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 방지, 남북 공동실태조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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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한반도 남쪽의 한라산 안쪽까지 뚫은 소나무 재선충병을 들여다봅니다.

(신창훈) 가지 하나가 색깔이 변해있길래, 설마 여기까지 왔겠냐 의심스러워서 샘플을 채취해 발견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제주도 산하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의 신창훈 과장이 최근 한국 KBS 방송에 나와 밝힌 말입니다. ‘샘플’이란 어떤 특정목적을 가진 과학적 시험, 검사, 화학 분석 등에 사용되는 물질 또는 생물을 말합니다.

신창훈 과장이 설마 했던 문제는 그만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5월부터 6월까지 한라산국립공원의 소나무를 조사했는데요, 700m와 900m 고지대의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700m 이하에서만 발견됐고, 700m 이상은 저온덕택에 소나무 재선충으로부터 안전한 지대라고 통상적으로 인식돼왔습니다. 이번에 이 지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게 밝혀져 상당히 충격을 준 것입니다.

그러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이 확인된 한라산 어리목 입구를 찾아 긴급 현장회의를 개최했는데요, 원 지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라산에 재선충이 나타난 것은 메르스 상황이나 다름없다”며 우려했습니다. 메르스는 2012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2015년 5월부터 남한에서 1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도대체 소나무 재선충병이 뭐길래 2년전 남한 전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에 비유할 정도일까요?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소나무 재선충은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가느다란 실 모양의 벌레입니다. 재선충이 소나무 내로 들어가게 되면 양분과 수분의 이동통로를 막아서 소나무를 말라 죽게 만듭니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리게 되면 3개월 이내에 100% 고사할 정도로 매우 치명적입니다. 재선충은 생긴 대로 실 모양이기 때문에 단독으로는 이동하지 못합니다. 주로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 하늘소를 매개충으로 해서 이동합니다. 재선충에 감염된 죽은 나무에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고 번데기가 되면, 재선충이 나무에서 곤충으로 옮겨갑니다. 그러다가 4월에 솔수염하늘소가 성체가 되면 그때 인근의 다른 소나무로 함께 옮겨가서 새로운 나무를 감염시킵니다. 이렇게 9월부터 3월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인근의 모든 소나무가 다 감염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한라산은 높이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요, 해발 900미터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경계지역입니다. 평안남도 개천시와 덕천시 경계에 있는 ‘백탑산’이 높이 1,199m로 남부 묘향산맥의 최고봉입니다. 그러니까 900미터면 꽤 높은 셈인데, 이곳까지 소나무 재선충이 침투하게 된 이유는 뭘까 궁금해집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이렇게 수백 미터 이상의 저온지대에서도 소나무 재선충이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900m 나 되는 저온지대에도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도로 개설로 인해 700m 이상 차량의 잦은 이동으로 재선충을 매개하는 솔수염하늘소가 자주 이동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국립산림과학원과 정밀 역학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김홍두 세계유산본부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홍두) 기후 온난화에 따라 한라산의 경우 해발 1,000m까지 안전지대가 아닌 게 확인된 만큼 1,000m까지 1, 2단계로 나눠서 예방 나무 주사를 전량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소나무림 면적은 988㏊이며, 이곳에는 50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가운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나무주사 대상 나무는 해발 450m에서 800m까지 집중적으로 숲을 형성한 한라산 산북지역 285㏊ 내 15만여 그루입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에도 남한처럼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했을까? 백 부소장은 다행히 아직까지는 무소식이라고 말합니다.

(백명수) 2008년 재선충 피해가 보도된 이후, 별다른 피해소식은 없습니다. 지난 2015년에 북한의 요청으로 금강산 일대에 소나무 재선충 감염 여부에 대한 공동요청이 남한 측에 들어왔었습니다. 이때 남한의 전문가들이 가서 조사했는데요, 소나무 재선충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하지만 전나무응애나 솔잎혹파리 같은 병충해가 발견돼서, 금강산 일대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의 평양과 인근 지역에 지난 2008년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해 퍼졌는데요, 당시 남한의 한 대북단체 관계자는 한국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선충병으로 보이는 병으로 평양의 야산에 있는 일부 소나무는 물론 동명왕릉에 있는 소나무들도 말라 죽어 가고 있다"면서 "평양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까지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북한 언론매체는 2007년 국가과학원이 곰팡이에 감염된 가지가 말라 죽는 소나무류 가지마름병과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약제연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재선충병 발병 사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소나무를 포함한 한반도 산림자원이 괴사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남북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강원도가 지난 2015년 남북협력과 교류사업 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한 방안도 한 대안입니다. 강원도는 이 방안에 금강산 지역 솔잎흑파리와 소나무 재선충병 등 공동 방제를 포함시켰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소나무 재선충병을 보면, 북한 산림의 병충해 발생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공동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소나무 재선충은 감염 여부를 조기에 찾아내는 게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를 감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교육과 홍보도 매우 필요합니다. 특히 소나무 재선충병은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약재를 주사하는 방안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서 북한에 관련 약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거나 지원하는 창구가 있어야 합니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할 경우, 확산을 막기 위해 벌목, 또 벌목한 나무를 전문적으로 처치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남한 정부가 6월 27일 북한에서 결핵 퇴치사업을 진행하는 유진벨재단의 대북 지원물자 반출을 승인해 주목됩니다. 대북물자 반출이 승인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입니다. 남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 교류는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고 이에 따라 승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