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이 최근 남측에 메르스 검역장비 지원을 요청한 배경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메르스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메르스는 중동 지역,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올해까지 한국을 포함한 극동 아시아 지역에서는 발생한 적이 없는 감염 질환입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31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1149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31명이 사망했습니다. 대한감염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벼운 감기 몸살 정도로 앓고 지나가는 환자들의 경우, 병원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실제 사망률은 더 낮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양윤정: 북한이 최근 남한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남조선에서 사망률이 높은 호흡기성 전염병 전파'라는 제목으로 메르스 발병 소식을 처음 전한 이후 시시각각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특히 메르스로 인한 남한의 사망자 발생 소식을 전하며 “호흡기성 전염병 바이러스가 남조선 전 지역으로 급격히 전파돼 감염환자가 수십명을 넘고 있으며 인명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윤정: 남북 간 인적교류가 진행 중인 개성공단에 메르스가 확산될까 우려해서인가요?
장명화: 맞습니다. 당장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출입 인원의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역하기 위한 열 감지 카메라를 남측에 요청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북한 측이 최근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 개성공단을 오가는 남측 근로자를 대상으로 메르스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열 감지 카메라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양윤정: 열 감지 카메라가 뭔지 좀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열 감지 카메라는 비접촉 방식으로 사람을 비춰 바이러스 감염 현상의 일환일 수 있는 체온 상승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따라서 공공장소나 수많은 사람이 출입하는 출입문 등에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면 이동하는 사람의 신체 발열을 훑어서 신속하게 감염 또는 질병 확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때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 유행했던 신종 독감의 1차 검역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열 감지 카메라”라고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메르스 공포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 각지의 관공서는 물론 기업들이 나서 자체적으로 열 감지 카메라를 도입해 추가 확산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윤정: 한국 정부가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습니까?
장명화: 네. 사실 한국 정부는 작년 11월 북측의 요구로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 장비를 지원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 같은 전례에 따라, 이번에도 북측의 요청을 수용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주말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때 열 감지 카메라 3대를 북측에 대여했다가 돌려받은 바 있다"며 "이번에도 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기자들에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양윤정: 이 열 감지 카메라는 어디에 설치됩니까?
장명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측 출입사무소에는 열 감지 카메라가 이미 설치돼 있습니다. 따라서 북측에 대여한 장비는 8일 북측 출입사무소에 설치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금까진 개성공단에서 복귀하는 인원에 대해서만 메르스 검역 차원의 열 감지 검사를 실시했으나 지난 5일부터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인원에 대해서도 같은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메르스가 개성공단으로 퍼지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메르스 예방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장명화: 마침 북한 당국이 열 감지 카메라와 함께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메르스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지급해달라고 남측에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공단 입주기업이 자율적으로 지급하도록 방침을 정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는 5만 3천여 명으로, 메르스 마스크를 지급하면 10억 원, 미화로 약 9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개성공단에도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마스크 공장이 있지만, 현지 조달은 불가능하고 남한 지역으로 완제품을 들여온 뒤 정상적인 유통 과정을 거쳐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메르스 소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개성공단보다는 외화벌이를 위해 중동지역에 근로자들을 대거 송출한 때문은 아닙니까?
장명화: 일부에서는 그런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3년 기준 북한의 중동지역 파견 노동자 수는 카타르 2천여명, 쿠웨이트 4천여 명, 아랍에미리트연합 1천여 명, 리비아 250여명 등으로 파악됐습니다.
양윤정: 아닌 게 아니라, 메르스가 첫 발생지인 중동에서 최근 신규 감염자를 낳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메르스가 처음으로 탐지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보건부는 이달 초 동부 도시 호푸프에서 6명의 감염 확진자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 2명은 위독한 상태입니다. 또 기존 감염자 중에서 4명이 사망했다고 보건부는 덧붙였습니다. 사우디는 2012년 첫 발병 이래 메르스 감염 확진자가 1016명에 달하고, 44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감염이 의심되던 아부다비 환자 2명이 14일 간의 병원 격리 후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역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쿠웨이트, 카타르에서도 이전에 메르스 환자가 보고됐으나 최근에는 없어 이 지역의 메르스 급증 현상은 계절적 혹은 주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양윤정: 메르스는 현재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는데다, 북한은 방역 능력이 상당히 취약하지 않습니까? 북한이 어떤 식으로 메르스를 관리할까요?
장명화: 예전과 같은 봉쇄 조치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한번 전염이 시작되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취약한 보건의료 체계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영양 상태나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전염병의 확산 속도는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과거 신종 전염병에 대처하는 북한의 방식은 주로 ‘국경 차단’이었는데요. 지난 2003년 북한은 사스,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을 막기 위해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국경 지대에서는 감염이 의심되는 외국인을 되돌려 보내거나 격리 치료에 나섰습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할 당시 북한은 자국민에 대한 모든 해외여행을 금지하고, 발병 보고 국가 국민의 입국을 전면 거부했습니다. 같은 해 4월에 열린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완전히 금지했습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앞으로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거나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응원단을 보내지 않는 등 남북 교류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장명화: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북측 개성공단 출입인원 제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 내 메르스 확산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