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보호 노력을 들여다봅니다.
(영화 '죠스' 음악)
머리카락이 쭈뼛하고 곤두설 만큼의 강렬한 공포감이 깃든 유명한 미국 영화 '죠스'의 주제음악입니다. 지난 1975년 현존하는 동물인 상어를 등장시켜 현실감 있는 공포를 극대화해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죠.
이 무시무시한 상어가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바로 '샥스핀' 요리 때문입니다. 샥스핀이란 상어의 지느러미를 말하는데요, 중국의 고급 요리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중국의 대표적인 진미입니다. 샥스핀은 1㎏당 가격이 최저 800달러로 높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샥스핀 요리를 아주 즐겨 먹었다고 하죠. 김 전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가 공개한 김정일 식탁 차림표를 보면, 샥스핀 요리는 5일 동안 4차례나 주 요리로 등장할 정도입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이 지난 2010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한 만찬에도 어김없이 샥스핀 요리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중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상어가 고급 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바람에 멸종 위기에 처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샥스핀 요리 때문에 세계적으로 연간 7천300만 마리의 상어가 희생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퓨 환경 그룹'의 리즈 캐런 씨의 말입니다.
(리즈 캐런) 상어의 남획은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국제 상어 지느러미 거래 시장의 중심지는 홍콩입니다. 이 시장에 관여하는 나라만해도 80개국이 넘습니다.
상어잡이가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낭비적이고 동물 학대적인 어획 방식 때문입니다. 지느러미는 상어 몸무게의 5%에 지나지 않습니다. 5%를 위해 95%가 버려지고, 지느러미가 없어진 상어는 헤엄칠 수가 없어서 고통 속에 죽어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상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태평양 연안과 마다가스카르 등 인도양 연안, 대서양 원양에서 잡힙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상어 9천700만 마리, 약 140톤이 잡혔습니다. 2000년에 약 1억 마리가 잡혔던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백상아리, 고래상어, 돌묵 상어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어 지난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멸종위기 동식물보호회의에서는 해머헤드 상어, 악상어, 장완흉상어 등 3개종이 추가로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됐습니다. '퓨 환경 그룹'의 리즈 캐런 씨입니다.
(리즈 캐런)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상어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도 수프 등의 요리에 샥스핀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 시에서도 표본 하나를 분석했더니, 해머해드 상어의 지느러미가 나왔습니다. 해머해드 상어는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상어입니다.
이런 까닭에, 세계 각처에서 상어를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뉴욕 주에서는 샥스핀 유통금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현재 뉴질랜드에선 샥스핀 요리를 주문하지 말자는 환경단체의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의 확산에 한국도 동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항공사들이 앞장섰습니다. 대한항공은 6월 초부터 샥스핀 운송을 전면 중단했다고 20일 밝혔고 아시아나항공도 앞으로 샥스핀 운송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샥스핀 운송요청이 있으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규정에 따라 발급된 증명서가 있을 경우에만 운송을 허용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샥스핀은 지난해 58만2천 달러 상당의 76톤 물량이 수입된 바 있습니다. 상어지느러미는 주로 호텔과 중식당에서 국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는 "샥스핀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수입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합니다.
이런 한국의 결정이 미국의 경제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보도되자, 한인 동포 등 미국 인터넷 방문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샥스핀 요리 때문에 희생되는 상어가 너무나 많다고 들었는데 한국 국적 항공사들이 좋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도 많이 칭찬 한다", "국가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현재 북한에 샥스핀이 어느 정도 수입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는데요,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도 이런 세계적인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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