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기로 한 중국의 결정을 들여다봅니다.
지구촌 쓰레기를 대량으로 사들이던 중국이 더는 폐 플라스틱, 파지 등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중국이 최근 플라스틱, 종이 쓰레기 수송품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WTO, 즉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한 것입니다. WTO는 무역자유화를 통한 전 세계적인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입니다.
백 부소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중국의 환경 오염 문제가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판단이 든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자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할 수 있는 고체 폐기물을 수입해왔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수입 쓰레기를 활용하도록 적극 장려해왔습니다. 하지만, 원료가 될 수 있는 폐기물에서 오염물질이나 유해물질이 대량 포함됐기 때문에 이런 폐기물이 야적되거나 쓰레기 재활용 중에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주변에 방치되면서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최근 쓰레기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590여개의 기업을 적발했을 정도입니다. 중국에서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업체만 약 2,000여개인데요, 이 중 590여개 기업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은 그 비중이 굉장히 높은 셈입니다. 이는 환경 문제가 제대로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전역에 쓰레기를 재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업체만 2000여개가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를 재가공해 판매하면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입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수입한 고체폐기물은 중국에서 제조업 호황에 큰 몫을 차지해왔습니다. 지난해 중국이 반입한 폐 플라스틱만 730만 톤입니다. 이는 전 세계 양의 56%를 차지합니다. 금액으로는 37억 달러로, 이는 폐 플라스틱의 경우에만 한정한 수치입니다. 중국이 얼마 전에 발표했던,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항목만 해도 24가지가 됩니다. 그 근원은 상당히 큰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단 폐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 수입한 쓰레기는 중국 경제에서 여러 가지로 재가공하거나 아니면 다른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져서 수입한 나라에 다시 팔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데 쓰레기를 사용하게 되면 필요한 에너지의 80% 정도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해서 여러 방면으로 중국에게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수입으로 인한 중국 경제를 대략 예측해보면,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든지, 재활용 및 가공 제품 생산품을 고려하면 4조가 폐 플라스틱에 해당하는 금액인데요, 이것보다 몇 십 배는 더 클 것으로 추측됩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수입한 음료수 캔은 중국에서 의류용 섬유나 기계 제작용 금속으로 재가공됐습니다. 중국은 또 미국에서 수입한 폐지를 다시 제품 포장재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 상당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또 1톤 가량의 폐지를 재활용하면 미국 평균 가정이 6개월 동안 사용할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발표에 긴장한 모습입니다. 미국 ‘고철재생산업협회’의 아디나 애들러 국제관계 선임국장이 최근 중국의 CGTV에 나와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아디나 애들러) 중국의 이번 수입 금지 조치가 일본, 미국 등의 가공산업에 영향을 주리라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지난 10년간 필요로 했던 고철폐기물을 구하지 못한다면 중국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쓰레기 수입 문제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2007년 연구에 의하면 극심한 경제난과 외화부족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폐기물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쓰레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수만 톤의 생활 쓰레기와 산업 폐기물을 수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알루미늄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나 폐타이어 등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북한이 지난 1997년 대만과 비밀계약을 맺어서 고준위 핵폐기물을 반입하려다가 남한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좌절된 바 있습니다. 이후로도 중국에 산업 쓰레기를 북한에서 유입하는 데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북한이 수입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중국이나 북한의 쓰레기 수입이 한반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데 있습니다.
단적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나오는 쓰레기 가운데 40%가량이 소각되고 있는데, 쓰레기 소각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입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에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20억 톤 가운데 41%가 불에 태워지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중 폐기물 처리장에서 태워지는 쓰레기량이 중국이 1위입니다. 국립대기연구센터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해에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가운데 29%, 수은 대기배출량의 10%가 쓰레기소각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중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기오염입니다. 이 대기오염은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산업발전이나 감독 부실로 점차 대기오염이 굉장히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500대 도시 중에서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기준치에 부합하는 도시는 1% 미만입니다.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8배 이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대표적인 대기오염인 스모그가 발생하게 되면 며칠 내에 바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칩니다. 봄철마다 한국에서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는 미세먼지 역시 중국에서 기여한 부분이 상당합니다. 또 중국의 대기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등의 문제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리처드 뮬러 UC 버클리 대학교 교수는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 기조 강연에서 “한국의 경우, 한해 대기오염으로 2만2000명이 죽는데, 이 중 중국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1만4000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국의 대기오염이 한반도에 미치는 충격을 막을 길은 없을까? 백 부소장은 이런 질문에 남북한은 환경공동체인만큼 협력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고 답합니다.
(백명수) 한반도의 환경오염은 넓게 보면 동북아시아의 환경문제입니다. 이게 남북한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남북한 협력을 강화해가는 노력이 가장 필요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환경 공동체로서 좀 더 대화 경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경색된 국면에서 이것이 어렵다면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다양한 남북환경 교류협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은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 내 환경 문제에 대한 실태 파악이나 아니면 이를 지원하는 경로를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