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 공급, 북 주민 가장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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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설립된 '북한물문제연구회'를 만나봅니다.

(리창길) 특히 가물이 예견되는 올해의 불리한 기후 조건에 맞게 굴포 파기와 보막이를 비롯한 물 확보 전투를 힘 있게 벌여..

북한 농민 리창길 씨가 올봄 조선중앙TV에 나와 농사철을 앞두고 가뭄이 심해지자 서둘러 웅덩이, 즉 굴포를 파서 용수 확보에 나서는 일을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강원도와 양강도 등에서는 지난 3월 한 달간 비가 2mm밖에 내리지 않아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기록했습니다.

3개월 뒤인 6월에도 극심한 가뭄은 지속됐습니다. 그러자 북한 정부는 이례적으로 관영 매체를 통해 올해 100년 만의 가뭄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다고 외부에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이 같은 가뭄 피해는 주로 북한의 열악한 물 관련 기반시설 때문이고, 이는 통일이 되면 결국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최근 사단법인 ‘북한물문제연구회’가 설립된 배경입니다. 한국의 해수, 담수 분야 전문가인 김승현 경남대학교 교수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김승현)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물입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상하수도 시설이 필요한데요, 상하수도 시설은 깨끗한 물을 풍부하게 공급하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오수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우리 주변에서 배제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한국은 이런 서비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북한 주민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도 물에 관한 한 남한이 누리는 혜택을 똑같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 연구회 설립 동기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물 문제는 한국에서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분야입니다. 하지만 통일준비위원회가 최근 환경부 관계자들을 불러 관련된 논의를 하는 등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입니다.

2008년 현재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85%입니다. 가장 최근의 관련 수치로, 지난 2008년에 실시된 북한 인구총조사 결과입니다. 상수도 보급률이란 지역으로 나누어 그 지역의 상수도 설치 현황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입니다. 지하수나 마을 수도 등을 사용하지 않고 각 지역 상수도 사업소를 통해 계량기를 설치해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2013년 현재 한국의 상수도 보급률이 98.5%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이 양호한 편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승현 교수는 북한 측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김승현) 만일 상수도 보급률이 이 정도 되고 상수도 체계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물 사정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전력이 문제입니다. 상수도 시스템은 전력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물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처리하고 이렇게 생산된 깨끗한 물을 가정에 공급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 아시는 것처럼, 북한의 전력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함경남도 중소수력발전소 설계원으로 근무하다 1991년 탈북한 김승철 씨에 따르면, 북한 발전설비 용량은 약 800만kW이지만 실질적인 발전출력은 200만kW 정도입니다. 화력발전이 80만kW, 수력발전이 120만kW 수준입니다.

화력발전은 1960년대 중반 건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턴 자금난으로 신규 발전소 건설을 하지 못하고 유지보수만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력발전은 설비 노후, 부품부족, 연료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잦은 고장과 설비효율 저하로 설계 출력의 20% 이상 미달하고 있습니다. 김승현 교수의 말입니다.

(김승현) 그러다보니, 수돗물은 시간제 제한 급수를 통해서 공급됩니다. 제한 급수를 쓰다 보니, 주민 상당수가 공동우물과 같은 보조 급수수단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정수장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돗물의 안전성이 우려가 됩니다. 깨끗한 물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정화되지 않은 강물이나 우물물을 그대로 퍼 마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지난 2013년 한국의 TV조선 방송팀과 함께 중국 쪽에서 압록강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이 강변에서 물을 긷는 모습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탈북자) 물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강변으로 이사 가려고 합니다. 안쪽에서 살면 물 길어가기가 정말 멀쟎아요. 북한 아이들이 항상 저렇게 물동이를 이니까, 키도 작고 안 자라고...

가장 큰 문제는 오염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다 각종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한국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4년 연구결과를 보면, 압록강은 혜산, 증강, 만포, 신의주 등지에서 나오는 산업폐수와 생활오수 유입으로 3급수 이하의 수질상태입니다. 대동강은 오수와 분뇨 중 절반가량이 정화되지 않고 유입돼, 물고기가 죽어 떠오르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물이 제대로 정화되지 못해 수돗물을 마신 주민들이 복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조진혜) 보위부나 감옥에서나 보면 사람들이 대장염, 설사병 때문에 많이 죽죠. 보위부에서 조차도 수돗물을 먹으면 설사병이나 대장염에 걸려 죽는다고 해서 주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딱 한번 콩이나 옥수수를 삶은 물을 주죠.

특히, 5세 이하 유아 중 11%는 부적합한 식수로 설사병 등을 앓다가 사망합니다. 유엔아동기금과 국제적십자사는 지난 7월 성명을 내고 “북한에서 물 부족으로 수인성 질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과 5세 미만 어린이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물문제연구회는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 북한 물 문제와 관련한 지속적인 교육, 연구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김승현) 저희 연구회는 북한 물 문제가 허다하지만, 우선 상하수도 문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깨끗한 물의 공급이 북한 주민에게 가장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현지 실정에 적합한 상하수도 시설을 공급하고 운영할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상하수도 현황을 잘 모릅니다. 상하수도 시설을 지원하려해도 방법을 모르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회가 그런 역할을 담당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