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폭염에 끊고 있는 동해안을 들여다봅니다.
(윤남수) 1년 동안 키워서 한 순간에 날려버리니까 허무하기도 하고…
방금 들으신 것은 경상북도 포항시의 장기면에 사는 어민 윤남수 씨가 최근 한국의 YTN 방송에 나와 양식장 피해로 애태우는 심정을 밝히는 부분입니다. 이번 양식장 피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동해안 바다가 끊고 있는 탓입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동해안의 수온이 아열대 바다와 맞먹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크게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한반도 동해안 수온이 거의 (섭씨) 3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8월 7일 부산 기장군 앞바다 수온이 29.2도까지 올라갔고, 울산 정자항이 28.9도, 경상북도 포항 구룡포 앞바다의 수온이 28.9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한반도 연안 수온이 평년보다 2도-7도 정도 높다고 발표했는데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보다도 2-3도 정도가 더 높은 상황입니다. 이는 일본 오키나와의 아열대 앞바다와 비슷한 것입니다. 동해안은 수심이 깊어서 보통의 경우 20도-22도 사이에 분포합니다. 냉수대가 나타나면 1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의 온천법에 따르면, 섭씨 25도 이상인 경우, 온천이라고 부르는데, 동해안이 거대한 온천이 된 셈입니다.
올해 동해안 연안 수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마른장마와 대마난류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마난류는 일본 규슈의 남쪽에서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유입되는 해류인데요, 백 부소장의 구체적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여러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상승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동해안 일부 지역은 마른 장마로 예년에 비해 비가 매우 적게 내렸고 일찍 끝났습니다. 지난해 장마가 8월 초에 끝나면서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한 반면, 올해는 7월 말에 장마가 끝나면서 수온 상승이 더 빨라지고 더 오래 지속됐습니다. 상대적으로 햇빛이 강하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대마난류의 세력이 올해 유달리 강력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한 7월과 8월에 오던 태풍도 올해는 오지 않았습니다. 태풍이 오면 바다 표층의 더운 물과 아래층의 차가운 물이 섞여서 수온이 내려가게 돼있는데요, 올해는 아직까지 태풍이 오지 않아서 바다표층이 지속적으로 가열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당분간 수온이 내려갈 기상요인이 없을 것으로 보여 연안 수온은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2차례 비가 예보돼 있으나 수온을 내릴 정도의 양은 아니어서 8월 중순까지 30도를 오르내리는 높은 수온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같은 바닷물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백 부소장은 이런 충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해수의 수온상승의 해양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바닷물 1도가 상승하는 것은 육지온도가 10도 상승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해양생태계는 수온이 1-2도만 차이가 나도 어종이 달라집니다. 온대성 어류들은 수온이 급속히 상승하면 잘 적응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떼죽음을 당할 수 있습니다. 또 수온이 상승하면서 적조 발생 가능성도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식장의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양식장은 수심이 비교적 얕고 가까운 연안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기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바닷물의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수온 상승폭이 훨씬 크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물고기가 대량으로 폐사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경상북도의 경우 동해안에서 계속되는 높은 수온으로 폐사한 물고기가 지난 4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54만마리에 이릅니다. 지난 14일부터 경북 동해안에 최고 100㎜가량 비가 내렸으나 여전히 바닷물 온도가 섭씨 26도 이상을 기록해 폐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인 언급한 적조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적조는 플랑크톤이 갑작스레 엄청난 수로 번식해서 바다나 강, 운하, 호수 등의 색깔이 바뀌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물이 붉게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붉은 물이라는 의미에서 ‘적조’라고 합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이어지는 등 적조 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도 높은 수온 속에 유해성 적조가 발생해 큰 피해가 나기도 했습니다.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 동해안 수온 역시 절절 끓어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일터. 북한 쪽 상황은 어떨지 묻자 백 부소장은 무엇보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오징어 어획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합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수산업 부문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북한의 신년사를 보면 양어 양식 확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양식장의 확대 의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부족한 식량문제의 중요한 해법 중 하나로 양식장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합니다. 양식장의 특성상 연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북한 양식장도 수온 변동에 매우 민감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고기의 대량폐사라든가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특히 북한 동해안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오징어잡이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오징어는 바다 표층의 온도가 상승하면 표면으로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 설령 올라와도 높은 수온 탓에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획량이나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될 수 있어서 우려되고 있습니다.
오징어는 6월 중 남쪽에서 산란한 뒤 성장과정을 거치기 위해 북상합니다. 북한은 그간 북상하는 오징어를, 그리고 10월부터는 성장해서 남하하는 오징어를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2004년부터는 중국어선이 매년 수백억 원씩 입어료를 지불하고 북한 수역에서 조업해왔습니다. 북한 수역으로 들어가는 중국어선은 2004년 첫해 114척에 불과했으나, 2014년엔 1천900여척으로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동해안 수온 상승으로 이들의 오징어 어획량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심각해지는 한반도 동해안의 수온 상승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백 부소장은 양식장 어종에 대한 대처와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백명수) 한국 국립수산과학원은 고온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물고기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사료공급을 중단하거나 물고기 사육밀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양식장에 대한 전반적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데요, 주로 폐사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고수온 취약종, 즉 넙치나 강도다리 등 이뤄지는 양식장 어종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바닷물 표층의 물을 끌어다 쓰는 육지 양식장의 경우에는 온도가 높은 바닷물을 이용하면서 피해가 더 빠르게 발생합니다. 때문에 이런 고수온 현상에 대해 사전출하나 어종변경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고수온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데요,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기후연구센터는 기후변화로 바닷속 산소 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내놓았는데요, 바다는 수면에서 흡수하는 대기 중 산소와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어내는 플랑크톤으로부터 산소를 얻는데, 바다의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산소를 흡수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