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113]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유보된 비무장지대(DMZ)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생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왕은점표범나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한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생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왕은점표범나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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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유보된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DMZ, 그러니까 비무장지대의 남측지역 일대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하려던 계획이 무산돼, 한국 정부에 충격을 주었는데요, 저희 청취자를 위해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우선 유네스코란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의 약자입니다. 그리고 ‘생물권보전지역’이란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과 그 주변지역의 생태계 보호와 지역 발전을 조화시키기 위해 유네스코가 해당 국가의 신청을 받아 지정하는 곳을 말합니다. 람사르습지와 세계자연유산과 더불어 국제기구가 공인하는 세계 3대 자연보호지역입니다. 일단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유네스코로부터 조사와 관리에 필요한 지원도 받습니다. 2011년 말 현재 114개국에 580곳이 있는데요, 한국은 설악산, 제주도, 신안다도해, 광릉숲이, 북한은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이 지정돼 있습니다.

양윤정: 비무장지대는 남북 분단의 상처이자 화해의 미래인 동시에 생태환경의 마지막 보루인데요, 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가치가 있는 거 아닙니까? 유네스코 측이 지정을 유보한 이유가 뭐랍니까?

장명화: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안이 거부된 것은 처음입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사업’ 국제조정이사회는 한국 정부의 생물권 보전지역 계획안이 기준미달이라는 이유로 유보했습니다. 핵심, 완충, 전이지역 등 3단계로 이뤄지는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 조직 규약’의 용도구역 설정 기준에 맞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양윤정: 핵심, 완충, 전이지역은 각각 어떻게 다릅니까?

장명화: 핵심지역은 생태계를 엄격히 보호해야 하는 지역입니다. 핵심지역을 둘러싸는 완충지역은 핵심지역 보호를 위해 생태탐방 등 최소한의 이용만 허용하는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이지역은 완충지역의 바깥입니다.

양윤정: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기준에 미달하는지 궁금한데요.

장명화: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약 3,000㎢를 비무장지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했습니다.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부의 남측 지역 전체와 비무장지대 인근의 습지, 산림유전자원, 백두대간 보호구역 등 법정보호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약 861㎢는 핵심지역에 해당합니다. 또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 위주의 약 700㎢는 완충지역, 접경지역 가운데 민간인통제선 인접 생활권 약 1400㎢를 전이지역으로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 철원 지역은 민간인통제선 이북 지역을 제외한 비무장지대만 포함됐습니다. 결국 비무장지대를 보호할 완충지역과 전이지역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양윤정: 강원도 철원 지역은 뭐가 문제였습니까?

장명화: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 지역은 부유한 농가가 많은 평야지역인 데다 사유지도 많아 보전지역 지정에 따른 추가 규제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아주 심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계획이 무산되자, 강원도 철원 주민들은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철원군 번영회의 유종근 회장은 “민간인통제선 지역은 농업 활동을 하는 곳인 만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의 계획은 멋있고 낭만적이지만 주민에게는 또 하나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유네스코 이사회에서 심지어 영국이 철원 지역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보전지역 지정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양윤정: 남쪽 주민의 반대는 그렇다 치고, 북한의 입장은 긍정적이었나요? 비무장지대를 남북한이 함께 국제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징성이 커서 과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모색했던 사업이 아닙니까?

장명화: 사실 이번에 비무장지대를 사이로 맞닿아 있는 북측 지역이 배제된 것도 영향을 미치기는 했습니다. 한국과 함께 유네스코 34개국 이사국 중 하나인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윤정: 비무장지대는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엔군사령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환경단체들은 유엔군사령부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것도 지정 유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경단체들이 한국 국회를 통해 확인한 신청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사령부의 동의를 얻지 않고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유엔군사령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이라면서, “유엔군사령부의 서명란을 비워둔 채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윤정: 앞으로는 남북한이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일을 공동으로 추진했으면 싶네요. 장명화 기자, 수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빗물을 수자원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빗물관리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특허출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특허청에 따르면 빗물 이용시설을 포함한 전체 빗물관리 시설 관련 특허 출원이 2008년 11건에서 2009년 27건, 2010년 37건, 2011년 45건으로 늘고 있습니다. 빗물관리 관련 특허 기술들을 통해 버려지는 빗물을 활용하면 용수 사용 비용을 줄이고, 기후변화로 야기될 수 있는 물 부족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빗물관리 시설과 관련한 총 145건의 출원 가운데는, 빗물 저류시설 관련 출원이 7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저류시설이란 여름철 집중호우시기에 일정 양의 빗물을 가두는 시설입니다. 여기에는 무독성, 친환경 재질 또는 광촉매 등을 적용해 정화 기능이 있는 재질을 사용하는 기술이 출원되고 있습니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강우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어되는 빗물관리 시설도 출원되고 있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습적 집중호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 브라질 아마존의 광대한 열대 우림이 황폐화하면서 수십 종의 희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소속 연구진의 말을 빌려 아마존 열대림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멸종된 희귀 동물은 앞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우려되는 것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아마존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지난 30년 동안의 산림 벌채로 희귀 동식물 서식 환경을 크게 위협했으며, 앞으로 완전히 멸종될 것이 예상되는 희귀 동물은 포유동물 10종, 조류 20종, 양서류 8종 등 모두 38종입니다. 연구진은 산림이 없어지면서 곧장 멸종하는 희귀 동물은 거의 없지만, 번식 활도가 떨어지고 먹이를 구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진은 가장 멸종 위험이 큰 희귀 동물을 구체적으로는 거명하지 않았지만, 현장 조사원들은 흰뺨거미원숭이, 브라질 양색 원숭이, 왕수달이 서식 환경 파괴와 다른 환경 위협에 맞서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