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도 ‘미세 플라스틱 비상’에서 예외 아냐

서울 서강대교 인근 한강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화장품과 생활용품 속 '마이크로 비즈'(미세 플라스틱) 사용 중단 및 규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서울 서강대교 인근 한강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화장품과 생활용품 속 '마이크로 비즈'(미세 플라스틱) 사용 중단 및 규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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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살펴봅니다.

(쉐리 메이슨) 수돗물에 플라스틱이 있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했었죠.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방금 들으신 것은 뉴욕 주립대학교의 쉐리 메이슨 교수의 말인데요, 메이슨 교수는 최근 비영리 언론단체인 ‘얼브 미디어’가 과학자들에게 의뢰해 세계 권역별 14개 나라의 159개 지역 수돗물 표본을 검사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연구 조사 결과, 표본의 8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돼,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미세 플라스틱이란 조각, 섬유 형태로 존재하는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을 통칭합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가장 오염이 높았던 미국은 조사시료의 94%가 검출됐고,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낸 유럽도 조사시료의 72%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레바논 베이루트 94%, 인도 뉴델리 82%,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76% 등으로 조사됐는데요, 이 수치는 수돗물에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흔하게 존재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시는 물에 어느 정도의 플라스틱이 들어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수돗물 500mm당 검출된 플라스틱의 수로 알 수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는 4.8개, 유럽은 1.9개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 부소장은 가장 걱정해야 할 점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에 포함된 화학물질이나 병원균이라고 지적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세포나 장기기관에 침투해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명수) 약 51조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돌고 있습니다. 해수면뿐만 아니라, 해수층, 해저 퇴적물,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 만연합니다. 특히 플랑크톤에서 어류, 해양 포유류까지 바다 먹이사슬 내 모든 단계의 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해양동물은 물리적 상처뿐만 아니라, 장폐색, 섭식장애 행동 등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게, 갯지렁이, 굴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성장과 번식에도 장애를 일으킵니다. 인간에게도 미세 플라스틱이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동물의 소화관에 축적돼 있다가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단계로 이동하는데,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사람이 섭취하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위해 가능성은 대단히 큰 상황입니다. 특히 독성물질과 결합한 미세 플라스틱이 해산물에서 발견됐는데, 미세 플라스틱은 유해물질을 빨아들이고 배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세 플라스틱의 독성이 주변 환경보다 약 100만 배 넘게 검출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이 수돗물로 유입된 주요 경로가 옷이나 카펫 등의 세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류업체에서 널리 사용하는 플리스, 즉 양에서 채취한 촉감이 부드럽고 솜털이 있는 섬유나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소재는 세탁 한번에 수천 개의 섬유입자를 내뿜는데, 이를 통해 1년에 약 100만톤의 섬유입자가 녹은 폐수가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도로나 선박, 건물 외벽에 칠하는 페인트 역시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10%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먼지를 털거나 빗질로 동물의 잔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합성 섬유가 떠다니다가 바다, 강 등에 유입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남북한은 이번 연구의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불행히도 한반도 생태계에도 미세 플라스틱 성분은 급격하게 침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백 부소장은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수돗물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연구는 전 세계 5개 대륙의 주요도시에서 조사한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조사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도 대체로 같은 상황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나 북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특히, 한국 인근 해역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산물 섭취를 통해서 인체로 유입될 확률도 높습니다. 몸 밖으로 배출돼도 미세 플라스틱이 제대로 걸러지는 단계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한국 환경부는 지난 주 국내 수돗물 속의 미세 플라스틱 함유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천이나 댐, 소규모 저수지와 같은 상수원과 정수 처리 방법에 따라서 세분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가 약 3개월 이후 나오면 그 파장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수돗물 공급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은 미세 플라스틱 문제까지 검토하기는 어려운 실정으로 보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북극의 빙하에서도 검출되는 상황에 북한도 우려할만한 수준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실제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2012~2014년 남해 거제도 해변과 연안을 시범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해양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담치, 굴, 갯지렁이 등 해양생물의 체내와 배설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산타 바바라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이 한 해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세계에서 19번째로 많은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논문은 지난 2010년 북한이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5만에서 12만톤 가량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수치는 세계 전체의 1%로, 소득이 낮은 국가 중에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 이어 3위에 해당됩니다.

북한은 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나라로 꼽혔습니다. 북한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90%가 부적절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백 부소장은 해양 플라스틱이 크기가 작아 사실상 수거나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세화하기 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 늦기 전에 남북한이 신속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협력해야 할 일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우선 한반도 인근 해역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원인을 규명해야 합니다. 발생원에 대한 조사를 남북한이 함께 진행하면서, 관리대책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유발 원인인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현황과 생활제품 내 미세 플라스틱 사용여부에 대한 현황조사, 대책마련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바닷속에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먹거리 안전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되기 때문에 남북한 공동으로 주요 수산물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조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인체 피해에 대해서도 면밀하고 체계적 연구를 통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지구적 문제이기 때문에 넓게는 국제적, 좁게는 남북한의 공동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재 남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경색되고 긴장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제기되는 여러 환경문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시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