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74] 사라지는 백두산 호랑이

0:00 / 0:00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사라지는 백두산 호랑이를 들여다봅니다.

(백두산 호랑이 포효하는 소리)

방금 백두산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는데요,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단군신화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호랑이는 한국과 한국인을 상징하는 영물입니다. 대부분 산으로 이뤄진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의 나라'로 일컬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민속신앙과 설화, 문학 작품 등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인간과 가까운 친구로 그려질 만큼 친근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백두산 호랑이는 한국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입니다. 호랑이의 멸종 시기는 대략 일제강점기로 전해지는데요. 조선총독부가 호랑이를 개발에 방해되는 동물로 여겨 대규모 사냥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엔도 기미오 일본 야조회 명예회장은 저서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서울대공원이 1만2천㎡ 규모의 백두산 호랑이 숲을 조성할 계획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의 생태연구를 총괄하는 조신일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조신일) 한국인이라면 호랑이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의 정서상 영물로 여겨진 호랑이는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물인데, 호랑이가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호랑이가 자연 상태와 거의 비슷한 서식환경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전 국민에게 선보이게 됨으로, 한국 호랑이와 같은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야생동물의 종족보전과 명맥을 이어가는 우리의 역할, 노력을 알리고, 또 우리 주변의 야생동물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는 지혜를 마련하고 해서 '백두산 호랑이 숲'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서울대공원은 서울시의회와의 예산 협의과정이 남아 있지만 백두산 호랑이 숲 조성에 내년 10억 원, 2013년 15억 원 등 모두 25억 원, 미화로 232만 5천 달러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숲 내부에는 인공폭포와 수영장이 들어설 계획입니다. 유독 물을 좋아하는 호랑이 특성을 감안한 결정입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호랑이를 유리창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호랑이의 배와 발바닥을 볼 수 있는 '유리언덕'도 만듭니다. 관람객들은 언덕 밑으로 가서 언덕에 앉은 호랑이를 올려다볼 수 있습니다. 또 나무관을 통해 직접 호랑이에게 먹잇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상호교감 시설도 들어섭니다.

서울대공원 측은 그러나 백두산 호랑이 숲은 사람의 관람 편의 보다는 호랑이의 행복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서울대공원 호랑이 우리 면적은 대략 3,000 평방미터에 달해 다른 동물원에 비하면 널찍하고 현대적입니다. 하지만 그건 관람객한테나 그랬고, 호랑이에겐 감옥이었을 뿐입니다. 그 결과, 백두산 호랑이는 야생성을 잃었고, 종족 번식에도 애를 먹었다는 게 서울대공원 측의 설명입니다.

(조신일) 보다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좁고 척박한 (동물원) 우리를 원래의 서식환경을 본떠서, 자연과 흡사한 보다 넓고 쾌적한 서식 환경으로 바꿔줌으로서 맹수의 본연성을 되돌리고, 야생성도 되돌리고, 그 결과 번식률을 제고해서 지금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호랑이를 복원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은 백두산 호랑이 종(種)보전 기관인데요, 보유 중인 백두산 호랑이만 27마리입니다. 전국에 있는 52마리 가운데 절반이 서울대공원에 있는 셈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선물한 백두산 호랑이 탄자, 토프도 숲이 완공되면 숲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조신일) 지금 현재 북한에는 자연에 10여 마리 정도가 서식할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북한 동물원에 정확히 몇 마리가 수용됐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많아야 10여 마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유엔환경계획이 지난 2003년 발표한 '북한의 환경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남한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백두산 호랑이, 표범, 여우를 비롯해 지리산 등에서 극소수만 발견되는 반달가슴곰이 북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시베리아 호랑이'로 통칭되고 있는 백두산 호랑이. 북한에서는 고려범으로, 중국에서는 동북호랑이로 불리는데요, 생태적으로 거의 멸종한 백두산 호랑이가 '백두산 호랑이 숲'을 통해서라도 계속해서 한민족의 삶과 역사를 말해주는 대표 동물로서 한국인과 함께 숨 쉬었으면 좋겠네요.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뉴질랜드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말 그대로 이제 발목을 잡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 총장은 최근 오클랜드대학 강연을 통해 기후 변화가 이제 더 이상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반 총장은 "기후 변화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키리바시 등지에서는 그것이 말 그대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로 진출하지 않고는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악화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 총장은 태평양 지역은 기후 변화의 최전선이라고 지적하면서 뉴질랜드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반 사무총장은 "태평양 지역 도서 국가들의 해수면이 계속 높아지면서 바다는 현재 경제개발 모델에 뭔가 심각한 잘못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문제 해결 없이는 배기가스를 줄이는데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지난해 여름철 북극 해빙 면적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의 해빙면적은 역대 최소를 기록한 2007년의 413만㎢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북극의 해빙 감소량이 얼음 생성량을 훨씬 넘어서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수십 년 안에 북극해에서 더는 얼음이 얼지 않게 되는 등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구를 주도한 악셀 슈바이거 씨는 북극해의 변화를 측정한 위성 기록을 언급하며 "정말 우려되는 것은 지난 32년간 북극의 얼음 두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