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나무의 늦은 개화와 그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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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기온변화로 인한 아카시아 나무의 늦은 개화와 그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김용화) 식량해결에서 제일 많이 먹는 게 아카시아 잎사귀, 꽃을 뜯어서 먹는데, 꽃은 그냥 먹고, 잎은 양잿물을 좀 넣고 끓이면 쓴물이 빠지고 거기에 강냉이 가루를 좀 뿌리고 끓여먹는대요.

한국의 민간단체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용화 대표가 국경지역에 식량을 얻으러 나온 황해도 주민에게 전해들은 내용입니다. 북한에서 식량이 떨어진 집에서는 이렇게 아카시아 풀을 식사대용으로 먹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발간되는 월간 '조선녀성'을 보면, 아카시아 나무는 콩과 식물로 동물과 인간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인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북한에서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땔감용 장작으로도 사용됩니다. 탈북 방송인 김태산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태산) 북한에서 식수사업을 할 때는 주로 경제공업용으로 소나무와 잣나무를, 땔감용으로 아카시아 나무를, 그리고 농업용 자재로는 외사리나무 등을 많이 심습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이렇게 애용되는 이유는 빨리 자라는데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경제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년생에서 200평방미터 이상의 통나무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목재 생산성이 높고, 20년생에서 500kg 정도의 꿀을 수확할 정도로 단위 꿀 생산량도 매우 높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카시아 나무는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나무는 60~70년대에 산사태방지용으로 집중적으로 심어졌는데요, 덕분에 한국은 빠른 시일 내에 산림녹화를 이룩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카시아 나무는 한국에서 전체 꿀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밀원수입니다. 지난해 한국 벌꿀 생산량은 약 2만6천통으로 이 가운데 아카시아가 70%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아카시아 나무는 최근 몇 년간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급격히 쇠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올해 봄철 이상 저온으로 5월에 피는 아카시아 나무의 개화가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 개화시기의 차이가 줄어 꿀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올해 아카시아 나무의 개화일은 작년보다 서울은 6일, 온대 중북부는 8일, 온대 남부는 1일 정도 늦었습니다. 지역별 개화 시기는, 올해에는 10-11일로 그 기간이 아카시아 나무의 개화가 가장 빨랐던 2008년에 비해 4-5일 정도 줄었습니다. 지역별 아카시아 나무의 개화시기가 비슷해지면 이동 양봉에 의한 꿀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 곳에서 7일 정도 꿀을 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개화시기가 비슷해지면 채밀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아카시아 나무를 대체할 나무를 찾기 위한 노력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 국립산림과학원의 이재천 과장은 "최근 수년간 기후변화로 봄철 개화시기 변동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면서 "꽃 피는 시기별로 적합한 밀원 수종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재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나무로 떠오르는 것이 백합나무입니다. 백합나무는 아카시아가 만개하는 5월 중하순부터 꽃이 피는데, 꽃 한 송이의 개화기간은 20-30일로 아카시아보다 두 배가량 깁니다.

미국 동부 지역이 원산지인 백합나무는 아카시아 나무보다 목재로서의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꿀 생산량도 아카시아 나무와 비슷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유근옥 박사가 한국의 SBS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유근옥) 한국의 20년생 아카시아 나무가 2kg이 나온다고 하는데, 백합나무는 20년생 1.8kg이 나옵니다. 밀원식물로 앞으로 충분히 심을 가치가 있는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진한 갈색인 백합나무 꿀은 향이 매력적이고 미네랄 함량이 높아 건강식품으로의 가치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백합나무는 생장과 재질이 우수해 목재 자원으로서 가치가 높고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산림청은 2020년까지 6만 헥타르에 백합나무를 심을 계획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유근옥 박사는 "앞으로 조림할 백합나무를 이용한다면 밀원 수종을 따로 조성할 필요 없이 아카시아의 개화기간 단축과 개화량 감소에 따른 양봉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립적십자사는 지난해 이맘때 북한에서 아카시아 나무와 잣나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나무심기 사업을 펼쳤는데요, 앞으로 백합나무도 조만간 포함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