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회의 '플라스틱 관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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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엔환경회의의 플라스틱 관련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재클린 맥클라이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비용은 점점 높아져갑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덜 노출될수록, 더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플레스틱 쓰레기를 매립할 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플레스틱 재활용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유엔환경계획(UNEP) 소속 수석 과학자인 재클린 맥클라이드 박사가 최근 열린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투기로 인한 해양 생태계 피해를 경고하는 부분입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열린 이번 국제회의는 지구촌의 목표인 지속가능한 발전, 불법 야생 동식물 거래, 대기오염과 같은 국제사회 공통의 환경문제를 주제로 열린 첫 유엔 환경총회였습니다. 이번 총회는 유엔환경계획의 구실과 위상을 강화하려고 유엔환경계획 집행이사회를 유엔환경총회로 변경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전격 공개된 플라스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투기가 해양 생물, 관광, 어업 등에 미치는 피해는 연간 최소 130억 달러에 달합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 지구에 해마다 750억 달러 규모의 자연자본 비용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공기질 악화,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환경오염 등의 피해를 환산한 금액입니다.

보고서는 과학자들이 심지어 극지방의 해빙 속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을 발견했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이, 돌고래, 고래 등 해양생물을 죽게 만들고 산호초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처럼 버려진 그물에 걸리거나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먹이인 줄 알고 삼켰다가 죽어가는 물고기와 거북 등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왔습니다. 가까운 예로, 멸종위기인 '붉은 바다거북' 한 마리가 지난해 7월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폐그물에 걸렸다 해안경찰에 의해 바다로 돌려보내졌습니다.

보고서가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다에 떠다니는 크기가 5㎜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입니다. 이들 미세 플라스틱은 치약이나 세안용 각질제거제 등의 생활용품에 사용됩니다. 그 뒤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그대로 흘러들기도 하고 버려진 쓰레기가 풍화작용으로 부서져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 속에 함유된 유해 화학물질이 강과 호수, 해양에 유입되고, 조류와 물고기, 홍합, 동물성 플랑크톤 등이 이를 먹게 됨으로써 결국 식탁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유엔환경계획의 아킴 슈타이너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아킴 슈타이너) 전 세계 국가들에게 해결하자고 요청하는 것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방법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들여다보자는 겁니다. 특히 플라스틱을 아무데다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바다에 마구 버리는 것은 우리 먹이사슬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기억해야합니다.

북한에선 현재 플라스틱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플라스틱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영원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가 강이나 해안가에서 유입되거나 선박에서 무단 투기된 후 해류를 타고 북한 쪽으로 흘러들어간 사례를 탈북자 주성하 씨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주성하) 어렸을 때 저의 집에 신덕샘물이라는 상표가 적힌 2리터짜리 수지물병이 있었습니다. 남쪽에서는 그런 병을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병이라고 하는데, 북에선 외래어를 안 쓰니 수지 병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유리병과는 달리 깨지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서 술병이나 물병으로 잘 사용됐죠. 제 고향이 바닷가인데, 가끔 태풍이 오면 일본에서 수지 병들이 많이 밀려옵니다. 그러면 그런 병들을 주어다 요긴하게 썼죠. 1994년경부터 프랑스 오물을 수입해오기 시작한 뒤로 북엔 수지 병이 아주 흔해졌습니다만, 그 이전까진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서해의 해양쓰레기로 인해 바다거북, 고래류 등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지난 2011년 서해연안의 해양쓰레기를 조사한 결과, ㎞당 1.9개가 발견됐고, 이 중 플라스틱 제품이 8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플라스틱류 중에서도 비닐 포장지, 스티로폼 조각, 플라스틱 조각, 플라스틱 병이 발견됐습니다. 플라스틱류 쓰레기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버려진 것이며, 14%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편, 유엔의 플라스틱 보고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해양환경오염과 지구의 자연자본 손실을 줄이는 방안으로 ‘플라스틱 발자국’을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며 배출하거나 소비하는 온실가스와 물의 양을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의 양을 꼼꼼히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한국 산림청이 아프리카의 산림황폐지 되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산림분야에 대한 정부 간 협력관계를 맺은 튀니지와 ‘제2차 한국·튀니지 산림협력위원회’를 가졌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2010년 산림청과 튀니지 농업부 간 산림협력양해각서가 체결된 이래 두 번째로 열린 회의에선 튀니지 유용식물조사 공동연구, 건조지 산림경관복원 협력, 코르크참나무숲 복원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특히 튀니지 농업부는 캐루안 지역의 건조지를 안내하면서 주민들의 생활환경개선, 생태계보전 등 지역경제 향상과 연계한 사막화방지조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두 나라간 협력 사업이 늘길 원했습니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북서아프리카 지중해연안에 있는 나라입니다. 국토면적은 1600만ha로 25%가 사막지역입니다.

-- 브라질 연방법원이 아마존 지역에서 이뤄지려던 대규모 금광 개발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북부 파라 주에 있는 아마존 지역 싱구 강 근처에서 캐나다 광산개발업체 벨로 선이 갖고 있던 금광 개발권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연방법원의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혀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금광 개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지질조사 결과 벨로 선이 개발하려는 지역에는 470만 온스의 금이 묻혀 있으며, 이 가운데 최소한 280만 온스는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인권 관련 비정부기구들은 그동안 아마존 지역에서 대규모 금광 개발이 이뤄지면 환경 파괴와 원주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해 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