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멸종위기 따오기의 복원사업을 들여다봅니다.
(따오기 동요)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지금 들으신 동요는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의 애환을 노래한 ‘따오기’입니다. 목을 앞으로 내밀고 날아가면서 ‘따옥, 따옥’하는 울음소리를 내는 따오기는 이처럼 한국인의 동요에도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새였습니다. 그런 따오기는 오랫동안 한국 땅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하지만, 최근 따오기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무리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이 수십 년 만에 살아났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따오기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1,000여 마리만 서식하는 희귀조류라며, 한국의 따오기 복원사업 성공을 크게 반겼습니다.
(안병옥) 과거에는 따오기가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 중국의 북동부, 한반도, 일본에 걸쳐서 서식했습니다. 그러다 19세기 중엽부터 사냥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79년 1월에 경기도 파주시 문산에서 관찰된 이후로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번에 37년 만에 복원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역시 따오기가 사라졌다가 인공번식사업을 통해 120마리 정도 복원됐는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시아에 1,000여 마리가 서식하는데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희귀한 겨울철새입니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던 따오기는 최근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는데요, 창녕군이 멸종된 따오기 복원을 위해 2008년 10월 중국에서 따오기 수컷 양저우와 암컷 룽팅 한 쌍을 전세기로 들여와 복원, 증식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입니다.
(안병옥) 그동안에 따오기를 복원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는 지난 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성공을 해서, 현재 171마리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이번에 일반인에게 공개한 따오기는 모두 21마리입니다. 지난해 태어난 건강한 1년생으로 사람과 만나는 적응 훈련을 2달간 거쳤습니다. 관람객들은 우포따오기복원센터 안에 설치된 널찍한 우리 안에 따오기가 서식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개방행사에 참석한 초등학생들이 한국의 YTN 방송과 MBN 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석수연) 저희가 직접 봤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아요. 따오기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고 앞으로 좀 더 커서 많이 날아다녔으면 좋겠어요.
(김보미) 책에서만 보던 따오기의 날갯짓을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멋있어요.
경상남도와 창녕군은 따오기 공개에 이어 내년 10월쯤에는 우포늪 일대로 야생 방사도 할 계획입니다. 우포따오기복원센터 김성진 박사는 “내년 야생으로 날려 보낼 따오기는 따오기복원센터에 설치돼 있는 야생방사 훈련장에서 여러 훈련을 통해 야생적응력을 키운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성진) 적응 훈련은 비행훈련, 사냥훈련, 사회성 훈련, 대인적응훈련, 대물적응훈련 이렇게 5가지입니다.
하지만, 따오기의 야생 복귀에는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등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한편으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따오기가 복원된 것은 야생에서 사는 게 아니고 관리된 곳에서 살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 창녕군 부근만 하더라도 농사를 지을 때 여전히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농약을 사용하는 농지들이 많기 때문에, 따오기의 야생방사가 이뤄질 경우, 화학비료나 농약을 먹고 죽을 가능성에 대해서 환경단체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종을 복원할 때는 늘 서식지도 함께 복원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이 대다수 환경단체들이 가진 생각입니다. 보통은 야생에서의 생존율이 높지 않습니다. 앞서 일본에서는 8년 전에 따오기 방사가 이뤄졌는데, 야생 생존율이 약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 우포늪 주변에서는 다량의 농약이 필요한 양파, 마늘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논에서 벼와 함께 이모작으로 이뤄지는 양파, 마늘 농사가 농민들의 주 수입원입니다. 따오기의 주된 먹이는 미꾸라지처럼 농약을 안 치거나 적게 치는 논에 사는 생물들이지만, 따오기를 위해 농약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우포늪과 일부 친환경 농지만으로 따오기가 살 만한 서식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포늪에 서식하는 담비, 삵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멸종위기 동물들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받던 따오기들은 이들 포식자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멸종했던 동물을 다시 복원하는 과정에서는 예외 없이 예상치 못한 난제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때문에 민간단체인 따오기복원위원회의 이인식 위원장은 “따오기를 방사하기에 앞서 따오기가 살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경부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을 포함해 경상남도를 포함한 주변 지방자치단체들과의 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남쪽에서는 오래전 사라졌던 따오기들이 북한에서는 여전히 서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 따오기들 역시 보존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기록을 보면, 북한에서 1980년 1월에 국가자연보호연맹에 의해서 천연기념물 38호로 따오기가 지정된 것으로 나타나있습니다. 지금 평안남도의 온천군과 중산군 부근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히 몇 마리정도가 서식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 따오기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자연보호연맹 중앙위원회의 오명석 부교수는 지난 2005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따오기를 포함해 조류 7종이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종’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지금껏 동요로만 알고 있던 따오기를 실제 볼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위기에 처한 북한의 따오기를 보호하기 위한 남북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따오기 자매결연’ 등의 사업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병옥) (한국이) 따오기 종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학술정보라든가 그동안 복원을 하면서 쌓은 경험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기술적인 분야는 남과 북이 서로 가진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좋은 사례를 살려나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따오기가 북한에서는 현재 서식하고 있고, 남한에서는 방사할 계획인데, 양쪽 지역이 자매결연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남한의 창녕군과 북한의 중산군이 따오기 자매결연을 맺어서, 남북이 따오기를 보호하는데 함께 노력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이를 실천하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