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탈북청년들과 남한 대학생들이 진행하는 도시양봉을 들여다봅니다.
(꿀벌 효과음)
꿀벌이 과일 나무의 꽃과 꽃을 드나들며 쉴 새 없이 꽃가루를 모으는 소리입니다. 나무는 이 과정에서 꽃가루끼리 가루받이, 즉 수분이 일어나면서 열매를 맺습니다. 지난 한 해 미국에서만 이렇게 해서 생산된 과일과 야채 등 농작물이 150억 달러 상당에 달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4백조4백억 원이 넘었습니다. 미국 농경연구소의 곤충학 박사 스티븐 쿡 씨의 말입니다.
(스티븐 쿡) 꽃가루 매개 곤충들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의 60%가 곤충에 의한 타가 수분에 의해 만들어지거든요.
최근 들어 부쩍 꿀벌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가운데, 양봉을 통해 남북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직업대안학교 ‘두드림 아카데미’의 탈북 청년 5명과 강원대학교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소속 회원 5명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두드림 아카데미는 20대 탈북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과 강원도 내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14명의 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이들 남북 청년들이 현재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산자락에서 ‘민들레의 봄’이란 이름이 붙은 도시양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시양봉이란 시내 한 복판에서 벌을 키우는 것으로, 꿀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도심지역 식물의 생육을 돕는다’는 친환경 운동의 일환입니다.
두드림 아카데미의 최상준 교무실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민들레의 봄’ 사업이 남북 청년 간 교류를 통해 하나 되는 통일 모형을 만들고, 동시에 양봉으로 경제적 자립과 도시환경 개선, 탈북 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위해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최상준) 강원대학교에 ‘인액터스’라는 동아리가 작년부터 저희와 교류해왔습니다. 이 동아리 학생들과 어울리다가 조금 의미 있는 만들어보자 하면서 하게 된 게 도시양봉입니다.
품목을 양봉으로 정한 것은 무엇보다 꿀벌 감소로 인한 생태계 훼손을 방지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꿀벌 5마리 중 2마리 이상이 폐사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학계와 농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백악관이 지난 5월 '꿀벌 살리기'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민들레의 봄’ 사업의 조성우 팀장의 말입니다.
(조성우) 꿀벌이 환경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넓게 퍼져야한다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의 한 소재로 선정을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들은 도시양봉 사업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두드림 아카데미의 최상준 교무실장은 이들이 지난 2월 강원도 원주의 한 양봉학교에서 양봉 이론과 실습 교육을 수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상준) 강원대학교 학생들과 도시 양봉을 계획하면서, 원주에 있는 ‘어반 비즈’에서 도시 양봉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여기에 학생들이 참가해서 양봉을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 관리하는 등의 교육을 받고 현재 도시 양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는 매주 지속적인 만남과 회의를 통해 벌통 관리, 벌꿀 채집 방법을 논의하고 판매 전략도 세웠습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400만 원, 미화로 약 3600달러는 3월 말 남북하나재단의 민간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해결됐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한국 통일부 산하 기관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생활보호와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민들레의 봄’ 양봉 사업 참가자들은 벌통 10개를 마련했으며 지난달 말 첫 채밀, 즉 꿀을 땄습니다. 강원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조성우 팀장의 말입니다.
(조성우) 한국에서는 5월 중순 내외로 아카시아 벌꿀을 채밀하는데요, 저희도 이번에 마련한 벌통 10개로 아카시아 벌꿀을 채밀해서 여과를 마쳤습니다. 곧 판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저희가 책정한 가격은 2kg에 5만 원 정도 선에서 판매하려고 합니다. 판매를 다각화해서 여러 소형 포장을 해서 소량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도 제공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한국 돈 5만원은 미국 돈으로 45달러가량 됩니다. 이들은 채밀한 꿀을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일부 제품은 이웃에게 나눠 줄 계획입니다. 일부 탈북 청년들은 오는 6월 25일이 남북 모두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이때에 맞춰 직접 채취한 꿀을 생활이 어려운 탈북자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양봉 사업 참가자들은 또 강원도 춘천시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채밀, 벌꿀 아이스크림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두드림 아카데미의 최상준 교무실장의 말입니다.
(최상준) 지금도 채밀을 계속해나가고 있습니다. 채밀한 꿀을 판매해서 나오는 수익금을 가지고 앞으로 캠프도 열고, 지역 내 초등학생들을 모집해서 밀랍초도 만드는 등 지역사회 프로그램도 할 계획입니다.
첫해 최종 수확량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봉학교에서 배운 대로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양봉을 하기 때문입니다. 농약과 항생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벌에게 설탕을 먹이지도 않습니다. 45일에서 60일 동안 자연스럽게 벌통 내부에서 수분이 날아간 숙성 꿀을 수확하는 게 이들의 관리방식입니다. 수확하는 꿀의 양을 최소화하더라도 벌이 먹을 것을 최대한 남겨주는 겁니다. 그래선지 ‘민들레의 봄’산 꿀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최상준 교무실장의 말입니다.
(최상준) 저희들이 하는 양봉은 100% 아카시아 꿀입니다. 설탕을 비롯한 다른 첨가물이 전혀 섞이지 않습니다. 100% 아카시아 꿀인 토종꿀입니다. 그래서 맛이 더 진하지 않을까요? 다들 먹어보고 맛이 진하다고 해요.
최상준 교무실장은 이어 “이 사업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학생들의 공통 관심사를 늘려 가며 교류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