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일 국제환경상 수상자와 함께 대기오염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방송 보도) 지난 화요일에 중국 베이징에서는 불과 수 미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했습니다. 주말까지 길게 내릴 것으로 보이는 이번 가을비에 중국발 스모그가 녹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소에 내리는 비보다 산성 농도가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급적 비를 맞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연합뉴스TV가 며칠 전 내보낸 기상 관련 보도입니다. 여기서 ‘스모그’란 대기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등이 안개와 햇빛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뿌옇게 돼 시야를 가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특히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오래 머물러 있고, 비가와도 씻겨 내려가지 않으며 매우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우려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 심장과 폐질환, 천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제20회 한일 국제환경상을 수상한 윤순창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일찌감치 이런 대기오염 물질의 추이를 관찰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한일국제환경상’은 국경 없는 오염물질의 확산에 대응하고 동북아시아 지역 각국의 환경보전 연대체제를 다지고자 지난 1995년 제정된 권위 있는 상인데요, 윤 교수는 한국의 대기 관측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린 공로로 수상했습니다.
윤 교수는 지난 2000년 제주도 서쪽 끝 고산 지역에 기후대기관측소를 설치해, 황사와 대기오염 물질의 이동 경로 등을 15년째 관측하고 있습니다. 윤 교수는 제주도에서 관측하는 이유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윤순창) 제주도에는 대기오염을 배출하는 공장들이 없습니다. 게다가 중국을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측정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윤 교수의 기후대기관측소는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도 특히 바람이 센 서쪽 해변 언덕에 17미터 높이로 우뚝 서있습니다. 각종 기상 장비가 줄줄이 설치됐습니다. 윤 교수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고산에서 초속 60m 강풍이 순간적으로 불어 닥쳐 관측 장비가 관측소 절벽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한국 언론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강풍에 견딜 수 있도록 관측 장비를 정비했지만 올해도 태풍이 연이어 불어 닥쳐 긴장했습니다. 총 10억 원, 미화로 대략 91만 달러가 넘는 관측 장비들이 영향을 받을까 봐 노심초사했던 겁니다.
윤 교수는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와 피해를 준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지난 2001년에 일본, 미국, 중국, 호주, 영국 등 12개국 연구진과 함께 한 국제 공동 관측 사업 연구를 통해섭니다. 항공기, 선박에 위성까지 동원한 3차원 관측 결과, 고비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미국 중서부 지역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윤순창) 저희가 1997년에 처음으로 황사나 미세먼지가 지상 4-5km 높이로 자주 지나가는 것을 측정해서 밝혔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관심을 갖게 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측이 중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이나 황사먼지가 미국까지 날아오는 것을 캘리포니아 연안의 관측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기오염 물질, 미세먼지 등이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까지 간다는 게 밝혀졌죠.
윤 교수의 또 다른 성과로는 동아시아 각국이 내뿜는 대기오염 물질이 뭉쳐진 '갈색 구름' 연구가 꼽힙니다. 갈색 구름은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매연에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뭉쳐지면서 상공 수백㎞에 걸쳐 형성되는 거대한 띠를 일컫습니다. 지난 2005년 UNEP, 즉 유엔환경계획과 세계기상기구의 공식 후원을 받아 '갈색 구름 고산 국제 공동 특별 관측 실험'을 진행한 윤 교수는 갈색 구름 속 검댕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윤순창) 이산화탄소만이 아니라, 미세먼지 그 중에서도 특히 블랙 카본이라는 디젤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검댕이, 그리고 인도나 아프리카 가난한 곳의 부엌에서 쓰는 땔감 등이 블랙카본을 많이 배출하는데, 이런 것들이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킵니다.
대기오염 물질은 빈국일수록 그 폐해가 크다고 윤 교수는 우려합니다. 그나마 북한은 환경 관련 연수라도 받아 다행이라는 설명입니다.
(윤순창) 직접적으로는 남북한이 환경 문제에 관한 교류는 없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간접적으로는 저희가 하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연구를, 태국 방콕에 있는 UNEP, 유엔환경계획의 아시아센터 내 동료들로부터 북한의 환경전문가 5-6명이 거기에 와서 두 달간 교육을 받고 갔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앞서, UNEP은 2007년 한국 환경부와 북한 환경협력 시범사업을 위한 기금설립 협정을 체결했고, 북한에서 여러 사업을 해왔습니다. 북한 관계자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 지역의 환경 관리를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대동강 유역엔 통합수자원센터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중국 베이징 시 당국이 7일부터 열리는 APEC, 즉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먼지, 분진을 유발하는 모든 공사를 중단시키는 등 스모그 퇴치 비상에 돌입했습니다. 중국 신경보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시는 오는 11일까지 도심의 5환 이내 도로와 APEC 회의장이 위치한 화이러우구 일대의 모든 공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를 감시하기 위해 주요 공사현장에 CCTV를 설치하고 전담 인력도 배치했습니다. CCTV란 영상 감시 체제를 말합니다. 베이징 시는 공사 중단 조치를 어긴 시공사에 최고한도의 벌금을 부과하고 앞으로 2개월간 경쟁 입찰 참여자격을 박탈키로 했습니다.
-- 동남아시아에서 폐기된 차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등 재활용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자동차 대중화로 폐차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데 따른 것입니다. 일본의 닛케이산업신문은 동남아시아에서 폐차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늘며 제도를 마련하거나 관련 업체가 진출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지난해 기준 약 5,000만대에 달할 정도로 자동차 시장이 팽창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는 2013년 42만대였던 폐차수가 오는 2020년 98만대로 갑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차량 유지 기간이 길고 폐차 부품을 재활용해 쓰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제도 마련 필요성이 낮았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 신차 시장이 커지며 불법으로 방치되는 차량이 늘고 환경 오염문제도 발생해 재활용 제도 마련을 검토 중입니다. 베트남은 내년 1월 시행하는 폐기물 회수 제도인 ‘재활용법’에 2018년부터 자동차도 포함시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