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저균 생산력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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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탄저균 생산 능력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미국에서 북한이 탄저균 생산 능력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요, 우선 탄저균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탄저균은 탄저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대표적인 생물무기입니다. 흙 속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감염 후 발병 하루 안에 항생제를 다량 복용하지 않으면, 80%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살상능력이 뛰어납니다.

양윤정: 이 탄저균을 북한이 생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의 핵심 내용은 뭡니까?

장명화: 미국 비확산센터의 멜리사 해넘 연구원이 최근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살충제 연구소인 북한의 평양생물기술연구원에서 군사 규격의 탄저균 생물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결론은 해넘 연구원이 지난달 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생물기술연구원 현지 지도에 나선 사진을 분석해 나왔습니다.

양윤정: 잠시 북한 관영 매체의 관련 보도를 짚고 가죠.

장명화: 네. 우선 조선중앙TV는 지난달 6일 약 8분에 걸쳐 현지지도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 생물 농약을 생산하고 연구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실무적인 사업이 아니라 매우 중요하고도 책임적인 사업이라 하시었습니다...

(조선중앙TV) 평양생물기술연구원에서 생산하고 있는 생물농약은 구제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각종 진드기류를 포함해 80여종의 병해충들을 거의 100% 죽일 수 있으며...

또 북한 관영 ‘노동신문’의 연구실 사진은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의 세균계수기, 배양기, 물 살균기, 발효기, 생물반응기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양윤정: 해넘 연구원은 이런 보도를 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분석을 내놓았습니까?

장명화: 해넘 연구원은 사진에서 확인된 대부분의 설비는 "이 연구소가 정규적이고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의 생물무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해넘 연구원은 "생물무기를 만드는 시설은 생물 살충제 등을 연구·개발하는 시설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위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넘 연구원이 최근 기고문과 관련해 워싱턴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멜리사 해넘) BT라는 유기농 살충제를 만드는 박테리아와 탄저균이 매우 유사한 종입니다. 따라서 살충제를 만드는 공장에서 탄저균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해넘 연구원은 특히 사진에 등장한 현대적 장비들이 생물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위 '호주 그룹'이 제시한 통제 품목들이 불법 반입됐다는 것입니다.

양윤정: 호주 그룹이 뭡니까?

장명화: 호주 그룹은 생화학 무기의 확산 방지를 위해 호주가 주도해 결성한 비공식 협의체입니다. 지난 1985년 첫 회의 때, 15개국이 참석했지만, 현재 한국을 포함해 40개 회원국으로 증가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이란 이라크 전쟁에서의 화학무기 사용결과를 반영해 화학무기 용도의 물질과 제조장비 등의 수출통제에만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이중용도 물자가 생물무기 제조사업에 전용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특정 생물작용제 관련 기술과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지침도 채택했습니다.

양윤정: 생물무기 생산시설이 생물 살충제 생산시설로 위장한 사례를 몇 개 들어주시죠.

장명화: 네. 이라크는 지난 1995년 생물무기 생산공장으로 의심받던 알하캄의 공장으로 서방기자들을 초청해 이곳이 닭을 키우는 농장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 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사위가 망명해 폭로한 내용과 유엔 사찰단의 보고서로 막대한 양의 생물무기를 생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구소련의 스테프노고르스크 공장은 미생물 살충제와 탄저균을 동시에 생산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언제부터 생물무기 개발을 시작했습니까?

장명화: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1968년 일본으로부터 탄저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넘 연구원은 이후 국제 구호단체가 의도치 않게 북한의 생물무기 생산 능력 증대에 기여했다고 기고문에서 주장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농업생명과학센터 CABI의 스위스 지부가 2005년 북한에 생물 살충제 개발을 위한 소규모 시설을 세웠는데, 이 시설이 생물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은 이 CABI의 스위스 지부가 세운 시설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2011년 세워졌습니다.

양윤정: 그러니까, CABI가 북한에 전수한 미생물 살충제 배양기술은 탄저균 배양기술과 같은 겁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해넘 연구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멜리사 해넘) 농약이 되는 투린지엔시스균 생산이나 탄저균 무기가 되는 탄저균 생산 과정은 같습니다.

문제는 생물무기 시설이 이중용도로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확인과 감시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은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사용된 이라크와 구소련의 생물무기 시설과 동일한 모형입니다. 만일 북한이 만일 식량안보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합법적으로 살충제를 수입해 오면 되는데, 불법적으로 제재를 피해 이중용도 장비들을 들여가 굳이 살충제 공장을 세운 건 탄저균 생산을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왜 숨기고 싶은 평양생물기술연구원의 관련 시설물을 굳이 노출시켰을까요?

장명화: 이와 관련해 조엘 위트 전 미국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평양생물기술연구원 방문 시점이 지난 5월 말 주한미군의 탄저균 배달 사고 보도가 나간 직후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엘 위트) 시점이 수상합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북한도 탄저균을 생산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의도적으로 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생물 무기 보유 현황은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마침 한국 국방부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북한의 생물 무기 보유 현황을 보고했는데요, 북한은 현재 모두 13종의 생물 무기를 소량의 균체 형태로 보유하고 있고, 유사시 열흘 이내에 배양해 무기화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방부는 특히, 치사율이 높은 탄저균과 전염성이 강한 천연두를 유사시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생물무기를 특수전 부대나 항공기, 오염된 동물 등을 활용해 전파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생물 무기를 탑재한 미사일 탄두는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또 2천5백~5천여 톤의 화학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군은 이 같은 북한의 생물무기 위협에 대비해 오는 2020년까지 화생방 통합전장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탄저균 등의 백신치료제를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