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개선 위해 남북 협력 사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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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6월 한달간 가동 중단에 들어간 석탄화력발전소를 들여다봅니다.

남한에서 가동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6월 한 달간 전격적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새 정부 들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배경은 뭘까요? 안병옥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오염이 무척 심합니다. 물론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오염원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중국의 영향도 있고, 국내에서는 석탄발전소, 경유차를 비롯한 자동차 등 여러 배출원이 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정부 입장에서 가장 손쉽게 정책을 펼 수 있는 대상을 먼저 선택하게 됩니다. 석탄발전소는 남한 내에서 총 59기가 가동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에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30년 이상 된 노후발전소 10기를 조기에 중단시키고, 3월부터 6월 정도, 즉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시기에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미 5월까지 지나갔기 때문에 6월 한 달간 10기 가동을 멈출 계획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2기의 경우, 이번에 멈추기 어려워서 8기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한 달만 중단되는 올해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하지만 내년부터는 소비자 부담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화력발전을 중단하면 LNG, 즉 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LNG 발전이 생산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전기요금도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견해에 대해 안 소장은 그다지 동의하지 않습니다.

(안병옥) 약간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전기요금이 인상된다고 하는 게,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면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했을 때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전력구매비용이 올라갈 것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에는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합니다. 그 비용이 약 2,400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런데 한전이 작년에 영업이익만 12조원을 거두었습니다. 정부는 2,400억원 가량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해도, 한전이 충분히 이 부담을 감당할 수 있고, 전기요금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곧바로 부담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한전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인상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로 올해 석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2015년보다 3% 줄고, 임기 말인 2022년에는 18%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10기 정도가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되면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냐에 대해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9기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14%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8기가 중단되는 것이니까,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전국 배출량 대비 2% 정도로, 그렇게 많지 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국 기준으로만 봤을 때만 그렇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인 지역들, 그 주변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영향 받는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2%가 아니라 그 감축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국 대비는 2%지만, 석탄발전소 주변지역에서는 미세먼지가 10-15%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이번 가동 중단으로 분진이 줄면서 미세먼지 배출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MBC 방송이 가동 중단 첫날, 충청남도 보령화력발전소를 방문했는데요, 한 지역주민의 말, 들어보시죠.

(주민) 남서풍 불면 저 발전소서 우리 집이 코 밑 아니요. 바람 불면 석탄 날아오는 느낌이 아주 뿌에요.

남한이 이렇게 대기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북한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남한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발표한 '2017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38명으로 전 세계 172개국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이런 사망률은 전 세계 평균의 2.6배이며 남한보다는 10배 이상 높습니다.

앞서 유엔환경계획도 201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화력발전소와 공장, 가정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황 성분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평양이 서울보다 공기가 나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 소장은 북한이 석탄 의존도가 높은데다, 전력시설이 턱없이 낙후한 까닭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안병옥) 북한에 석탄화력발전소가 8군데 정도에서 가동되고 있습니다. 발전소 기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중에 북창화력발전소 규모가 가장 큽니다. 발전 설비용량 기준으로 보면, 2.8 기가 와트 정도 됩니다. 최근에는 북한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2014년에 김정일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수력, 풍력, 태양열과 같은 자연에너지 이용을 강조한 것을 고려했을 때,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롭게 짓는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는 북한이 지금 겪는 심각한 전력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동중인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오래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이 충분히 현대화되지 못하고, 그 결과 대기오염을 발생케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남측의 새 정부 출범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만큼, 북한의 대기오염 문제와 에너지난을 해소할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안 소장은 남북 재생에너지 협력과 러시아산 PNG, 즉 천연가스 사업을 꼽았습니다.

(안병옥) 미세먼지 발생원이라는 게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남북간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핵 문제를 비롯해서 남북간에 군사적, 정치적으로 상당히 긴장관계에 있기 때문에 당장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군사적 조건을 봐가면서, 추진할 필요는 있습니다. 남쪽은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북한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해 가져오는, 소위 PNG 건설사업이 이명박 정부 때에도 고민된 적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해서 남쪽으로 가져오되, 그 중에 일부를 북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서 대통령 특사로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산 PNG의 남한 공급을 위해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을 비롯한 남한, 북한, 러시아 3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