 7m 정도 내려가면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양수장 5곳 가동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역시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북한 공식 뉴스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북한의 농업부문에서 가뭄피해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사업이 전 국가적으로 힘 있게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국가계획위원회와 전력공업성을 비롯한 위원회, 성, 중앙기관들에서는 석유와 전력, 농기계 부속품 등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주고 있으며, 모든 기관과 기업소에서는 운송 수단을 만가동시키고 해당지역에서 펌프, 원동기, 강우기 등 물주기에 필요한 설비, 기자재를 빠짐없이 동원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의 보도입니다.

(조선중앙TV) 올해 적들의 극악한 제재 책동으로 말미암아 연유 사정이 긴장하고 가물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또 도·시·군에서는 관개구조물들의 보수정비를 서두르고 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과 함께 크고 작은 물 원천을 탐구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양수동력설비의 가동률을 높여 가뭄 피해가 발생했거나 가능성이 있는 논밭부터 관수를 보장하는 한편, 아미노산 미량원소 복합비료, 성장촉진제 등으로 ‘잎덧비료주기’를 진행해 ‘물 절약형 농법’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잎덧비료주기는 엽면산포, 비료나 농약을 물에 타서 식물의 잎에 뿌려 양분이나 약액을 흡수하게 하는 일을 말합니다.

통신은 북한에서 지난 4월 하순부터 서해안 중부 이남지역과 동해안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밀, 보리, 강냉이 포기에서 가뭄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인 30℃ 이상으로 오르고 센 바람까지 자주 불어 가뭄현상이 더 심해졌으나 이른 시일 내에 전반적 지역에서 가뭄을 넘길만한 비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식량난이 예상됩니다. 권태진 CJ&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의 권태진 원장이 한국의 KBS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권태진) 보릿고개를 잘 넘기는 문제도 있지만 올 가을에 수확할 농사가 잘 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 농사를 망치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정치적으로 큰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유엔은 북한이 7번째로 기아 인구가 많은 나라로 올해 50만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최근 공동 발표한 '2017 세계식량위기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 2천530만 명의 17%에 해당하는 440만 명이 식량 부족 위기 상태에 해당하는 '통합식량안보단계'의 3단계 또는 그보다 심각한 상태입니다. 식량 부족이 걱정스러운 2단계에 해당하는 북한 주민은 560만 명으로 북한 전체 인구의 22%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