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두루미의 서식지 복원 노력을 들여다봅니다.
(두루미 울음소리)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멋지게 하늘을 나는 두루미. '학'이라고도 부르는 두루미는 남북한에서 장수와 행운, 화목한 가족을 상징하는 길조로 꼽힙니다.
'학'자 들어간 땅 이름이 한국에만 2백 곳이 넘을 정도로 예부터 한반도에 고루 많이 찾아온 철새입니다. 그러나 6.25 전쟁과 이후에 계속된 개발로 살 곳이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남북한 비무장지대 주변에 띠 모양으로만 남았습니다.
이 천혜의 두루미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미국의 한 비정부단체에 의해 꾸준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위스콘신 주 배러부에 본부를 둔 '국제두루미재단'입니다. 이 단체의 공동설립자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조지 아치볼드) 국제두루미재단은 남북한 정부와 여러 단체와 함께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보호하고 이들의 서식지를 복원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두루미는 현재 남북한의 군사적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에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두루미는 원래 3월에 동해안 안변 평야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동했다가 11월 즈음 다시 북한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이곳에서 월동하지 않습니다. 북한에 만연한 식량난 때문입니다.
(조지 아치볼드) 1990년 말 이후부터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농지에서 곡식을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다 걷어가 두루미의 먹이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두루미재단은 지난 2008년부터 비무장지대에서 97km 떨어진 안변평야 농민들을 돕기 위한 기금 20만 달러를 모아 비료와 농기구를 지원하고, 생태환경 조성과 주민교육 등을 추진해왔습니다.
(조지 아치볼드) 저는 지난 4년간 매년 11월과 12월 사이에 북한을 방문해왔습니다. 올해에도 갈 계획입니다. 정확한 방문일은 그때 가봐야 압니다. 저희 단체는 안변평야 농민들에게 유기농법을 가르쳐 생산성을 높이도록 소규모 보조금을 보냅니다. 농민들이 더 많은 수확을 거둔다면, 추수 후 논에 두루미가 먹을 쌀도 더 많이 남겨둘 것 아니겠습니까? 이와 더불어, 안변평야와 기타 서식지의 두루미에 과한 조사를 하기 위해 연구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치볼드 박사는 북한 사업이 안변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유기농 비료와 새로운 농기계, 최신 농업기술 등이 곡식 수확량을 개선시키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남한 내 두루미 월동지의 사정도 썩 좋지는 않다는 게 국제두루미재단의 판단입니다. 논에 떨어진 낟알이 두루미의 주된 먹을거리인데, 볏짚을 말아가거나, 논을 일찍 갈아엎거나, 축산 분뇨를 뿌려 낟알을 찾기 어렵습니다. 재두루미가 잘 찾는 여러 서식지는 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여울 두 곳이 인접한 임진강 상류 지역은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대규모로 월동하는 서식처지만, 하류 쪽의 홍수조절 댐이 지난해 말 담수를 시작하면서 여울 한 곳이 사라졌습니다. 담수가 마무리 되는 다음 겨울엔 하나 남은 여울마저 물에 잠기고 얼어붙게 됩니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돼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잠자리가 있고 주변의 평야와 강가에서 비교적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로 두루미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원은 전 세계 2700여 마리의 생존 두루미 중 1,000여 마리가 찾아옵니다.
이런 이유로, 국제두루미재단은 남북한의 모든 사람들이 비무장지대에 기대어 사는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해 남한 정부와 북한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국제회의장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조지 아치볼드) 북한을 떠난 두루미들은 이제 비무장지대로 향합니다. 여기서 남한에서 온 두루미들과 합류하게 됩니다. 한반도로 가는 두루미들 대부분이 여기서 월동하게 된 겁니다. 만에 하나 비무장지대마저 개발되면, 이곳을 찾는 두루미들은 갈 데가 없습니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두루미는 한국 문화의 중요한 상징입니다. 이 때문에 국제두루미재단 측은 인간과 자연이 상호 작용하는 모습을 남북한에서 모두 보고 싶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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