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야생생물을 들여다봅니다.
붉게 물들인 머리의 두루미, 어두운 갈색의 깃털이 빽빽하게 난 독수리, 머리는 검고, 가슴과 목은 하얀 청호반새, 그리고 등 쪽 중앙으로는 검은 색 띠가 꼬리까지 이어진 산양.
국제적으로 유명한 지리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최근 특집기사에서 소개한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야생동물들입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 각 2km의 땅인 비무장지대는 60년 동안 죽음 같은 침묵에 잠긴 결과, 생물종이 잘 보존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특집기사에서 철조망과 지뢰로 무장된 길이 2백48km, 폭 4km의 비무장지대 안에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하거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여러 동식물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 출입이 허용된 민간 사진작가가 찍은 것입니다.
잡지가 가장 먼저 실은 사진은 세계적인 희귀조류로 국제자연보존연맹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두루미’입니다. 사진은 40마리가 넘는 두루미들이 비무장지대 바로 남쪽의 강원도 철원 민간인 통제구역 들판 위를 날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비정부단체인 ‘국제두루미재단’의 공동설립자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두루미는 원래 3월에 동해안 안변 평야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동했다가 11월 즈음 다시 북한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이제는 거의 이곳에서 월동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조지 아치볼드) 1990년 말 이후부터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심각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농지에서 곡식을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다 걷어가 두루미의 먹이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천7백 마리에서 2천 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두루미는 약 절반이 일본에 서식하고 있고, 나머지는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다 겨울이 되면 한반도로 날아와 겨울을 나는데 그 일부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잡지는 이어 겨울철에 몽골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독수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국제자연보존연맹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걸쳐 7천2백 마리에서 1만 마리 정도만 남은 이 독수리를 ‘준위협종’으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60%에 가까운 약 1,500마리에서 2,000마리가 몽골에 거주하다 겨울이면 비행기보다 높은 지상 4천 300미터 상공에서 기류를 타고 시속 200km로 한반도를 찾는데요, 매년 11월에서 4월말까지 비무장지대 근방, 즉 경기도 파주시, 강원도 철원 등 중부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몽골로 다시 날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의 월동 지역이 중부 지방에서 점차 남부 지방으로 퍼지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한국의 독수리 전문가인 국립중앙과학관의 백운기 연구원의 말입니다.
(백운기) 한국을 찾아오는 독수리가 어린 개체여서 한국 정부에서도 보호하기 위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만일 한국이 어린 개체를 잘 보호하지 못하면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 해마다 비무장지대 지역에, 그러니까 경기도 파주나, 연천, 철원 지역에서 정부 예산으로 매년 먹이 주기를 지속했습니다. 한국에선 비무장지대에 동물이 제일 많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이 많다 보면 죽는 동물도 나옵니다. 독수리는 죽은 동물만 먹는 특성이 있으니까, 이 지역이 유리했었죠. 그랬는데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먹이 주는 분위기가 나빠졌습니다.
독수리에 이어 강원도 화천 지역에서 철조망에 앉은 모습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포착된 ‘청호반새’는 동남아시아와 한국을 오가는 철새로, 여름을 비무장지대에서 나고 있습니다.
국제자연보존연맹이 ‘관심 필요종’으로 지정한 청호반새는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 사는 희귀한 새인데요, 청호반새가 사는 곳은 그만큼 오염이 덜 된 곳임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잡지는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산악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산양’의 모습도 실었습니다. 산양은 국제자연보존연맹이 ‘준위협종’으로 분류했는데요, 남북한도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 사진들을 촬영한 박정우 씨는 비무장지대가 지난 60년간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았기에 야생동식물의 피난처가 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환경적으로 이런 여건이 지속되기를 희망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