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 공개, 국제사회 지원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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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나선시 수해상황과 국제사회의 지원여부를 살펴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함경북도 나선시의 홍수 피해 복구를 군에 직접 명령했습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TV는 최근 김정은 제1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한 말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 인민군대가 나선시 피해 복구사업을 전적으로 맡아 당 창건 기념일 (10월 10일) 전으로 완전히 끝내라..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중앙군사위원회가 기본적으로 군의 노선, 정책, 인사를 논의하는 기구라면서, 이처럼 나선시 홍수를 다뤘다는 것은 군까지 발 벗고 나서야 할 정도로 홍수 피해가 위중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7일 폭우를 동반한 제15호 태풍 ‘고니’가 할퀴고 간 나선시의 홍수 피해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물바다가 된 시가지와 찢겨나간 건물 등 홍수 피해를 심하게 입은 나선시의 모습이 나옵니다. 통신은 하루 앞선 26일에는 “22~23일 250㎜ 이상의 많은 비가 나선시에 내려, 40여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라선시가 많은 비와 폭우로 해서 피해를 입었습니다. 큰물로 인명피해가 나고 1,070 여동의 살림집이 파괴됐으며...

통신은 이어 기관과 기업소, 학교, 탁아소, 유치원, 병원, 진료소 등 99동의 공공건물과 철다리를 포함한 철길 51개가 파괴되고 125정보, 약123만㎡의 농경지가 완전 침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지난달 22~23일 내린 집중호우로 북한 북동쪽 국경 인근에서 40명이 숨지고 1만1천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폭우와 홍수 때문에 주택 153채가 완전히 파손되고 849채가 일부 손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적십자연맹은 조선적십자회와 협의를 거쳐 함경도와 평양에서 방수천, 가족용 텐트, 조리기구, 위생용품과 수질정화제 등을 피해 지역으로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나선시 홍수 소식을 자세히 전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자유민주연구원의 유동렬 원장이 한국의 TV조선에 밝힌 말입니다.

(유동렬) 홍수 피해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게 받는 게 관건이거든요. 국제사회에서 지원 들어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채널A 방송에 나와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신지호) 이번에 북한이 나진선봉을 신속히 공개한 것은 9월 7일 이산가족 회담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갖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이산가족 문제와 더불어서 나진선봉 물난리가 난 데 대한 남측의 인도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 이처럼 신속히 공개한 게 아닌가 보입니다.

그럼에도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 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고 정확한 피해가 파악되면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영국의 비정부기구인 쉘터박스에는 수해복구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앤드루 에번스 쉘터박스 국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이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수해복구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에번스 국장은 "대북 지원을 하기 위한 절차의 하나로 현재 북한 대외경제성과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쉘터박스는 지난 5월에도 북한 수재민들에게 물자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쉘터박스는 지난해 돌발 홍수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 수재민에게 텐트가 포함된 구호상자 400개와 담요, 태양 전등, 물통 등을 전달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북한의 수해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지만, 아직 긴급 복구 지원 계획은 없습니다. 유럽연합 산하의 ‘인도적 구호위원회’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아직 북한으로부터 수해 지원 요청을 받은 바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유럽연합의 한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홍수가 난 뒤 수해 지원 요청을 해야 긴급 지원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홍수 피해에 대해 우려하지만, 대북 지원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국무부 측은 지난달 중순 미국 언론에 "북한의 홍수 피해에 대한 보도를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미국 역시 현재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은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나선 홍수 피해와 관련해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남북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국 통일부의 정준희 대변인의 말입니다.

(정준희) 현재 파악을 해보고 아직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야당은 이번 나선시 홍수 피해 지원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북한 나선시 태풍피해가 대단히 심각하다. 어렵게 대화 국면을 조성한 만큼 서로간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하면 좋겠다”면서 “남북재난재해 공동대책기구를 만들어 한반도 재난재해, 기후변화, 지진, 백두산 화산활동 정보 등을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철수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힘들게 남북대화가 시작된 지금이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제안할 좋은 시점”이라며 “이제는 당국 간 대화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북한 당국은 피해 영상은 공개하면서도 수해 복구를 위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매체 데일리NK는 북한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만 해도 지역에 수해가 발생하면 국가 지도자가 직접 와서 시찰이라도 한다는데 북한 당국은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다”면서 “주민들 끼니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제공할만한 의료품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모든 상수원이 오염되면서 당장 마실 식수가 떨어졌다”면서 “식량은 나선시 일반 공장기업소에서 배급해준 게 남아있어서 견딜 만하지만 물을 조달할 조건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중국이 수해 복구 지원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에 들어가 있는 북한 무역회사들도 나선시에 공급할 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