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대로 동해안 오징어조업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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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진한 동해안 오징어 조업을 들여다봅니다.

(강릉 어민) 예전에는 이 시기에 200-300급 정도 잡았는데, 올해는 30-50급밖에 안돼요.

강원도 강릉 주문진의 한 어민이 최근 한국의 YTN 방송에 어두운 표정으로 오징어 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말하는 장면입니다. 오징어 200급은 4천 마리, 30급은 6백 마리 가량됩니다.

한국 강원도 속초시와 속초시 수산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오징어 금어기가 종료된 이후 지금까지 속초수협이 위판한 오징어는 80여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7톤의 41%에 불과합니다. 위판은 '위탁판매'의 줄임말로 상품을 어떤 판매업체나 판매업자에게 위탁하여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징어의 어획고도 약 9억7천만 원, 미화 83만 달러가량으로 지난해의 56%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속초수협의 오징어 위판가는 이달 초 한때 20마리 1급당 8만 원대, 미화로 약 6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중부 지방에서 온 한 상인의 말입니다.

(상인) 생각보다 너무 비싸네요. 한 바퀴 돌았는데 너무 비싸요.

기름 값이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가 뻔해 아예 출어를 포기하는 어선도 많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어획량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라는 겁니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5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냉수대 같은 불규칙한 수온 변동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냉수대란 여름철 연안에서 주변 해역보다 수온이 2~3℃ 이상 차가운 해수가 출현하는 현상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국립수산과학원이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3월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는 북한 한류의 세력이 남하하면서 연안 수온이 낮아 오징어 어군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봄철 금어기인 4월-5월 이후에도 북상하던 동해안 오징어 어군은 연안의 찬물을 만나 울릉도와 독도 해역 먼 곳까지 이동했습니다. 특히 동해 연안은 부분적으로 냉수대가 나타나고 있어 중심 어장은 동해 먼 바다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처럼 남한에서 동해안 오징어가 크게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북한 동해안에서 지난달 말부터 본격 시작된 오징어잡이는 풍어를 기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과 한 통화를 인용해 “최근 동해 바닷물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오징어잡이 전투’가 일찍 시작됐다”면서 “이 때를 맞춰 동해안으로 몰려든 타 지역 주민과 어민들로 해안가 마을들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은 ‘오징어가 백성을 먹여 살린다. 이 시기 놓치면 망한다’는 결사의 각오로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면서 “신포와 단천을 비롯한 함경남도 지역은 물론, 함경북도 바닷가 마을에는 평양과 남포, 신의주 등지에서 모여온 주민들로 붐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난 2월, 중국어선의 동해 어업을 금지할 데 대한 국방위원회 명령이 하달되어 그 동안 골칫거리였던 중국 쌍끌이 어선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북한 어선들의 어획량이 많아지고 중국 수출이 다시 재개될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전망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온라인 매체인 '신화넷'은 이달 들어 중국으로 반입되는 북한산 오징어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7월 들어 2주 만에 북한과 국경을 접한 지린성 훈춘 샤투어즈 통상구를 통해 반입되는 북한산 오징어가 200톤에 이르는 등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산 오징어는 주로 청진 등 동해안에서 잡힌 뒤 급속 냉동돼 중국으로 반입되고 있다고 신화넷은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민간연구소인 GS&J 북한 동북아연구원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 들어 어획량 증대에 힘써온 북한은 지난해 오징어를 중심으로 한 대중 수산물 수출을 2013년에 비해 25%나 늘렸습니다. 지난해 북한산 오징어의 중국 수출액은 1억1천만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해 북한의 대 중국 수산물 수출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 측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동해와는 달리 서해는 사정이 낫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는 아예 새로운 오징어잡이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어획량이 전통적인 오징어잡이 어장인 동해 북부와 울릉도를 누를 정도입니다.

한국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충청남도 서산수협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모두 646t에 이릅니다. 모두 태안 앞바다와 인근 지역에서 잡은 것들입니다. 같은 기간 속초수협 위판량보다 많습니다. 울릉수협이 기록한 127톤에 비하면 다섯 배가 넘습니다. 지난해 위판량은 울릉수협이 서산수협보다 많았으나 올 들어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서산수협의 정남희 경매팀장이 연합뉴스 TV에 나와 하는 말입니다.

(정남희) 작년보다 60-70% 어획량이 늘어났고요, 하루 1만5천-2만 상자 정도 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일 박사는 “태안군 제일 서쪽인 격렬비열도 바닷속 온도가 섭씨 14~18도 정도여서 오징어가 살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오징어가 몰려와 집단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징어를 따라 어선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평소엔 그물로 멸치를 잡는 어민들이 함께 오징어를 잡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동해 지역의 전문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태안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낚고 있습니다. 현재 이런 오징어잡이 채낚기 어선 100여 척이 태안군 격렬비열도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입니다. 오징어잡이 선장 두 명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어선 선장 1) 경상도 배들이나 강원도 배들이 전부 다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니까 서해로 많이 몰렸죠.

(어선 선장 2) 동해에는 오징어가 없어요. 지금부터 오징어가 나와야하는데... 동해에는 오징어 배가 없어요. 그 많은 배들이 모두 진도에 가버리고 오늘도 다 진도에 가서 배가 없어요.

이 때문에, 어민들은 명태처럼 오징어도 동해에서 결국 자취를 감추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