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뭄 내년까지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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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북한의 심각한 가뭄을 들여다봅니다.

(기상 예보 보도)이번 주에는 가뭄과 더위를 식혀줄 만한 단비 예보가 없습니다. 중국 남부에서 일본 남해상까지 형성된 장마 전선도 북상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예보관) “중기 예보 기간 동안 장마전선에 의한 강수 가능성이 낮아 장마 시작이 평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한국의 JTBC 방송사에서 당분간 마땅한 비소식이 없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전하는 장면입니다. 올 하반기 동안 엘니뇨의 기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은 약해지겠고,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고기압이 장마전선의 북상을 저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지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인데요, 엘니뇨가 발생하면 호주, 동남아시아, 인도 등 태평양 서쪽 지역은 강우량이 감소하고 남미 등 태평양 동쪽 지역은 강우량이 증가합니다.

한국에서는 유래 없는 가뭄으로 소양강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40여 년간 물에 잠겨 있던 수몰지역의 성황당 매차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습니다. 1973년에 준공된 소양강댐의 15일 수위는 152m, 저수율 26%를 기록하고 있으며, 1978년 최저수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뭄에 따른 작황도 좋지 않아 배추 등 채소 가격은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의 배추 한 포기 평균 경락가격은 1년 전보다 215%나 올랐습니다.

다목적댐 등 수리ㆍ관개시설이 열악한 북한의 사정은 더욱 딱합니다. 한국 통일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지역 평균 강수량은 41.7㎜로 평년의 57%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임병철 대변인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입니다.

(임병철 대변인)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서 현재 북한의 가뭄 상황, 그리고 식량 사정에 대해서 파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인사는 함흥지역 댐의 수위가 평년 15m 수준에서 30㎝ 수준까지 급락했다고 한국 언론에 전했습니다. 2013년 말부터 지난해에 걸친 가뭄으로 북한 전역의 주요 호수와 저수지 등 124곳의 용수가 고갈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북 소식통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소식통) 4월말부터 지금까지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가뭄에 대해 대책은 전혀 없고, 농민들과 소토지를 일구어 사는 사람들이 지금 통곡 중입니다. 올해 또 어떻게 살아가겠는가고... 오직 하늘만 바라보면서 비가 오기를 빌면서....

특히 모내기철인 지난달 강수량이 급감하고 기온도 평년 대비 섭씨 약 1도 높아 농지 수분함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습니다.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의 경우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각각 47%, 6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첫 모내기가 있었던 지난달 10일 이후에도 가뭄이 이어지면서 뿌리 활착에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통일부는 예상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가뭄 탓에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북한이 식량난을 겪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한국 산업은행의 김영희 북한경제팀장이 연합뉴스TV에 나와 밝힌 말입니다.

(김영희) 지금은 조금 다르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 국가가 생산하는 식량의 양은 많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이제는 시장을 통해서 먹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버텨오면서 시스템이 구축돼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만일 식량이 공급돼지 않으면 중국에서 밀수를 통해서라도 식량이 많이 공급됩니다. 그 결과, 물가는 많이 올라가겠지만 과거와는 달리 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공급돼서 거기서 수요가 발생합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는 배급제에 의존한 탓에 아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후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생겼다. 굶어죽는 일이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식량난이 임박할 경우 북한당국이 미리 확보해둔 군량미를 풀거나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기구에 호소해 부족분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농업 개선 조치로 인한 식량 생산량 증가가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 현상을 완화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수확이 많이 들어올 것 같으니 북한 주민들이 부지런해졌다"며 "농업 개선 조치 때문에 생산량이 유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조선중앙TV에 나온 말입니다.

(조선중앙TV) 모든 힘을 총동원, 총집중하여 모내기 전투를 끝낼 데 대한 당의 전투적 호소를 높이 받들고 불리한 날씨 조건에서도 물 절약형 농법을 비롯한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남은 문제는 이번 가뭄이 일시적인 기상 현상이냐 아니냐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바짝 타들어가는 이번 가뭄이 한반도 대가뭄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기상 통계적으로 볼 때, 역대 한반도엔 38년 주기로 대가뭄, 124년 주기로 더 심한 극대가뭄이 찾아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대가뭄 해는 1901년, 1939년, 1977년, 그리고 정확히 38년 뒤인 올해입니다.

특히 올해는 124년 극대가뭄 주기의 영향권에도 들어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1281년 이후 124년마다 찾아와 1652년, 1777년, 1901년으로 이어진 극대가뭄의 다음 차례는 2025년입니다. 극대가뭄은 해당 년도를 정점으로 전후 25년이 가뭄 영향권인데, 올해 38년 대가뭄과 124년 극대가뭄 주기가 겹쳐 최악의 해가 우려된다는 분석입니다.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의 변희룡 교수가 17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밝힌 말입니다.

(변희룡) 38년 주기를 죽 보면 1939년, 1977년, 그 다음이 올해인데요, 그해 가뭄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1939년의 경우 그 다음해인 1940년 6월말까지 가뭄이 계속 됐습니다. 1977년의 경우 1978년 6월말까지 갔습니다. 올해 가뭄이 1939년과 유사하다면 계속 장마 없이 햇볕이 내려쬘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1977년의 경우 중간에 잠시 숨통이 트였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다행인거죠.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