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의 최신 자료를 들여다봅니다.
(페테리 타알라스)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는 과학적 자료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정말로 시급합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세계기상기구의 페테리 타알라스 사무총장이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호소한 말입니다. 세계기상기구는 1950년에 기상관측을 위한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산하 날씨와 기후 전문 기구입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00ppm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여기서 1ppm은 어떤 양이 전체의 100만분의 1을 차지한 것을 나타냅니다. 세계기상기구가 지난 1958년 이산화탄소 농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400ppm대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은 기후변화의 임계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평균농도가 480ppm을 넘어서면 18세기에 비해 섭씨 2도 이상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봅니다.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가 400ppm을 넘어선 만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이 위협받는 셈입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이번에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내용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2.1ppm에서 2.3ppm 정도 늘어나고 있기에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고, 가능하면 섭씨 1.5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억제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안 된다는 점을 이번 세계기상기구 자료가 보여줍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0여 개국 지도자들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모든 온실가스의 인위적인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협약입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점차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반도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상청이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지난 1999년부터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오고 있는데요, 이미 2012년에 400.2ppm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407ppm이었습니다.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2.3ppm씩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 지구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농도 증가량인 2.1ppm을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안 소장은 한반도에서 관측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이처럼 높아진 이유로 한국과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꼽았습니다.
(안병옥) 당연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산업 활동을 하거나, 교통수단을 움직이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등을 통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 상당히 빠르게 증가해왔고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증가해왔습니다. 물론 최근 한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중국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한국으로 유입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요인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안 소장이 언급한 중국 요인은 영국의 가스, 전기 공급 업체인 ‘브리티시 가스’가 지난 6월에 제작해 공개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지도와 맥을 같이 합니다. 세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현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지도를 보면, 2014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국가는 한반도와 이웃한 중국이었습니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북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9년 현재 약 8천만 톤으로 세계 44위입니다. 미국 연방 에너지부가 지난 2011년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 수치는 전년도인 2008년에 비해 14% 가량 증가한 것으로, 1995년 이후 15년 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처음 참석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시 리수용 외무상은 북한 대표로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북한이 1990년대에 비해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지난 파리 총회에서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은 앞으로 10여 년간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나무심기를 통해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삼림이 헐벗은 상태이기 때문에 나무심기 사업을 통해서 흡수원, 즉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숲을 조성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생각할 때 흡수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출량 자체를 줄여나가는 게 더 중요합니다.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보면, 에너지 부족을 많이 겪는데 앞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화력발전소, 특히 석탄 화력발전소로 충당한다면 북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화력발전소에 대한 석탄 공급 확대를 강조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대북 제재로 석탄의 수출이 어려워지자 북한이 이를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일본의 도쿄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안 소장은 남북한이 상생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하루속히 나서야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안병옥)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있어서는 남한과 북한은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남한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과 재정적 능력을 가지고 있고, 북한은 기술과 재정적 여건이 불리한 대신에 지금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림사업을 통해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경제발전을 하는 과정에서도 남한이나 다른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즉 석탄을 많이 사용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했던 길을 가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재생에너지 등을 통해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경제발전의 길을 걸어간다면, 또 남한은 재정과 기술을 제공하고 북한은 조림사업 등 남쪽에 협력사업을 제공할 여지를 주면, 남과 북에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한반도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