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운 세계 곳곳의 대규모 거리 행진과 최신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들여다봅니다.
(시민들 구호 및 환호성)
23일 열린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를 앞두고 지구적 차원의 온실감축 정책 필요성을 촉구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이 21일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날 뉴욕 거리행진에는 휠체어를 탄 노인,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 등 남녀노소 31만 명이 동참했는데요, 30대 남성과 70대 여성의 말, 잇달아 들어보시죠.
(시민 1) 기후변화는 저희 세대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은 늘상 앉아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되뇌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저는 내 자신의 미래와 제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루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우리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겁니다.
(시민 2) 저는 1944년에 태어난 구세대입니다. 저희 세대는 몇 십년간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목도해왔습니다. 이제는 저희 세대가 저희 아이들과 손자손녀들, 그리고 후세를 위해서 나설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서 주요 외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반 총장은 이날 '나는 기후 변화 대응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행진했습니다. 반 사무총장이 이처럼 대중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요, 반 사무총장의 말, 한번 들어보시죠.
(반기문) 이 지구라는 행성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함께 일합시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대를 이어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차선책으로 택할 행성은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같은 날, 영국 런던, 호주 멜버른, 인도 뉴델리 등 전 세계 2,500곳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과 의회 주변에는 영화배우 엠마 톰슨을 비롯해 4만 명이 모여들었으며, 멜버른과 베를린에서는 각각 3만, 1만5,000명이 기후변화 대응을 주장했습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시민운동단체 아바즈는 “전 세계 시위 참가인원은 총 60만 명에 이르러 역대 기후변화 시위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때맞춰 기후변화 추세가 30년 이내에 임계점을 넘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는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등에 공개한 논문에서 화석연료 연소와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 2.3% 늘어나 사상 최대인 360억 톤에 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올해도 전년에 비해 2.5% 증가한 총 370억 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을 용인하면,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앞으로 30년 이내에 섭씨 2도 이상 상승해, 해수면의 급상승과 극심한 가뭄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안전한 수준으로 억제하려면 연간 약 7%씩 계속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는 각종 질병을 일으켜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학협회저널은 기후변화 관련 연구 56개를 분석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6가지 질병을 제시하고 이 같은 질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고열로 인한 질병입니다. 특히 2050년대 동남아시아, 중미, 중ㆍ서아프리카에선 고열 때문에 노동자가 일을 나가지 못하는 일수가 전체 근무일의 15~1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각종 전염병이 유행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더운 날씨에 전염병을 옮기는 곤충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호흡기 관련 질병도 기후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고도의 산업화와 난개발로 기후변화와 동시에 대기오염을 유발해섭니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등 125개국 정상이 참석한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 미국을 뺀 세계 1~5위 탄소 배출국 정상 전원이 불참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8년부터 세계 제1위 탄소배출국이 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예 뉴욕을 찾지 않았고, 3위와 4위 배출국인 인도의 모디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욕에서 다른 일정에 참가했습니다. 북한 역시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후정상회의에 초대한 바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일본 내각부가 최근 발표한 ‘환경문제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는 일본인의 응답이 52%에 달했습니다. 생물다양성이란 생명체의 다양성과 생명체가 살아가는 서식처의 다양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번 여론조사는 2012년 6월 지난번 조사 때의 41%보다 늘어 인지도가 낮아지고 있는 실태가 드러난 셈입니다. 그 밖의 응답은 “말의 뜻을 알고 있다”가 17%, “뜻은 모르지만 말은 들은 적 있다”가 30%로 나타났습니다.
-- 미국 영화계의 인기 여배우 앤절리나 졸리 씨가 영화 '아프리카'의 연출을 맡는다고 주요 외신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아프리카'는 고인류학자이자 환경보호활동가인 리처드 리키 씨의 일대기와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 밀렵을 주도한 케냐 정부에 대한 반대 운동을 다룬 영화로 졸리 씨의 네 번째 연출작입니다. 졸리 씨는 캄보디아 산림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등 평소 환경 보호 활동에 힘써 왔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 코끼리가 상아 수요 증가에 따른 밀렵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죽는 숫자가 많아졌으며 현 추세가 계속되면 100년 내에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가 최근 나왔습니다. 영국 BBC뉴스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보고서를 인용해, 2010년 이후 아프리카에서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가 연간 평균 3만5천 마리에 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