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인의 인체 내 중금속 농도를 조사한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석해균 선장) 부산 사람 아닙니까? 회 생각이 많이 나지요. 특히 낙지, 산 낙지...
한국 선적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이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서 총상을 당해 심각한 수술을 한 직후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생선회를 꼽는 모습입니다. 한반도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도 생선회는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육류보다) 생선을 주로 먹는다고 합니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은 생전에 아가미가 헐떡거리면서 숨을 쉬는 상태의 생선을 즐겨 먹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습관이 한국인의 인체 내 중금속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년부터 3년간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체 내 유해화학물질 16종의 검출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요, 이번 조사는 2009년부터 시행된 환경보호법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된 것입니다. 전체 대상자에게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나왔고, 특히 70%는 분석대상인 16종의 유해물질 검출이 모두 확인돼, 충격을 주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유승도 환경보건연구과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유승도)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해산물 섭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한국인의 혈액 속 수은 농도는 리터당 3.08 마이크로그램이었습니다. 1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그람입니다. 이는 미국의 3배, 독일, 캐나다의 4-5배 되는 수치입니다. 혈중 수은 농도는 해안 지역 주민이나 40, 50대 남성에게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해산물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대부분의 어패류에는 미량의 중금속이 함유돼 있습니다. 특히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참치 등 대형 어종의 경우, 수은 농도가 더 높아 미국 환경보호청에서는 임신부 등에게 적게 먹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수은은 주로 수산물을 통해 흡수되는데, 장기간 수은에 노출되면 중추 신경계, 신장, 간 등에 영향을 미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소변에 섞인 카드뮴 농도는 리터당 0.58 마이크로그램으로 미국, 독일, 캐나다의 2배가량이었습니다. 카드뮴 역시 50대 이상 여성과 농촌, 그리고 해안지역 주민에게서 많이 검출됐습니다. 카드뮴은 유엔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성 등급 1군'으로 분류한 유해물질입니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곡물과 어패류를 먹을 경우 인체에 흡수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혈중 수은과 소변에 있는 카드뮴은 외국에 비해 많긴 하지만, 독일 생체감시위원회가 일반인의 건강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수준으로 제시한 '건강영향 정도 참고치'보다는 적었습니다.
비소의 평균 농도도 리터당 35마이크로그램으로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비소는 합금이나 반도체, 목재용 방부제 등의 원료로 역시 대표적인 발암 물질입니다. 비소는 주로 오염된 공기나 지하수, 어패류 등을 통해 흡수되는데, 대부분 배설되지만 뼈나 손톱 등에는 오랜 기간 남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은을 포함한 몸속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식습관 개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임산부나 어린 아이들은 참치나 황새치 등 수은 함량이 높은 어류 섭취를 자제하라고 권고합니다. 경희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의 임신예 교수가 MBC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임신예) 수은 농도가 높은 생선은 섭취를 피하고 화학물질을 쉽게 사용하는 걸 피해야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어패류의 경우 단순히 익혀 먹는다고 해서 중금속이 줄지 않기 때문에 먹기 전에 깨끗이 씻어서 중금속 함유량을 낮춰야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다만, 유해물질 검출량이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않아, 인체에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며 중금속 노출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특히 양강도 지역에서는 추석 차례 상에 '꼬리가 있는 생선'으로 가자미, 임연수어, 명태 가운데 하나가 올라가는 풍습이 있다고 하고, 이번 추석 차례 상에 나선 북한 여성들이 값비싼 생선을 포기하고 '오징어'로 대신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생선이든, 오징어든, 낙지든 깨끗이 씻어서 드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