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한국의 생태발자국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지구상 인류 모두가 오늘날의 한국인처럼 살아간다면 3.3개 분량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서, 최근 꽤 주목을 끌고 있다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가 최근 발간한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에서 그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세계자연기금은 지난 1961년 자연보호를 위해 설립된 국제 비정부 기구인데요, 지금은 세계 최대의 환경단체로 90여 개국에서 500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생태자원을 소비하면서 살려면 지구 생태계 재생능력, 즉 생태용량의 3.3배가 필요합니다.
양윤정: 우선, 보고서 제목에 언급된 생태발자국이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사람은 누구나 자원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데요, 이처럼 한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자원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과 배출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드는 비용을 땅의 면적으로 환산한 것을 생태발자국이라고 합니다. 이 생태발자국 지수로 각 나라에 환경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습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환경이 많이 파괴됐다는 뜻입니다.
양윤정: 이런 보고서가 이 시점에 나오게 된 배경이 뭡니까?
장명화: 올해 8월 초에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 앞당겨졌기 때문입니다.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란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준 한 해치 분량의 자원을 모두 써버린 날을 말하는데요, 그 해의 생태자원 소비량이 지구의 연간 재생 또는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날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날 이후부터 쓰는 자원은 미래에 쓸 것을 미리 당겨쓰는 셈입니다. 지구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 2000년에는 10월 초였습니다만, 올해는 8월 8일로 앞당겨졌습니다.
양윤정: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평균 생태용량의 8배가 넘는 생태발자국을 각자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생태계가 재생할 수 있는 공급량과 수요의 간극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한국의 ‘생태 적자’ 규모는 거의 5배나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자연자원에 대한 수요는 생태용량과 생태발자국 비교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 생태발자국이 생태용량보다 8배나 큽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높으며, 이웃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한국이 인접 국가보다 더 많은 생태용량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양윤정: 한국 내 생태발자국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뭔데요?
장명화: 탄소발자국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발자국’이 들어간 용어가 자주 나오는데요, 탄소발자국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기체의 총량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기의 사용량 또한 포함됩니다. 탄소발자국 측정을 통해 ‘어디서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느냐’를 알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원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탄소발자국이 한국 내 생태발자국 중 73%를 차지하는데요, 이는 세계 평균치인 60%를 크게 상회하는 것입니다.
양윤정: 한국 생태발자국의 가계 소비 부분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장명화: 음식이 23%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개인 교통수단, 전기, 가스, 기타 연료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생태발자국 감축의 대상으로 삼을 최적의 부문은 소비 범주 분석에서 상위로 기록된 음식, 개인 교통수단, 가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로 분석됩니다.
양윤정: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의 생태발자국 수치가 포함됐습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최신 통계자료가 부실하거나 확인조차 힘든데요, 생태발자국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자료는 2012년 것입니다. 세계자연기금과 스위스 국제환경단체인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가 지난 2012년에 공동으로 발간한 ''아시아 태평양 환경과 자원에 대한 투자''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나왔는데요, 북한의 2012년 생태발자국 지수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보다 두, 세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환경 오염도가 동북아시아 지역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것입니까?
장명화: 생태발자국 지수에 관해서만 그렇다는 겁니다. 북한은 1.31, 중국 2.13, 일본 4.17, 한국 4.62, 몽골 5.53으로 북한이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이는 북한 주민 한 명이 일 년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토지의 넓이가 1.31헥타르로 1만 3천100 제곱미터의 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환경문제가 심할수록 1인당 필요한 면적은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게마 크랜스톤 대변인은 "북한의 환경오염 정도는 조사대상 141개국 중 113위로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대규모 공단 추진 등 갑작스러운 환경오염의 위험은 큰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랜스톤 대변인이 당시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게마 크랜스톤) 북한의 생태발자국 지수가 하위 20% 수준으로 심각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에 알맞은 생태발자국 지수가 0.6 헥타르임을 감안하면 북한 주민은 국토의 두 배 가까운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셈입니다.
양윤정: 실제로 전문가들도 북한의 환경오염 실태는 심각하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공공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명수정 연구위원은 “북한의 상수도와 하수도 보급률은 각각 88%, 35%로 부족해 공장폐수와 가정의 생활하수가 강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며 “성천강을 비롯한 중·하류 지역의 수질은 회복 불능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환경과 문명’의 정회성 대표는 “산업시설 에너지로 석탄을 주로 이용하는 북한의 대기오염도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산림 황폐화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농지 부족 탓에 산림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바람에 북한은 홍수나 산사태 등 자연 재해에 취약한 상태입니다. 산림 황폐화로 인한 북한의 자연재해 취약지 면적은 모두 4만2632㎢로 전체 북한 면적의 35%를 넘습니다.
양윤정: 이런 북한의 환경문제는 통일 이후 상당한 부담이 될 텐데요, 마지막으로 이번 생태발자국 보고서의 의의를 정리해주시죠?
장명화: 네. 윤세웅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대표는 “이번 보고서는 한국이 소비하는 자연자원의 양과 이로 인해 지구에 가해지는 부담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면서, “자연자원의 제약이 심화되고 기후변화의 위협이 증가하는 시점에 한국 정부와 민간 부문, 시민이 한국의 취약성과 역할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본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임박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도모하는 데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