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시달리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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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폭염현상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폭염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2100년께 전 세계 인구 4분의 3이 폭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서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 관련 전문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을 큰 폭으로 감소 조치하지 않는 경우 2100년경에는 전 세계 인구 4분의 3이 폭염으로 죽음의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논문의 대표 저자인 미국 하와이 대학교의 카밀로 모라 연구자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이미 흔한 사례가 됐다"며 "지난 2003년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약 7만 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9/11 테러 당시 사망자 수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9/11테러는 지난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내 공격으로 3천여 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사건입니다.

양윤정: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으레 여름 기후 특징이라고 인식해서 대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통상 섭씨 37~38℃ 수준으로 체온을 유지하다가 날씨를 비롯한 외부 요인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열이 나면서 땀이 체온을 낮추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다 불과 체온이 섭씨 40℃에 도달하면 중요한 세포 조직이 손상되기 시작하고 40℃를 초과하면 위험한 상태가 되는데 폭염 속에서 이런 위험도가 급증한다는 것입니다

양윤정: 이런 폭염으로 제일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누굽니까?

장명화: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리차드 켈러 교수는 미국 국립지리학회가 창간한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한 인터뷰에서 "어린이와 노인, 빈곤층이 더위의 영향을 가장 받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켈러 교수는 "실제로 2003년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1만 5000명 가운데 대부분 75세 이상인 독거 노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폭염 현상도 심해지고 있죠?

장명화: 네. 남쪽의 경우, ‘폭염 위험지수’를 통해 위험지역을 공개하며 맞춤형 예방활동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가 최근 ‘폭염 위험지수’ 1~6등급을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산출한 데 따르면, 폭염 최고수준인 1등급은 기존 대구와 광주 경계를 넘어 경상북도에서 의성군·포항시가,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시·익산시까지 확대됐습니다. 폭염 위험지수는 기후적 요인과 함께 인구구조학적 분포를 반영해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사망자수, 독거노인수, 농림어업종사자수 등을 종합해 산출됩니다. 참고로, 폭염일수는 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 열대야일수는 하루 최저기온 25도 이상을 말합니다. 등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폭염에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양윤정: 한국 기상청이 얼마 전 세계 최초로 ‘폭염연구센터’를 개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겠죠?

장명화: 네. 현재 기상청은 하루 최고 기온 섭씨 33도가 예상되면 폭염 주의보를 예보하는데요, 이런 폭염은 6월에서 8월 사이 집중됐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기상청의 정준석 예보국장이 최근 한국의 YTN 방송에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정준석)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한반도에도 폭염이 조금 일찍 발생하였다가 가을까지 지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상청이 최근 문을 연 '폭염연구센터'는 폭염의 원인을 분석하고 예측해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데요, 센터는 현재 수치 정보로 3일 정도 예측하는 기상청 예보 기술을, 2주일까지 장기 예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폭염연구에는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합니다. 폭염 예보 전문 기술 인력도 양성하는 이 연구센터는 앞으로 폭염으로 인한 자연 재앙에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윤정: 이번 주 북한 날씨를 보니 평양, 개성, 함흥 등지의 최고기온이 30도 가량인데요, 남한 쪽 사정에 비해서 그나마 북한은 다행이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곳곳에 아이스크림과 얼음을 파는 장사꾼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최근 이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태양열광판 구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대부분 가정이 선풍기를 보유하고 있고 전기를 필수로 하는 품목들이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여름이 본격 시작되면서 태양열광판을 구입하려는 듯하다는 이야깁니다. 예전에는 개인 발전기를 통해서 전기 부족을 해결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구식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양윤정: 요즘에는 폭염과 함께 폭우가 동반되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장명화: 당장 북한과 이웃한 중국에서는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남부 지역은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난 반면, 북부 지역은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남부 지역에서는 최근 열흘 동안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양쯔강 물이 크게 불어났습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후난성의 경우 지난 6월 평균 강우량이 1951년 기상 기록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국가재난방지센터의 장쟈투안 대변인의 말입니다.

(장쟈투안) 양쯔강 중류 수위가 35.52미터를 넘었습니다. 경계수위를 초과한 것으로 올해 양쯔강의 첫 번째 홍수입니다.

반면 중국 북부지역에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랴오닝, 그리고 네이멍구는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할 정돕니다. 현지 방송에 나온 허베이성 시민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시민) 바람 한 점 없이 몹시 덥습니다. 항상 끈끈한 느낌에 땀도 나네요.

중국 중앙 기상대는 일부 북부지역은 기온이 40도를 넘어설 수 있다며 당분간 한낮 외부활동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한반도와 중국 이외에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입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일어나는 이상 기후가 확산됨에 따라 예보조차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본 기상청은 "장마철을 맞아 기온 상승이 예상됐지만 큐슈 등에는 폭우가 내리면서 '이상 기후 조기 경계 정보'를 냈다"며 "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편서풍 영향까지 받으면 당분간 폭염과 폭우가 동반되는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스테븐 데이비스 교수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데일리’에 "지표면 온도 상승과 폭염 등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 현상"이라며 "기온 상승 문제로 정든 땅을 떠나 이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