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한반도의 가뭄을 들여다봅니다.
(금창석) 가로수라든지 녹지 전체적으로 가뭄 해소를 위해서 100mm 이상의 비가 필요하고 전체적으로 3천 그루 정도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경상북도 포항시의 금창석 녹지조성팀장이 최근 한국의 SBS방송에 나와 계속되는 동해안 가뭄에 대해 밝히고 있는 부분입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한반도의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든 반면, 동해안 지역이 오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현상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앞으로 지속될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다른 지역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됐습니다. 하지만 동해안 지역은 장마가 비켜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매우 적어서 가뭄이 심각합니다. 포항이나 영덕 등 경북 지역은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서 3분의 1로 그치고 있습니다. 포항은 올해까지 내린 비의 양이 198mm, 경주는 205mm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가 적게 내리다 보니 저수지에 담긴 물의 비율, 즉 ‘저수율’이 36% 미만으로 떨어져 농업용수도 매우 부족합니다. 한국은 가뭄 피해를 홍수 피해처럼 정확한 피해 액수를 산정하지는 않고 있어서 정확히 언급하긴 어렵습니다만, 포항은 벼와 밭 작물 피해가 약 61 헥타르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주와 포항시는 가로수 약 5천그루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어서 집중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가뭄을 비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식량 배급량을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북한의 가뭄이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에서 올해 가뭄으로 쌀, 옥수수, 감자, 콩 등 주요 농작물의 피해가 큰 것으로 발표했는데요, ‘식량과 농업에 관한 세계 조기경보 체계’라는 제목의 보고서 내용입니다. 올 가뭄이 2001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라고 합니다. 특히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지난단 말, 밀, 보리, 감자 등 주요 작물이 31만 톤이 수확됐습니다. 이는 작년에 생산된 44만 7천의 수확량에 비해서 31%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런 이모작 작물은 5월부터 추수 전까지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 되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식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 기간을 잘 넘길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특히 쌀과 같은 주요 작물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쌀을 도정 전 기준으로 253만 6천톤이 생산됐는데, 올해는 지난해 생산량의 27%가 감소돼서 약 200만톤 정도가 생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뭄으로 올해 식량난을 겪을 것이라 예상되는 북한은 최근 들어 비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최근 북한 방송 매체는 평양에 있는 농장을 비 피해 예방 모범 사례로 거론하며 주민들에게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습니다. 조선중앙TV의 보도, 잠시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밭 작물이 비바람에 의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새끼줄도 쳐주고, 도랑도 깊이 째 줘, 많은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질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 큰 홍수를 겪은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물난리 대비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지난해 8월, 9월에 해방 이후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었습니다. 두만강 유역에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려서 이 일대가 범람했습니다. 함경북도 일대에 지난 태풍으로 인한 피해입니다. 인명피해로 138명이 사망했고, 실종이 400명에 이르렀습니다. 가옥이 4만채 정도 붕괴된 매우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와 함께 사회기간시설도 매우 피해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가 180여개 구간에서 파손되고 60여개의 다리가 무너졌고 철길 구간도 100여곳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교통이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식수와 위생시설 피해로 약 60만명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홍수 피해는 크고 적게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데, 주요 원인은 북한의 농업 방식, 즉 산을 깎아서 밭을 만드는 다락밭의 형식입니다. 이 밭을 경작하게 되면 산림이 황폐화되고 산의 토사가 비가 내리면 쉽게 흘러내려 하천과 강바닥을 높여서 범람에 취약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홍수와 관련된 사회기관이 태부족이고, 기상장비의 노후로 비 피해와 같은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홍수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홍수피해의 복구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중부 내륙 지역의 폭우 소식과 함께, 산사태나 침수 등 홍수 피해가 남지 않게 주의하라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중앙TV의 보도, 잠시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많은 비가 내린 상태에서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견되므로, 큰물(홍수)에 의한 피해가 없도록 사전 대책을 철저히 세우기 바랍니다.
실제로, 함경북도의 북한 소식통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2016년 수해를 입은 국경지역에 또 폭우가 쏟아졌다”며 “며칠째 내린 비로 농경지 일부가 물에 잠기고 산속에 있는 천막집이 무너지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습니다.
백 부소장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북한 지역에 비 피해까지 더해지면, 식량 사정은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명수) 지난해 홍수 등으로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을 외부 지원이 필요한 37개 식량부족국가군에 포함했는데요, 2005년 8월, 또 2006년 9월에 북한의 동북부 지역에 연이어 홍수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가뭄으로 주요 피해지역의 생산량이 3분의 1 가량이 더 감소했기 때문에 만성적이 식량부족 문제는 계속 더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6월까지 발생한 가뭄으로 외부에서 지원받거나 혹은 수입해야 할 식량 부족분이 45만 8천톤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하반기에 또 다른 홍수피해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식량난이 접촉이 끊긴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국제사회의 경우, 올해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따른 대북제재가 강화된 데다 최근 세계식량계획에 대한 지원마저 급감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큰 상황입니다. 백 부소장은 지금 당장은 남측의 대북 지원 역시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습니다.
(백명수)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 독일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에 별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으로 인해 당장의 지원은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남한 측은 북한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 사드 임시배치를 결정했고,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검토하는 등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에 이르고 있다고 봅니다. 새 정부가 대화를 제기했는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응수한 셈입니다. 북한이 자초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협력이 상당 기간 유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 대응 조치로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로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